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발 떨어져가는 K-좀비, 유통기한 늘릴 수 있을까?

아이즈 ize 신윤재(칼럼니스트) 2023. 8. 10.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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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신윤재(칼럼니스트)

넷플릭스 '좀비버스', 사진=넷플릭스

대한민국의 각종 문화 콘텐츠에 'K-콘텐츠'라는 별칭이 붙기 시작할 무렵, 공포와 스릴러를 자극하는 장르의 작품에도 하나 붙은 별칭이 있다. 그 이름은 바로 'K-좀비'. 'K-좀비'는 좀비라는 호러의 하위 카테고리에서도 독특한 지위를 획득한 '로컬 좀비'로서 그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세월도 거의 10년. 이제 그 유통기한을 고민할 때가 온 게 아닌가 싶다. 

'K-좀비'는 이제 신선한 설정이 아닌 여름만 되면 으레 한 번 나올 것 같은 공포, 호러의 '클리셰'가 됐다. '뻔한 설정'이라는 '클리셰'의 뜻답게 'K-좀비'의 등장이 이제 어떠한 자극이나 재미를 주기에는 진부해졌다고 보는 편이 맞다. 최근 좀비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들을 둘러싼 분위기 역시 그 유통기한을 고민하게 한다.

지난 8일 공개된 넷플릭스의 예능 '좀비버스'는 그 이름답게, 본격적으로 좀비의 세상을 꿈꾼 기획이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MBC에서 연출하고, 카카오TV의 '개미는 오늘도 뚠뚠' 등을 연출한 박진경PD의 작품이다. 그는 리얼한 긴장과 공포를 기치로 내걸고 그에 가장 적합한 소재로 'K-좀비'를 골랐다.

그 시작 역시 다소 충격적이었다. 박PD는 노홍철과 박나래, 딘딘, 이시영, 빌리의 츠키 등 출연자들을 모아놓고, 비연예인 출연자들이 연애를 하는 연애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녹화한다는 말로 이들을 속인다. 그렇게 출연자들이 맘 편하게 녹화에 몰입한 사이, 한 명의 여성 출연자의 몸에서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그가 갑자기 앞에 있는 남성 출연자의 목을 물어뜯으면서 프로그램의 성격은 급격하게 변한다.

이들은 이 장소를 탈출해 한 마트로 가 유튜버 꽈추형, 덱스, 그리고 콩고민주공화국 출신의 방송인 조나단, 파트리샤, 야구선수 출신 방송인 유희관 등을 만나는데 좀비가 나타나기 전 식량을 구하고, 제작진이 제시한 각종 과제를 해결한다.

문제는 좀비가 예전의 예능에서처럼 그렇게 긴장감을 조성하는 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무릎부상을 당한 박나래의 경우 대놓고 봐주는 모습을 보이고, 흉측한 모습으로 출연자들을 쫓는데 덱스의 말처럼 "힘도 그렇게 안 세고, 밀면 밀리는" 정도로 약하기도 하다.

디즈니플러스의 '더 존:버텨야 산다'에서도 좀비는 단골출연 손님이다. 지난해 시즌 1에서 과거로 돌아가 '조선의 좀비'를 보였다면, 이번 두 번째 시즌에서는 수영장을 배경으로 증식을 거듭하는 좀비의 모습이 보인다. '좀비버스'나 '더 존'의 경우 많은 제작비와 걸출한 제작진으로 힘을 많이 줬지만, 유저의 유입에 있어 유의미한 기록을 남기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 존 버텨야 산다 2'.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K-좀비'의 기원으로 거슬러 가자면 7년 전 개봉한 연상호 감독의 영화 '부산행'을 꼽을 수 있다. 좀비 바이러스로 대한민국이 혼란에 빠진 와중에 서울역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부산역으로 가야 했던 일련의 기차 승객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에서 등장한 좀비의 모습은 그야말로 충격에 가까웠다.

좀비라는 소재는 당시에도 비교적 익숙했다. 왜냐하면 대중문화에 좀비라는 소재가 처음 등장한 것이 1969년 개봉한 영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이었고, 1979년 '좀비 2'라는 영화가 개봉하면서 호칭도 정착이 됐기 때문이다. 중남미를 중심으로 퍼졌던 부두교의 전설에서 비롯된 좀비라는 존재는 움직일 수 있는 시체를 일컫는 말이었고, 신체조직이 부러지거나 썩어 제대로 기능을 못 해 이들의 움직임은 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산행'에서의 좀비는 속도도 빠르고 증식도 빨랐다. 좀비의 입장에서는 진화가 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부산행'이 1150만관객을 부르는 대흥행을 하고 해외에서도 유명해지자 'K-좀비' 고유의 행태는 여러 작품을 통해 확대 재생산됐다. 넷플릭스 '킹덤'을 통해 전 세계의 유행을 불렀고, OTT플랫폼이 활발해진 상태에서 '지금 우리 학교는' '괴이' 등의 작품을 통해 더욱 그 양상이 구체화됐다.

'지금 우리 학교는', 사진=넷플릭스 

드라마와 영화에서 유행하자 예능에서도 그 형식을 차용했다. 정종연PD가 tvN에서 연출한 '대탈출'에서 좀비 관련 에피소드가 선보였고, '더 존:버텨야 산다'에 이어 '좀비버스'로 이어진 것이다. 고도의 특수분장 능력과 연기자들의 정교한 연습 그리고 규모의 스펙터클이 필요한 좀비물은 위기에 몰린 인간들의 본성을 알 수 있다는 부가적인 소득도 있어 많은 대중문화 콘텐츠로 애용됐다.

하지만 빠른 좀비 'K-좀비'의 면모 역시 시간이 지나자 수용자들에게는 익숙해졌다. 창작자들은 다양한 부가설정을 넣고, 페널티나 퇴치법도 넣는 등 변주를 시작했지만, 좀비라는 존재가 주는 익숙함은 그 변화의 노력을 넘어서기 일쑤였다. 급기야 좀비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흥미도 최근 떨어지는 추세다. 

최근에 등장하는 'K-좀비' 콘텐츠 그리고 그 흥행의 약세는 이제 드라마나 예능의 창작자들에게 또 어떤 돌파구가 있는지 묻고 있다. 기시감이 오히려 독이 되는 문화 콘텐츠의 특성상 익숙함은 이러한 장르의 발전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과연 언제까지 'K-좀비'의 그저 그런 모습을 참아줄 수 있을까. 그리고 창작자들이 생각하는 'K-좀비'의 유통기한은 과연 늘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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