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첨단기술 투자 제한…韓 동참 압박 커질듯 [대중투자 제한]

2023. 8. 10.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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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반도체 장비·반도체칩 수출 통제에 이어 9일(현지시간) 이들 분야를 포함한 첨단 기술에 대한 미국 자본의 중국 직접 투자도 제한하면서 국가 안보의 핵심인 첨단 기술을 둘러싼 미중간 갈등이 더 격화할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반도체 수출 통제가 미국의 기술이 중국군 현대화에 사용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라면, 이번 조치는 중국이 미국의 자본을 이용해서 미국을 안보적으로 위협하는 것을 막겠다는 차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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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앞 횡단보도 신호등에 멈춤 신호가 켜져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미국이 반도체 장비·반도체칩 수출 통제에 이어 9일(현지시간) 이들 분야를 포함한 첨단 기술에 대한 미국 자본의 중국 직접 투자도 제한하면서 국가 안보의 핵심인 첨단 기술을 둘러싼 미중간 갈등이 더 격화할 전망이다. 중국에 대한 각종 견제 조치와 관련해 동맹의 동참을 압박하는 기류가 강해지면서 미국이 한국에게도 이 조치에 참여하도록 압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9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와 양자컴퓨팅, 인공지능(AI) 3개 분야에 대해 미국 자본의 대중 투자를 규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탈, 인수합병(M&A)와 합작사업 등을 통한 해당 분야의 대중 투자가 모두 규제 대상이다.

지난해 10월 반도체 수출 통제가 미국의 기술이 중국군 현대화에 사용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라면, 이번 조치는 중국이 미국의 자본을 이용해서 미국을 안보적으로 위협하는 것을 막겠다는 차원이다.

미국이 첨단 기술에 대한 대중국 투자 금지 조치를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은 중국인들의 대미 투자에 대해 오랫동안 우려를 해왔지만, 대중 투자 흐름에 대한 광범위한 제한을 시도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금지되는 거래 유형은 인수합병, 사모펀드, 벤처캐피탈 등을 통한 지분 인수, 합작 투자, 주식 전환이 가능한 특정 채무 금융 거래 등이다. 다만 재무부는 주식 시장을 통한 거래, 인덱스펀드, 뮤추얼펀드 등 간접 투자에 대해서는 규제를 면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투자 규제는 자본 유입에 따라 중국 기업이 얻는 다른 이득을 차단한다는 의미도 크다. 미 재무부는 보도 참고 자료에서 “미국의 투자에는 경영지원, 투자·인재 네트워크, 시장 접근 등 기업이 성공할 수 있는 무형의 이익이 통상 수반된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미국의 이번 조치에 강력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는 미국발 규제 대응을 위해 갈륨·게르마늄 등 자국 반도체 핵심 원료 수출을 제한한 바 있는데, 이번 조치에 맞서 미국 등에 타격을 입힐 추가 조치를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

주미 중국대사관은 이번 조치에 대해 “우리는 진행 과정을 면밀히 지켜볼 것이며 우리의 이익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중국이 취할 맞대응 조치가 연초 정찰풍선 사태 이후에 대화를 일부 복원한 미중 관계의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맥락에서 이달 말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의 방중, 왕이 외교부 부장의 연내 방미 가능성, 11월 샌프란시스코 아태경제협력체(APEC) 계기 미중 정상회담 등 중요 외교 일정이 어떻게 전개될지도 주목된다.

한편 이번 조치가 미국 자본에 적용되고 있어 당장 한국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이 동맹국에 대해 각종 대중 견제 조치에 동참할 것을 압박해온 만큼, 한국에도 어떤 형태로든 동참 압박이 제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미 미국 정부는 해당 사안에 대해 주요 동맹국들과 사전 교감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미 고위 당국자는 지난 5월 주요 7개국(G7) 히로시마 정상회의에서도 해당 문제가 논의됐으며, 영국과 독일 등 일부 유럽 동맹국이 미국과 비슷한 성격의 자체 규제에 착수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조치에 동맹의 참여는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은 G7과 다른 동맹국들에게 유사한 조치를 가하도록 요구할 것”이라면서 “정부들이 결단을 내려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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