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성비 ‘7:3’ 정해놓고 여성 지원자들 떨어뜨린 신한카드, 1심서 벌금형
당초 여성 지원자 44%였지만
최종 합격자는 17.5%에 불과
2018년도 신입사원 채용과정에서 서류 합격자의 성비를 미리 정해두고 여성 지원자들을 떨어뜨린 신한카드 법인과 인사담당자가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단독 유동균 판사는 10일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기봉 신한카드 부사장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신한카드 법인도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신한카드는 2017년 9월 신입사원 공개채용 당시 1차 서류전형 심사에서 남성 지원자들의 점수를 올려 여성 지원자들을 탈락시킨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신한카드가 남녀 성비를 7대 3으로 맞추기 위해 점수를 조작해 여성 지원자 92명을 부당하게 탈락시켰다고 봤다. 당초 지원자 중 남성은 2097명(56%), 여성은 1623명(44%)이었지만 서류전형 합격자 중 남성은 257명(68%), 여성은 124명(32%)으로 조사됐다. 이 부사장은 당시 인사팀장으로 신입 공채 과정을 총괄했던 인물이다.
유 판사는 이 부사장과 신한카드 법인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유 판사는 “신한카드 인사팀은 2018년도 신입 공채에서 서류를 심의하면서 직무별, 성별로 서열화한 후 합격선을 성별에 따라 달리 설정했다”며 “미리 정해둔 남녀비율에 맞춰 합격자를 선정하면서 남성 지원자보다 점수가 높은 일부 여성 지원자가 서류전형에서 탈락했다”고 했다.
이어 “(2018년도에) 최종선발된 인원 중 남성은 82.5%, 여성은 17.5%였다”면서 “2019년부터는 성별과 관계없이 동일한 합격선을 적용해 심사한 뒤 남성 24명(60%), 여성 16명(40%)을 최종 선발했다. 이는 2018년도 최종 선발 비율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 판사는 신한카드가 성차별적인 고정관념을 갖고 사원들을 뽑아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신한카드 측은 일부 직무가 남성에게 더 적합해 남성 지원자를 우대할만한 사유가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유 판사는 “전산시스템 개발이나 외부업체 영업 등이 남성에게 적합하다는 피고인들의 생각은 남녀 고정관념에 근거한 것으로 정당하지 않다”고 했다. 또 “신한카드는 2009년경부터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남성을 우대해 신입사원을 선발해왔고, 이 사건으로 문제가 되기 전까진 신입 공채 방식을 개선하려고 노력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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