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명 동시에 뛰자 “집 전체 흔들”…로마 고대 유적지 콘서트 개최 논란
이탈리아 로마의 고대 유적지 키르쿠스 막시무스에서 미국 유명 가수의 콘서트가 열린 것을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9일(현지시각) 이탈리아 AGI 통신 등에 따르면 콜로세움 고고학공원의 알폰시나 루소 소장은 “키르쿠스 막시무스는 경기장이나 콘서트장이 아닌 유적지로, 보존 및 보호돼야 하는 장소”라며 로마시가 이곳에 대형 콘서트가 열리는 것을 허가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키르쿠스 막시무스는 고대 로마 제국의 전차 경기장으로, 팔라티노 언덕과 아벤티노 언덕 사이에 있다. 영화 ‘벤허’로 유명한 전차 경주가 실제로 벌어졌던 곳이다. 현재는 터만 남아 공원으로 쓰이는데, 지난 5월부터 유명 가수들의 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지난 7일에도 이곳에서 미국의 유명 힙합 아티스트 트래비스 스콧의 콘서트가 열렸다. 당시 공연엔 6만여명의 관객이 몰렸고, 이들이 노래에 맞춰 한꺼번에 춤을 추면서 지진에 맞먹는 진동이 발생했다. 이에 공연 직후인 밤 9시 45분쯤부터 지진을 느꼈다는 의심 신고가 잇따랐다.
TV 프로그램 진행자인 카테리나 발리보는 엑스(X·옛 트위터)에 “로마에서 지진을 느낀 사람이 있나요? 아니면 내가 꿈을 꾼 건가?”라고 썼다. 다른 로마 주민들도 소셜미디어에 “집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침대와 샹들리에가 분명히 흔들렸다”는 등의 글을 올렸다.
또 유로뉴스에 따르면 관객 여러 명이 후추 스프레이를 뿌리는 소동을 벌여 60여명의 관객이 피해를 입었다. 한 소년은 티켓 없이 콘서트를 보려고 4m 높이의 구조물 위에 올라갔다가 낙상 사고를 당했다.
상황이 이렇자 콜로세움과 포로 로마노, 팔라티노 언덕 등 고대 로마를 대표하는 주요 유적들을 관리하는 콜로세움 고고학공원 측은 콘서트를 허가한 로마시를 비판하고 나섰다.
루소 소장은 “군중의 집단행동으로 발생한 진동이 키르쿠스 막시무스 아래의 고대 터널과 팔라티노 언덕의 황실 궁전 유적을 위협하고 있다”며 “키르쿠스 막시무스에서는 오페라나 발레, 음악 공연 같은 특정 유형의 공연만 허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 로마시의 이벤트 책임자인 알레산드로 오노라토는 “키르쿠스 막시무스에 약 6만명의 젊은이가 모였지만 단 한 건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는 “한 소년이 낙상 사고로 다쳤지만, 다행히 괜찮다”며 “이 소년은 키르쿠스 막시무스가 아닌 콜로세움 고고학공원 구역에서 다쳤다. 아마도 루소 수장이 자신의 구역을 더 잘 통제했다면 소년은 다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비토리오 스가르비 문화부 차관은 “콘서트에서 발생한 후추 스프레이 소동, 지진급 진동 등에 대해서는 제재가 필요하다.이는 유적지 보존에 문제가 될 수 있는 행위로 기본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라며 루소 소장의 의견을 일부 인정했다.
그는 “루소 소장의 지적은 유적지 활용의 기본 원칙을 재확인했다. 기본 원칙을 어기지 않고도 충분히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치룰 수 있을 것”이라며 키르쿠스 막시무스를 콘서트 무대로 활용하기 위해선 문화재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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