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이스라엘 관계 정상화 급물살?…1년 내 타결설

김미향 2023. 8. 10. 12:0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외교관계 정상화를 위한 미국과 사우디 사이 협상이 빠르면 9개월에서 1년 사이 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미국에서 나왔다.

9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우디가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에 대해 미국과 큰 틀에서 합의를 이뤘다고 미국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 중재 하에 사우디와 이스라엘이 외교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은 그간 3개국이 모두 원하는 바였지만, 서로 요구사항이 충족되지 않아 진척되지 않아왔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6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개최된 평화회담에서 사우디 국가안보고문 겸 장관이 중앙에 앉아 있다. 오른쪽에는 미국 대표로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이 앉아 있다. 사우디 국영 스파(SPA) 통신이 배포한 사진. AFP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외교 관계 정상화를 위한 미국과 사우디 간의 협상이 9개월에서 1년 사이에 타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9일 미국 쪽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가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와 관련해 미국과 ‘큰 틀’에서 합의를 이뤘다고 전했다. 미국이 안전보장과 민간 원자력 개발에 대한 지원을 제공하면, 사우디도 팔레스타인 문제에서 양보하는 쪽으로 대략적 윤곽이 잡혔다는 것이다.

두 나라 간의 협상은 2주 전인 지난달 27일 제다에서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회담을 통해 가속화된 것으로 전해진다. 미 당국자들은 앞으로 9~12개월 사이에 세부 사항까지 타결될 수 있을 것이라 조심스레 낙관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국 중재 아래 사우디와 이스라엘이 외교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은 그동안 3개국이 모두 원하는 바였지만, 산적한 난제로 인해 좀처럼 진전이 이뤄지지 않았다. 가장 큰 걸림돌은 팔레스타인이다. 1948년 이스라엘 독립 이후 팔레스타인을 회복해야 한다는 대의(cause)는 아랍 정치의 핵심 주제였다. 수니파 종주국이자 지역 맹주인 사우디는 팔레스타인을 점령한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으며 수교를 하지 않았다.

아랍에미리트(UAE)·바레인 등이 2020년 9월 이스라엘과 국교를 정상화한 ‘아브라함 협정’에 서명하긴 했지만, 사우디마저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관계를 정상화하면 그 여파는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사우디는 팔레스타인이 ‘2국가 정책’에 따라 독립하면, 이스라엘이 이를 인정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사우디는 그 밖에도 미국이 민간 핵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직접 안전보장을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사우디가 핵 프로그램을 갖게 되면 핵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대하는 중이다.

이에 맞선 미국은 사우디에 중동에서 점차 영향력을 높이고 있는 중국과 경제적·군사적 거리를 둘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가 개발한 기술을 사용하지 말 것과 석유를 판매할 때 중국 위안화가 아닌 미국 달러만을 사용하는 문제 등이 논의되는 중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또 미국은 지난해 2월 말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뒤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뒤에도 사우디가 감산을 거듭해온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하길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 나라 간의 쟁점 하나하나가 쉽게 해법을 내기 힘든 난제인 만큼 협상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는 무함마드 왕세자의 협상 의지일 것으로 보인다. 신문은 무함마드 왕세자가 최근 측근에게 2020년 아랍에미리트의 아브라함 협정 수준으로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완전히 회복할 준비는 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특히 팔레스타인 문제에 강경한 이스라엘의 ‘극우 연정’과 서둘러 협상을 진척시키진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문은 팔레스타인 문제는 이 협상에서 가장 덜 진전된 부분이며 양쪽 협상단이 직면한 장애물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미국의 상황 역시 만만치 않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중동에서 이란에 대응할 수 있는 미국-사우디-이스라엘로 이어지는 안보 동맹을 구축하길 원하고 있다. 이를 매개로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의 움직임을 차단할 계획이다. 그 때문에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합의가 이뤄진다 해도 사우디에 대한 지원을 꺼리는 미 의회를 설득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미국 민주당 의원들은 2018년 비판적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 이후 사우디에 대한 지원을 반대하고 있다. 미국이 사우디의 안보를 직접 보장하는 것도 미국 내의 큰 저항을 부를 수 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에 대해 백악관은 아직 갈 길이 멀다며 한발 빼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많은 논의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관계 정상화를 위해 성문화된 합의의 틀은 없으며 이 지역의 다른 안보 검토 사항에 대해서도 합의된 게 없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