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찬 중용' 로페테기와 전격 결별한 울버햄턴, 대신 '40세 젊은 감독' 오닐 선임 '계약기간 3년'[오피셜]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황소' 황희찬의 소속팀 울버햄턴이 결국 예상대로 개리 오닐 감독을 선임했다.
울버햄튼은 9일(이하 한국시각)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오닐 감독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그는 본머스를 이끌며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계약 기간은 3년'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일단 울버햄턴은 공석이 된 감독직을 빠르게 메우며, 개막을 앞두고 이어지고 있는 혼란을 최소화했다.
울버햄턴은 격변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울버햄턴은 같은 날 훌렌 로페테기 감독와 전격 결별했다. 울버햄턴은 공식 채널을 통해 '로페테기 감독과 결별하기로 합의했다. 9개월 동안 이어졌던 로페테기 체제가 끝났다. 로페테기 감독은 지난해 11월 울버햄턴에 부임해, 잔류를 이끌었지만 특정 사안에 대한 의견 차이를 인정했다. 원만히 계약을 종료하는 것이 모든 당사자에게 있어 최선이라 동의했다'고 전했다.
로페테기 감독은 "울브스와 구단 구성원 모두에게 행운이 있길 기원한다. 이 멋진 클럽을 지휘할 수 있는 기회를 줘 감사하다. 모두와 함께 이 모험을 즐길 수 있어 영광이었다. 매 순간 지지와 도움에 감사를 표한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한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 그리고 팬들에게 고맙다"고 작별 인사를 남겼다.
맷 홉스 울버햄튼 단장도 "구단의 모든 사람을 대신하여 로페테기 감독과 그의 코칭스태프가 구단에서 지내는 동안 보여준 헌신과 노고에 감사를 표한다. 그들은 잔류를 목표로 삼았고, 남은 경기에서 목표를 달성했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어 "우리의 야망은 로페테기 감독과 함께 새 시즌을 시작하는 것이었지만 몇 가지 주요 주제에 대한 의견 차이가 있었다. 모든 당사자는 새 시즌을 앞두고 헤어지는 것이 최선이라는 데 동의했다. 성공적인 프리시즌을 마친 로페테기 감독과 그의 코칭스태프는 다음 주 시즌 개막을 앞두고 떠난다"고 설명했다.
로페테기 감독의 퇴단은 예견됐다. 지난 5월 영국 데일리메일은 '로페테기 감독이 올 시즌 종료 후 울버햄턴과 이별 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로페테기 감독은 지난해 11월 울버햄턴의 지휘봉을 잡았다. 당시 울버햄턴은 리그 꼴찌였다. 강등이 유력했다. 울버햄턴은 경험 많은 로페테기 감독 영입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로페테기 감독은 "유로파리그 우승보다 울버햄턴 잔류가 더 힘든 미션"이라고 했지만, 그 힘든 일을 해냈다. 22경기에서 9승을 챙기면서 잔류를 확정지었다.
프리시즌부터 함께 하는만큼,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로페테기 감독은 일찌감치 다음 시즌 구상을 구단에 전했다. 하지만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재정 문제였다. 지난 주말, 에버턴과의 경기를 앞던 로페테기 감독은 "회장과 미팅을 가졌다. 내가 몰랐던 재정적페어플레이룰에 관한 문제가 있었다"며 "올해 구단이 투자했음에도 상당히 어려웠다. 투자 없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경쟁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빨리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고 했다.
EPL 구단들은 수익 및 지속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3년 주기로 회계 장부에 대해 평가를 받는다. 구단 재정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결론이 나면, 리그 사무국으로부터 징계를 받는다. 징계 수위는 구단의 장부가 얼마나 지속 가능성이 없는지, 수익과 지출의 불균형성에 따라 달라진다. 울버햄턴은 2020~2021시즌 4500만파운드(약 755억원), 2021~2022시즌에 7000만 파운드(약 1174억 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울버햄턴은 잔류를 위해 이적시장에서 무리한 투자를 감행했다. 파비오 실바, 마테우스 누녜스, 마테우스 쿠냐 등 큰 돈을 써서 데려온 선수는 설상가상으로 실패했다. 당초 원했던 잔류라는 성과를 얻기는 했지만 장부에 구멍이 나버렸다. EPL 사무국이 허용하고 있는 적자의 규모는 1억500만 파운드(약 1762억 원)로 알려졌다. 지난 두 시즌간 1억1500만파운드의 손실이 난 울버햄턴은 이미 허용치를 초과해버린 상태다.
이로 인해 울버햄턴은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매우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팀 핵심 선수였던 주앙 무티뉴, 후벵 네베스, 네이선 콜린스, 아다마 트라오레 등을 내보냈다. 영입은 맷 도허티를 자유계약으로 영입한 게 전부다.
울버햄턴이 이번 여름이적시장에서 선수를 데려올 수 없게 되자, 로페테기 감독도 고민에 들어갔다. 로페테기 감독은 지금 스쿼드로는 EPL에서 경쟁이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울버햄턴이 야망을 보이지 않은만큼, 로페테기 감독이 남을 이유가 없었다. 로페테기 감독은 마지막까지 구단의 투자를 기대했지만 로페테기 감독은 이미 많은 클럽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포르투, 레알 마드리드, 세비야 등에서 능력을 보여준데다, 울버햄턴에서도 가치를 확인시킨만큼, 로페테기 감독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다. 구단 역사상 최고의 감독을 보유하고도, 지원을 제대로 해주지 않아 놓쳐버린 최악의 상황이 되어 버렸다. 2003년부터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로페테기 감독은 스페인 연령별 대표팀을 성공적으로 이끈 것을 시작으로, 세비야, 스페인 대표팀, 레알 마드리드 등 최고의 팀을 이끌었다. 세비야 시절에는 유로파리그 우승까지 이끈 명장 중의 명장이다. 팬들도 당연히 울상을 지을 수 밖에 없다.
우리 입장에서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는게, 로페테기 감독은 황희찬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를 보여줬다. 황희찬은 지난 시즌 다사다난했던 시즌을 보냈다. 울버햄턴 유니폼을 입고 두번째 시즌을 보낸 황희찬은 잦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고생했다. 데뷔 시즌 정규리그 30경기에 나서 5골을 넣은 황희찬은 이번 시즌에는 27경기에 출전, 3골을 넣었다. FA컵에서 기록한 1골을 더하면 황희찬의 공식전 득점 기록은 4골이다. 도움은 정규리그 1개, 리그컵 2개를 합쳐 3개를 기록했다.
카타르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을 확정짓는 포르투갈전 결승골을 성공시킨 황희찬은 부상의 늪에 빠지며, 기대만큼의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다행히 시즌 막판 좋은 모습을 보였다. 3월 뉴캐슬전에서 시즌 마수걸이골에 성공한 황희찬은 부상 복귀전이던 4월 브렌트포드전에서 2호골을 넣었다. 꾸준한 출전으로 기세를 올리던 황희찬은 5월 에버턴전에서 3호골을 쏘아올렸다. 부상으로 스쿼드 합류가 들쑥 날쑥했음에도 로페테기 감독은 기회가 될때마다 황희찬을 중용했다. 황희찬도 몸상태가 좋으면 그 기대에 부응했다. 올 시즌 로페테기 감독의 신뢰 속 잔류를 택하며, 새로운 시즌에 도전하려던 황희찬의 계획에도 문제가 생긴 것은 분명하다.
새로 지휘봉을 잡은 오닐 감독은 40세의 젊은 지도자다. 포츠머스, 미들즈브러, 웨스트햄, 퀸스파크 레인저스, 노리치시티, 브리스틀 시티 등 잉글랜드 구단에서 활동했고, 2019년 볼턴에서 선수 생활을 마쳤다. 이후 2020년 리버풀의 23세 이하 팀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오닐 감독은 2021년부터 AFC 본머스에서 일했다. 본머스는 2021~2022시즌 잉글랜드 2부리그에서 2위에 올라 2022~2023시즌 EPL에 승격에 성공했다.
4라운드에서 리버풀에 0대9 참패를 당해 스콧 파커 감독이 전격 경질된 뒤 오닐 감독은 대행을 맡아 사령탑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정식 계약을 맺고 리그 15위로 본머스의 EPL 잔류를 이끌고도 시즌 후 지휘봉을 내려놓은 오닐 감독은 약 2개월 만에 EPL 내에서 새로운 직장을 찾아 본머스를 상대 팀으로 만나게 됐다.
로페테기 감독이라는 확실한 거물의 후임으로는 약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가운데, 일단 울버햄턴은 오닐 체제로 시즌을 시작하게 됐다. 울버햄턴은 15일 오전 4시 맨유와 2023~2024시즌 EPL 1라운드를 치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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