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눈, 밀양까지 북상…오후 북→북서 방향 틀며 느려져(종합)

이재영 2023. 8. 10.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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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도 시속 31㎞ 느린 편…북한 들어서면 '성인 달리기 속도'
이동속도 느리면 강수·강풍 시간 길어져 피해 키울 우려
강릉에 폭우…4차선 도로 침수돼 통제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10일 태풍 카눈의 상륙으로 강원 영동지역에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강릉시 노암동∼월호평동으로 이어지는 4차선 도로가 물에 잠겨 교통이 통제되고 있다. 2023.8.10 yoo21@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10일 오전 9시 20분께 경남 거제로 상륙한 제6호 태풍 카눈은 오후 진행 방향을 '북'에서 '북북서'로 틀면서 속도가 느려지겠다.

태풍이 느리게 이동하면 비가 내리고 강풍이 부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피해가 커질 수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카눈은 오전 11시 경남 밀양 남남서쪽 20㎞ 지점을 지났다.

중심기압과 최대풍속은 980hPa(헥토파스칼)과 29㎧로 강도 등급은 '중'이다.

카눈 강도는 우리나라에 접근해올 때보다 한 단계 낮아졌다.

상륙 시점에 견줘서도 세력이 다소 약해졌는데 지면과 마찰했기 때문이다.

다만 중심기압이 크게 낮아진 것은 아니므로 세력이 대폭 약화했다고 하기는 어렵다.

카눈의 현재 이동 속도는 시속 31㎞다.

카눈은 이날 정오 대구 남남서쪽 50㎞ 지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때 속도는 시속 31㎞를 유지하겠고 오후 3시 청주 남동쪽 60㎞ 지점까지 북상했을 때 속도는 시속 33㎞로 빨라지겠다.

기상청이 10일 오후 10시 발표한 제6호 태풍 카눈 예상 경로. [기상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현재도 '느린 태풍' 축에 드는 카눈은 이후 진행 방향을 북북서쪽으로 바꾸면서 속도가 줄겠다.

보통 태풍은 방향을 바꾸면 속도가 느려지는데 관성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카눈은 현재도 이끌어주는 남쪽에서 북쪽으로 부는 '지향류'가 강하지 않아 사실상 자기 힘으로 움직이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동쪽 북태평양고기압과 서쪽 티베트고기압이 마치 카눈을 위해 길을 열어둔 것처럼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쪽을 지배하는 기단이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기상청 설명이다. 북태평양고기압이 세력을 확장해 자신과 성질이 다른 기단과 충돌했다면 두 기단 사이에서 지향류가 강하게 불었을 수 있다.

충청 이북부터는 지향류가 더 약해지면서 카눈의 속도가 더 느려지고 자체 회전력에 의해 이동 방향이 북북서쪽으로 틀어지겠다.

카눈은 이날 오후 6시 청주 북동쪽 40㎞ 지점에 이르렀을 때 속도가 시속 26㎞, 오후 9시 서울 동남동쪽 30㎞ 지점에 있을 때 속도가 24㎞까지 떨어지겠다.

자정 서울 북쪽 40㎞ 지점에 다다르면 속도가 시속 19㎞까지 느려질 전망이다.

북한에 들어선 뒤 카눈은 시속 15㎞ 내외 속도를 유지하겠다.

이는 성인이 달리는 속도 정도에 불과하다.

카눈이 북한에서 느리게 움직이면서 남북 접경지역에 많은 비를 퍼부어 임진강과 한탄강 등 남북 공유하천 하류에 수해를 일으킬 수 있다.

과거에도 속도가 느린 태풍이 큰 피해를 일으킨 바 있었다.

대표 사례가 피해규모로 역대 태풍 중 5위 안에 드는 2002년 루사로, 루사는 2002년 8월 31일 전남 고흥반도에 상륙 시 이동속도가 시속 30㎞에 그쳤고 내륙을 지날 땐 시속 18㎞까지 속도가 떨어졌었다.

카눈이 상륙하면서 이날 오전 11시 현재 전국에 태풍특보가 내려져있다.

강원영동·경북·경남동부엔 시간당 30~60㎜, 충남·전북·경남남해안엔 시간당 10~30㎜, 나머지 지역엔 시간당 10㎜ 내외로 비가 쏟아지고 있다.

남해안과 제주, 경상동해안을 중심으로는 최대순간풍속이 30㎧(시속 108㎞) 내외인 강풍이 불고 있다.

동해 침수 도로 배수 작업 (동해=연합뉴스) 10일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려 강원 동해시 한섬해변 입구 도로가 침수되자 자율방재단원들이 배수 작업을 하고 있다. 2023.8.10 [동해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기상청은 이날 강원영동·경상해안·경상서부내륙·전라동부에 시간당 40~60㎜, 나머지 지역에 시간당 30㎜ 내외 호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강원영동엔 최대 시간당 100㎜, 경북서부내륙엔 시간당 60~80㎜의 '극한호우'가 쏟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제주와 남부지방은 이날 밤이 되면 비가 차츰 멎어가겠지만 중부지방에는 11일까지, 중부지방 중 경기북서부에는 12일 새벽까지 강수가 이어지겠다.

11일 새벽이 되면 카눈이 북한에 이르겠지만 그 후면의 구름대가 중부지방에 계속 비를 뿌리겠다.

기상청은 오전 11시 예보에서 앞으로 추가 강수량을 강원영동 100~200㎜(많은 곳 300㎜ 이상), 강원영서·수도권·서해5도 50~150㎜, 충청·전북 50~100㎜(많은 곳 150㎜ 이상), 전남동부 30~80㎜(많은 곳 100㎜ 이상), 광주·전남서부 10~60㎜, 대구·경북 50~100㎜(경북서부내륙·경북동해안 많은 곳 200㎜ 이상, 경북북동산지 많은 곳 150㎜ 이상), 부산·울산·경남 50~150,㎜ 울릉도·독도 20~60㎜, 제주 5~10㎜로 예상했다.

전남동부해안과 경상해안에는 11일까지 최대순간풍속이 시속 145㎞(40㎧) 내외에 달하는 강풍이 불겠다.

강원영동·경상내륙·호남(전남동부남해안 제외)·충남서해안·제주는 최대순간풍속이 시속 90~125㎞(25~35㎧), 인천·경기서해안·경기남부내륙·강원영서·충청내륙은 시속 70~110㎞(20~30㎧), 서울과 경기북부내륙은 시속 55~90㎞(15~25㎧)에 달하겠다.

태풍 '카눈'의 위력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제6호 태풍 '카눈'이 남해안에 상륙한 10일 오전 부산 중구 한 도로에서 가로수가 강한 바람에 뿌리째 뽑혀 있다. 2023.8.10 psj19@yna.co.kr

전 해안에 11일까지 너울과 매우 높은 파도가 밀려오겠고 여기에 태풍 때문에 해수면 높이가 높아지는 기상조 현상까지 발생하겠으니 해안에는 되도록 가지 말고 해안가 저지대에서는 침수에 대비해야 한다.

모든 바다에 바람이 시속 70~130㎞로 거세게 불고 물결이 3~7m(제주해상·남해상·동해남쪽해상은 8m 이상)로 매우 높게 일겠다.

태풍에 주저앉은 지붕 (곡성=연합뉴스) 10일 오전 8시 46분께 전남 곡성군 곡성읍 학정리 한 주택 지붕이 무너져 소방 당국이 통제선을 설치했다. 2023.8.10 [전남소방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hs@yna.co.kr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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