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레일’ 부식 파손이 불러온 영등포역 무궁화호 탈선…결함 있었는데도 교체 없었다
선로 분기기의 ‘텅레일’ 부식 파손이 사고의 직접적 원인
선행 열차 지난 후 무궁화호 지나던 중 탈선…승객 수십명 다치고 피해액도 22억 규모
지난해 11월 서울 영등포역 구내에서 발생한 무궁화호 열차 탈선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선로 분기점 ‘텅레일(Tongue rail)’의 파손으로 확인됐다.
여러 선로가 갈라지거나 합쳐지는 지점에서 좌우로 오가며 경로를 바꾸도록 하는 텅레일은 열차의 진행 방향을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오랜 기간 부식 등의 영향과 지나는 열차 무게를 버티면서 생긴 균열 등이 텅레일 파손으로 이어져 탈선사고가 발생했다는 게 국토교통부의 판단이다.
10일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에 따르면 부식피로가 진행된 텅레일이 사고 열차보다 앞선 열차가 지나가던 중 어긋났고, 이후 무궁화호 열차가 해당 지점을 통과하던 중 일부가 떨어져 나가면서 사고가 났다.
무궁화호의 선행 열차는 오후 8시37분쯤 서울역을 떠나 포항역으로 향한 KTX산천 제251호 열차와 진주역에 이튿날 0시15분 도착 예정인 제221호 열차가 연결된 복합열차였다.
이 열차가 분기기를 시속 89㎞의 속도로 통과할 때, 텅레일의 일정 부분이 어긋난 것으로 사조위는 확인했다.
다만, 해당 열차 기관사는 이 구간을 통과하면서 이상 징후를 감지하지는 못했다고 사조위에 진술했다.
이후 무궁화호 열차가 지날 때 텅레일 일부(약 42㎝)가 떨어져 나갔고, 객차 5량과 발전차 1량이 연달아 탈선했다.
사조위는 “사고 열차는 분기기를 시속 67㎞로 통과하던 중 기관차의 후부차량이 선로 왼쪽으로 이탈했다”고 밝혔다.
사고는 지난해 11월6일 오후 8시41분쯤 용산역을 출발한 익산행 무궁화호 제1576호 열차가 출발 10여분 후 영등포역 구내 분기기를 통과하던 중 발생했다.
이 사고로 열차에 탑승한 승객 총 275명 중 80명이 다쳤고, 이 중 68명은 당일 치료를 받고 귀가했다.
차량·시설 파손과 함께 이후 열차 178편의 운행에도 지장을 주면서 피해액은 22억원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조위는 네 가지 요인이 사고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우선 분기기 전체 길이가 권장 설계기준보다 짧고 텅레일 단면적이 일반 레일보다 작아 열차 하중에 따른 응력을 크게 받는 피로에 취약한 구조로 조사됐다.
총 길이 38~47m 정도의 분기기 설치가 적절하지만 전후로 곡선구간이 있어 불가피하게 이보다 짧은 26m 분기기를 설치한 데 따른 결과였다.
텅레일의 단면적이 작은 것을 두고 사조위는 “선로전환기의 전환력을 고려해 레일단면을 축소한 구조”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무엇보다 사고 구간의 하루 열차 통과 횟수는 일반철도 구간 중 최대치인 총 174회로, 통과 열차 누적 톤수도 경부선 ‘금천구청~안양역’ 구간 3배에 이르러 전반적으로 해당 구간의 하중 부담이 컸던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KTX와 새마을호 등 차륜의 접촉면이 서로 다른 열차들이 운행되면서 레일 표면 결함 발생 가능성이 높았던 것도 이유로 지목됐다.
이와 함께 사고 발생 6개월 전부터 텅레일의 표면 결함이 여러 차례 발견되고도 교체 등의 정비가 이뤄지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사고 6일 전 분기기 정밀점검을 실시하고도 문제 발견이나 조치가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앞서 코레일은 국토부의 긴급 안전권고에 따라 특별 안전 점검에 나서 사고 구간과 동일한 전국의 텅레일 교체에 착수했으며, 고속열차와 일반열차가 함께 운행하고 그 횟수도 많은 수도권 지역에서는 특별 안전진단도 진행했다.
사조위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코레일과 국가철도공단에 각각 5건과 3건의 안전권고를 내리기로 했다.
먼저 코레일에는 레일 표면 결함 발견 시 연마와 교체 등의 정비방안 수립과 시행, 열차 횟수와 누적 톤수가 많은 구간의 분기기에 대한 철저한 관리 등을 당부하기로 했다.
국가철도공단에는 분기기 취약점 등을 고려한 누적통과톤수에 따른 수명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레일 표면 결함 발견 조치 관련 세부 기준 마련 등을 주문하기로 했다.
사조위 관계자는 “관계 기관에 조사 보고서를 바로 송부할 예정”이라며 “지속 점검 등으로 비슷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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