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서 고객 몰래 증권계좌 개설…금감원, 긴급 검사

실적 높일 목적으로 고객 동의없이 증권계좌 추가 개설
금감원 "의심 계좌 전건 검사해 엄정하게 조치할 예정"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대구은행 수성구 본점 모습. 2021.08.04. lmy@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최근 거액 횡령 사건과 미공개정보를 활용한 주식투자 등으로 은행권의 부실한 내부통제가 도마에 오른 가운데 대구은행에서 직원들이 고객 몰래 1000여개의 주식계좌를 개설한 사실이 확인돼 금융당국이 검사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10일 대구은행이 고객 동의없이 예금 연계 증권계좌를 임의로 추가 개설한 혐의와 관련해 지난 9일 긴급 검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대구은행의 일부 영업점 직원들은 1개 증권계좌를 개설한 고객을 대상으로 본인 동의없이 다른 증권계좌를 추가 개설했다.

예컨대 고객이 영업점에서 작성한 A증권사 계좌 개설신청서를 복사한 후 이를 수정해 B증권사 계좌를 임의로 개설하는 식이다.

대구은행은 지난 2021년 8월부터 은행 입출금통장과 연계해 다수 증권회사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했는데 직원들이 증권계좌 개설 실적을 높일 목적으로 이같은 일을 벌인 것이다.

특히 일부 대구은행 직원들은 자신들이 고객의 증권계좌를 몰래 개설했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고객에게 가는 계좌개설 안내문자(SMS)를 차단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대구은행은 직원들의 이같은 비위 행위를 인지하고도 금감원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 결과 금감원은 지난 8일 외부 제보 등을 통해 관련 사실을 인지했다.

대구은행은 지난 6월30일 이번 건과 관련한 민원을 접수하고 지난달 12일부터 현재까지 자체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금감원은 대구은행의 자체감사와 별개로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즉시 검사를 개시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검사에서 임의 개설이 의심되는 계좌 전건에 대해 철저히 검사하고 검사 결과 드러난 위법·부당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조치할 예정"이라며 "대구은행이 이번 건을 인지하고도 금감원에 신속히 보고하지 않은 경위를 살펴보고 문제가 있다면 이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고 전했다.

은행권에서는 최근 직원들의 일탈과 비위 행위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700억원대의 횡령 사건 여파가 완전히 가시기도 전에 지방은행인 경남은행에서도 562억원의 직원 횡령·유용 혐의가 지난 2일 확인됐다.

전날에는 KB국민은행 직원들이 증권업무를 대행하며 미공개정보로 127억원에 달하는 부당이득을 취한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대구은행 직원들의 고객 동의 없는 증권계좌 개설 사건까지 더해지면서 은행권의 부실한 내부통제를 향한 비판도 거세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의 은행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추진되는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앞두고 이번 사건이 변수로 작용할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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