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다·호텔스닷컴 등 “예약 당일 취소했는데 환불 거부”

소비자원 “62%가 5대 글로벌 숙박플랫폼”
‘눈속임’ 가격표시에 소비자 피해 늘어

소비자원

A씨는 지난 3월 글로벌 숙박 예약 플랫폼에서 해외 호텔을 예약했지만 개인 사정으로 당일 취소를 요청했다. 해당 예약은 숙박 예정일까지 3개월 정도의 기간이 남아 있었지만 ‘취소 불가’ 약관에 따라 대금 환급이 불가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B씨는 지난 2월 글로벌 숙박 예약 플랫폼에서 국내 리조트를 예약하고 결제했지만 웹사이트의 기술적인 문제로 예약이 완료되지 않았고 예약은 자동 취소됐다. 이에 소비자는 대금 환급을 요구했으나, 1개월 이상 환급되지 않자 소비자원에 피해 구제를 요청했다.

C씨는 지난해 11월 글로벌 숙박 예약 플랫폼에서 2박 3일 숙박예정으로 해외 호텔을 예약했지만 숙박 당일 호텔 측에서 가격이 인상되었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예약을 취소했다. C씨는 연말 성수기인 만큼 다른 호텔을 당일에 예약하기 어렵다고 했고, 호텔은 인근 다른 호텔로 안내하며 1박을 제공했다. 호텔 측은 1박 외에 C씨가 추가로 지불한 숙박 요금 차액을 배상해 주기로 약속했지만 이행하지 않았다.

아고다·호텔스 닷컴 등 글로벌 숙박 플랫폼의 부당한 환불 지연·거부 행위가 계속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10일 소비자원에 따르면 2019∼2022년까지 최근 4년간 접수된 숙박 관련 국제거래 소비자 상담 건수는 9093건에 달했다.

이유는 환불 지연·거부가 5814건(63.9%)으로 가장 많았고, 위약금·수수료 부당 청구 및 가격 불만(1214건·13.4%), 계약불이행(753건·8.3%) 등의 순이었다.

특히 전체 상담 건수 중 아고다, 부킹닷컴, 호텔스닷컴, 익스피디아, 트립닷컴 등 5대 글로벌 숙박 플랫폼과 관련된 피해가 5649건으로 62.1%를 차지했다.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은 계약 내용이 적힌 예약 확인서 등을 받은 날로부터 일주일 이내 청약 철회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자체 규정을 우선하고 있어 취소 시점이나 숙박 이용일로부터 남은 기간과 관계 없이 예약 취소나 환불이 쉽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는 천재지변으로 숙박업소 이용이 어려울 시 숙박 당일 예약을 취소해도 대금을 환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눈속임 상술’도 문제다. 소비자원이 이들 업체의 판매 가격 표시 현황을 조사한 결과 5개 업체 중 트립닷컴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업체는 예약 첫 페이지에 세금·수수료 등을 제외한 금액만 제시하거나 추가 요금 또는 최종 결제 금액은 작은 글씨로 병기했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세금·수수료 등이 포함되지 않은 가격을 최종 금액으로 잘못 알고 결제하는 등 분쟁에 휩싸이는 사례가 적지 않다. 실제 최근 1년간 글로벌 숙박 플랫폼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57.2%(286명)가 최종 결제 단계에서 최초 표시 가격 이상의 금액이 청구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소비자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글로벌 숙박 플랫폼 사업자에게 판매가격 표시 개선, 국내법의 소비자 보호 규정을 반영한 거래 조건 개정, 소비자와의 분쟁 처리 권한이 있는 국내 지점 설립 등을 권고한다는 방침이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