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터진 ZOOM 업무…클린스만이 말한 '온라인 회의'는 이런 뜻이었나
[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요즘에는 줌(원격)이라는 수단을 통해 같은 장소에 없어도 토론이 가능하다."
지난 3월, 태극호의 새로운 지휘봉을 잡은 위르겐 클린스만(59, 독일) 감독은 취임 일성으로 원격 업무의 효율성을 강조했다. 근무 진행에 있어 모든 스태프가 물리적으로 한 공간에 머무를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폈다.
화상 회의의 방향성은 분명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에서, 코치들은 유럽에서 시간을 정해 온라인으로 논의하겠다는 뜻이었다. A대표팀 감독에게 요하는 국내 상주 여론을 의식한 듯 클린스만 감독은 "나는 대부분 한국에 있겠지만 코치들은 유럽을 기반으로 해외파의 경기를 관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K리그는 나와 차두리 어드바이저, 김영민 코치가 함께 한다"라고 덧붙였다. 생소할 국내파를 확인하기 위해 직접 발로 뛰고 눈으로 보겠다는 입장을 누구보다 먼저 밝힌 이가 클린스만 감독이다.
반년이 지난 지금 대표팀 수장은 미국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6월 A매치 이후 미국으로 휴가를 떠났던 클린스만 감독은 잠시 입국해 맨체스터 시티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친선 경기를 관전한 게 국내 일정의 전부였다.
클린스만 감독이 미국에 가 있는 동안 K리그는 짧은 올스타 브레이크를 끝내고 본격 후반기에 돌입한다. 그 사이 유니폼을 바꿔 입은 선수들도 있어 더욱 눈으로 살펴야 할 때다. 3월과 6월 A매치를 치르며 국내파에 큰 폭의 변화를 가져갔었기에 재검증이 필요한 타이밍이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미국에서도 해외 축구 가십에 더 열중한다. 명성이 높은 축구인이라 찾는 곳이 많긴 하겠지만 해리 케인(토트넘 홋스퍼)이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할지 예측하거나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의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활약 여부를 평하는 게 옳은 시점인지 의문이다.
클린스만호의 출발이 괜찮다면 작은 잡음으로 끝날 수 있다. 안타깝게도 클리스만 감독은 부임 후 4차례 A매치에서 2무 2패로 아직 승리가 없다. 그것도 4경기 모두 안방에서 열화와 같은 팬들이 응원을 등에 업고도 마수걸이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전임 시절만 해도 안방에서 강했던 한국 축구였다.
비판이 거세지자 이례적으로 6월 A매치가 끝나고 기자회견에 나섰던 클린스만 감독은 "충분히 이길 기회가 있었고 수준 높은 경기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들이 나왔었다"며 "이제는 최대한 빨리 결과를 가져오는 데 집중하겠다"라고 했다. 문제점을 찾아 고민하는 모습이 이어졌어야 하는데 일단 행보로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은 A대표팀이 뒷전처럼 느껴진다.
더구나 9월 A매치는 유럽 원정으로 진행된다. 해외파 합류가 용이한 만큼 이전보다 비중이 커질 수 있다. 국내파가 파고들 틈이 그만큼 줄어든다면 더욱 경쟁력 있는 자원을 찾느라 혈안이 되어야 한다. 클린스만 감독은 6월 이후 자신의 전술에 어울리는 선수 확보를 이야기했던 만큼 국내 활동을 기대케 했으나 해외파 점검에 더 집중하는 눈치다.
클린스만 감독은 주말에 개막하는 프리미어리그 일정에 맞춰 영국으로 이동한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과 황희찬(울버햄튼 원더러스)을 체크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김지수(브렌트포드)와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스코틀랜드와 덴마크로 향해 오현규와 조규성 등도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대표팀 주축이 해외파라는 점에서 이해 가는 일정이나 업무 분장이 끝났던 부분이다. 해외파 점검은 코치들에게 맡겼어야 클린스만 감독이 말하는 원격 진행에 힘이 실린다. 노선 정리가 불명확해지면서 화상 회의의 방향이 달라졌다. 수장이 해외에 나간 터라 대표팀 계획이 궁금한 국내 언론과 짬을 내 온라인으로 기자회견을 하는 수순에 이르렀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클린스만 감독의 이번 해외 일정은 유럽축구연맹(UEFA) 자문위원회 일원이라 이미 예정됐던 부분"이라며 "영국과 덴마크가 행사국과 근접해 김지수, 조규성도 확인하려는 뜻을 내비쳤다. 이들 클럽의 구단주와도 안면이 있어 선수들에 대해 상의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축구협회도 클린스만 감독의 비상주와 관련한 여론을 확인했다. 애초 9월 A매치 기간에 바로 유럽으로 향하려던 클린스만 감독의 일정도 조정에 들어갔다. 관계자는 "A대표팀 감독은 한국 축구 전반을 살펴야 한다는데 공감하며 K리그 관련 분위기도 클린스만 감독에게 전달했다. 아마 다음주 기자회견에서 이번 일정에 대한 입장을 직접 밝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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