‘美 신용등급 강등’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 높여

강봉진 기자(bong@mk.co.kr) 2023. 8. 10.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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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등 후 금리 제자리, 증시 급락 없어
환율 상승해 단기 변동성 유의해야 의견도
내리는 단기금리는 인상 종결 기대감 반영
대외변수 고려하는 한은도 동결기조 이어갈 듯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AAA→AA+·미국 기준 1일 장 종료 후·한국 기준 2일 장 개시 전)한 이후 며칠이 지난 가운데 현재까지 글로벌 금융시장이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여 주목된다. 앞서 2011년8월초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같은 수준(AAA→AA+)으로 내린 직후에는 주가가 급락하고 달러와 금 가격이 상승하며,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로 금리는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국내 국고채 3년, 10년, 30년 금리는 각 3.647%, 3.74%, 3.67%를 기록했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 소식이 알려지기 전인 지난 1일 국고채 3년, 10년, 30년 금리는 각 3.647%, 3.727%, 3.643%로 마감했다. 5거래일(2·3·4·7·8일)이 지난 가운데 금리는 제자리 수준인 셈이다.

증시도 큰 폭으로 하락하지 않았다. 5거래일간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 3,2%, 4.4% 하락에 그쳤다. 12년 전 스탠더드앤푸어스(S&P)의 신용등급 강등(2011년8월5일 정규장 이후) 이후 다음 거래일(2011년8월8일)인 미국 증시는 하루만에 6% 내외(다우지수 -5.6%·S&P500 -6.7%) 급락했고, 코스피도 하루만에 3.8% 하락했다. 강등 후 10거래일 이후 기준(2011년8월19일)으로는 미국 증시는 6% 내외(다우지수 -5.5%, S&P500 -6.3%) 하락 수준을 유지했고, 코스피는 7.7% 하락하며 낙폭을 키웠다.

국내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슈가 금융시장에 12년 전과 같은 큰 혼란을 야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박소연 신영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지금은 (2011년 강등 당시) 유럽 재정위기와 같은 부정적 이벤트가 없어 당시보다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미 국채 발행 증가가 우려되는 시점에 벌어진 일이라 단기적으로 달러 강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4% 넘어선 가운데 과거와 달리 장기채 중심으로 금리가 상승하며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 역시 상승하며 증시 하락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1315.7원으로 마감하며 원화 약세는 이어지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달러화 강세폭을 고려할 때 원화 약세 현상이 두드러진다”며 “다소 실망스러웠던 7월 수출 증가율과 함께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 확대가 원화 약세 폭을 확대시켰고 부채 리스크에 자유롭지 못한 원화가 피치발 쇼크에 타격을 받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별 금리인상 혹은 인하 확률. 연말까지 금리 동결 확률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자료=하이투자증권>
다만 예상 밖으로 발생한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슈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더욱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미국 장기 금리가 급등하는 과정에서도 단기 금리는 오히려 하락했다”며 “부채문제로 인해 중앙은행의 긴축 강도가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시장 기대를 반영한 것으로 시차를 두고 시장은 연준의 인상 종료를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미국의 10년물과 2년물 장단기 금리 스프레드(금리 차이) 역전폭이 축소되고 있다.<자료=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전문위원은 “장단기 금리 스프레드 역전폭 축소 현상은 경기 연착륙, 물가 압력 둔화 그리고 미 연준 금리 동결이란 퍼즐 맞추기를 반영하는 흐름”이라며 “아직 금융시장이 넘어야할 장애물은 남아 있어 경기 연착륙이 덜컹거리겠지만 연착륙은 더욱더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통화정책의 흐름을 반영하는 미국의 2년 국채 금리가 하락하는데는 부채 부담으로 더이상 연준이 긴축적인 입장을 취하기 어려울 것이란 금리 동결 기대감이 반영됐고, 10년 금리의 상승세는 경기 연착륙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란 설명이다.

국내 역시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을 여전히 점치고 있다. 강승원 연구원은 “물가와 금융 안정성 등 대내 재료는 한국은행의 추가 긴축의 근거가 될 수 없다”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의) 남은 중요 기준은 대외 재료이며 결국 연준인데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 열리는 8월 금통위(8월24일)는 대외 재료를 확인하기 위해 그간의 동결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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