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안보 갈등, 상호 연계성 커진다[시평]

2023. 8. 10.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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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한미일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
북핵-대만-동·남중국해가 현안
한 곳 상황이 전체로 비화 예상
3국 안보협력 내부 사정 복잡
북핵 정보 공유도 간단치 않아
한일 협력이 한미일 협력 관건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및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정상회의가 오는 18일 워싱턴 근교 미 대통령 별장인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릴 예정이다. 다자간 국제회의 계기가 아닌 회의 자체를 목적으로 한미일 3국 정상이 모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일 관계가 개선되면서 한미일 안보 협력에도 탄력이 붙고 있는 것이다.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가 기존의 3국 안보 협력과 어떤 차별성을 가지는지는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한미일 안보 협력을 단순히 신냉전의 확산으로만 이해하는 것은 현 국제정치의 복잡성을 간과한 측면이 있다. 앞으로 미·중 간 전략 경쟁의 주요 영역이 인도·태평양 지역이 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고려하면 동북아 지역의 갈등 위험은 더욱더 커질 것이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는 한반도뿐만 아니라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및 동중국해 이외에도 중국·일본 간의 영토 문제는 언제든 갈등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동북아 지역 차원의 위기들이 별도로 발생하는 게 아니라 상호 연계될 가능성이 크다. 동북아 지역 내 한 곳에서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평양과 베이징(北京), 그리고 모스크바는 자신에게 유리한 전략적 구도를 만들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한 지역에서의 위기가 동북아 전체의 군사적 대치 및 충돌로 비화할 위험성은 충분히 있다. 이를 고려하면 한미일 안보 협력의 당위성은 더욱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한미일 3국 협력의 성공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 것이 북한 비핵화의 정책 조정을 위해 1999년에 출범한 한미일 정책조정감독그룹(TCOG)이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창설됐던 TCOG는 6자회담 가동 때까지 한국과 미국 및 일본의 비핵화 관련 정책 조율에 적잖이 기여했다. TCOG의 경험은 3국 장관급회의와 합동 군사훈련, 정보 공유 등의 형태로 진화했다. 당시 TCOG가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한미일의 공통 위협 인식, 한미일 협력에 대해 적대적이지 않았던 국제 환경, 그리고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 선언에 따른 우호적인 한일 관계 등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TCOG가 원만하게 작동할 수 있었던 데는 의제도 비교적 단순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의제 자체가 북한 비핵화를 위한 입장 조율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한미일 3국의 개별적 의제가 개입될 소지가 적었다.

그러나 현재 한미일 안보 협력 논의는 좀 더 복잡하고 다양하다. 북한 문제에만 그치지 않고 인도·태평양전략, 경제안보 등이 함께 얽혀 있다. 북한 문제만 하더라도 쉬운 사안이 아니다. 한미일 3국이 북한 미사일 관련 ‘실시간’ 정보 공유를 선언했지만, 완전한 실시간 정보 공유는 한계가 있다. 미국의 북한 핵·미사일 관련 감시 정보를 한국과 일본이 실시간으로 공유하기 위해서는 관련 체계를 새롭게 정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달 18일 출범회의가 열린 핵협의그룹(NCG)에 일본이 당장 참여하는 것에는 우리가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우리 정부도 한미 간 NCG의 구성 및 초기 가동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면서 추후 일본의 참여 가능성을 열어 놓는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지역 불안정(특히 대만 문제)에 대한 한미일의 안보 협력은 중국과 관계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

이처럼 한미일 3국 간의 본격적인 안보 협력에는 여전히 많은 변수가 있는 게 사실이다. 현재 한미일 3국 간에도 위협 인식과 전략에서 당연히 차이점이 있지만, 한일 양국도 북한 문제를 두고 반드시 일치한다고는 할 수 없다. 특히, 중국을 미래의 위협으로 간주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한일 간에 인식의 차이가 있다. 이 점에서 한미일 안보 협력의 발전 가능한 범위는 한일 간 안보 협력이 어디까지 가능한지에 달렸다. 한미 간과 미일 간에는 동맹이 있다. 하지만 한미일 3자는 동맹 관계가 아니다. 결국, 한미와 미일 동맹의 동력으로 한일 안보 협력에서 난도를 쉽도록 조정하고 갈등을 가능한 한 줄이는 방향으로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 미국이 주도해 동력을 만들어 나가기보다는 한국과 일본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내는 노력이 계속될 때 한미일 안보 협력도 바람직한 결실을 볼 수 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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