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사장님도 위반하면 그만둬야 했던 그 규정, 한국에도 필요하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인생의 고민 중 어쩌면 가장 크게 다가올지도 모를 '연애', 이 둘이 결합했다면? '직장고민상담소-대나무슾'의 서브 코너 '비밀리'에서 연애전문가들의 발랄하고도 진지한 경험담과 조언을 들어보세요!
A 씨는 사내연애를 하다 헤어진 후 전 애인으로부터 스토킹을 당하다가 피해자인 자신이 되려 해고되게 생겼다며 상담을 요청해 왔다. 전 애인과는 4개월 정도 만나다가 헤어졌는데, 전 애인(가해자)은 A 씨의 집에 찾아와 몇십 분 동안 초인종을 누르고 현관문을 발로 차는 등 소란을 피웠고, 출근하려 집을 나서는 A 씨를 기다렸다가 따라와 자가용 문을 붙들고 닫지 못하게 했다. 전화를 받으라며 지속적으로 메시지와 부재중 전화를 남기기도 했다.
A 씨가 계속 거부하여 자기 뜻대로 움직이지 않자, 가해자는 “공과 사를 구분해라”(공과 사를 정말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본인이면서 저렇게 말했단다), “내가 시키는 일에 불만 갖지 말고 해라”, “싫으면 때려치워라”는 등의 발언을 거리낌 없이 했고, A 씨가 들을 수 있는 거리에서 친구와 통화하면서 “한 대 때리고 싶어”, “아직도 버릇 못 고쳤어”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 A 씨의 업무용 메신저를 훔쳐보기까지 했다. A 씨는 가해자의 행위를 스토킹으로 경찰에 신고하여 법원으로부터 잠정조치 결정을 받았다. 그러자 가해자는 자신을 개인 친분으로 입사시켜 준 사장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A 씨가 해고되도록 만들었다.
A 씨의 사례 외에도, 직장갑질 119에는 “직장 상사가 퇴근 후 저녁 식사를 하자며 불러서는 사적인 이야기를 했고, 부담스러워 피하자 정규직으로 채용해 주겠다고 했다”, “대표가 사귀자고 한 것을 거절했더니 업무에서 배제하고 폭언을 했다”는 등 사례가 다수 접수된다. 많은 경우 가해자는 상급자였고, 피해자는 거절의 결과 업무환경 악화를 경험하였으며, 퇴사를 고민하거나 실제로 퇴사하였고, 회사에 신고하더라도 보복으로 인한 2차 피해를 당하였다. 사적 영역으로 여겨지는 ‘연애’ 또는 ‘구애’가 공적 영역인 ‘직장생활’에도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직장인 72% “사내연애 금지 필요하다”
직장에서의 연애나 구애가 직장생활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사례로 확인한 직장갑질 119는, 작년 11월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직장에서 우위에 있는 자와 후임 간의 사적인 연애를 금지하는 취업규칙을 제정하는 것에 동의하는지 물었다. 직장인 10명 중 무려 7명(72%)이 사내연애 금지 규정에 동의한다고 응답하였다. (남성은 70%, 여성은 74.7%로 여성이 약간 더 높았다.) A 씨를 포함한 다수 피해자가 경험한 원치 않는 구애와 만남 강요, 괴롭힘과 같은 거절 보복, 스토킹 등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 가는 결과다.
국내에서는 매우 생소하지만, 외국에서는 사내연애 금지 규정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 CNN 방송은 고용하거나 감독하는 관계에 있는 사람과 사적인 관계를 맺게 되면 인사팀에 보고하게 되어있어, 2022년 2월 CNN의 대표 제프 저커는 자신의 후임인 부사장과 연애하면서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임하였다. 하버드 대학 역시 평가‧감독 권한이 있는 상급자와 직속 후임 간의 합의된 관계가 존재할 경우, 상급자는 이를 인사 담당자에게 보고하여 대안적인 평가‧감독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협조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구글은 감독 권한, 평가 권한 등 우위에 있는 자와 후임 간의 사적 관계를 금지하고 있고, 한술 더 떠 정직원뿐만 아니라 외부인력 직원(하청직원, 임시인력, 독립 계약자 등)과도 사적 관계를 금지하고 있다.
외국처럼 한국 기업에도 사내연애 금지 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 여러 반대 의견에 부딪힌다. 개인의 사생활에 회사의 지나친 개입과 간섭을 용인하는 것이라든가, 행복추구권을 침해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실생활에서는 사내연애로 결혼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현실성이 없다는 의견도 있고, 사랑 때문에(?) 사람을 내보내는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할 여지가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모두 말도 안 되는 억지는 아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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