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이스라엘과 국교 정상화 미국과 큰 틀에서 합의" WSJ

사우디, 美측에 민수용 핵프로그램 개발 허용 요구
나토에 준하는 고강도 상호 안보 협정 체결도 포함
미국은 "사우디에 중국 군사 기지 들어서면 안돼"

[제다=AP/뉴시스]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스라엘과 국교 정상화를 두고 미국과 큰 틀에서 합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6월 7일 사우디 제다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회담하는 모습. 2023.8.10.

[서울=뉴시스] 권성근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스라엘과 국교를 정상화하기로 큰 틀에서 합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다만 세부 사항 조율 문제로 국교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관리들은 앞으로 9개월에서 12개월 사이에 양국 간 국교 정상화 관련 세부 사항을 구체적으로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조심스럽게 낙관론을 펼쳤다.

이런 진전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2주 전 제다에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조좌관을 만나면서 구체화됐다고 한다.

사우디 측은 미국에 민수용 핵프로그램 개발 허용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준하는 고강도 상호 안보 협정 체결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는 또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수립과 관련해 이스라엘에 상당한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그 대가로 미국은 사우디에 중국과 관계 강화를 제한할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미국 관리들은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국교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미국, 사우디, 이스라엘 3국 사이에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동에서 미군의 존재감을 확보하고 제한된 지원 속에 이란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지역 안보 동맹을 구축하려고 노력했다.

이와 관련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사우디 등과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갈 길은 멀다고 밝혔다.

커비 조정관은 "합의된 협상 틀이 없으며, 정상화 또는 우리와 우리의 친구들이 이 지역에서 가지고 있는 다른 안보 관련 사항들은 성문화할 합의된 틀도 없다"고 말했다.

미국 관리들은 사우디에 중국의 군사 기지가 들어서는 것을 허용해서 안 된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협상팀은 또 사우디가 중국 화웨이 기술을 사용하지 말고 석유를 판매할 때 중국의 위안이 아닌 미국의 달러를 사용하라고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관리들은 전했다.

사우디 관리들은 빈살만 왕세자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수립에 반대하는 이스라엘의 극우 연립정부와 협상을 서두르지 말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 워싱턴D.C. 소재 싱크탱크인 중동 연구소의 브라이언 카툴리스 선임 연구원은 이번 협상을 에베레스트 산을 연달아 오르려는 산악인들과 비교했다.

그는 "매우 위험한 지형"이라며 "그들이 산악로를 벗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4~5가지가 있다. 그것(합의)은 단기적으로 가능성이 작아 보이지만 누가 알겠는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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