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나라 "영양실조 캐릭터 표현 위해 10kg 굶으며 빼, 결과 보니 희열 느껴" [인터뷰M]

김경희 2023. 8. 1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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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라는 폐쇄적인 조직의 알지 못했던 혹은 외면했던 부조리를 날카롭게 직시하며 큰 사회적 화두를 던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시즌 2(각본 김보통 한준희/연출 한준희)에서 성소수자 탈영병 '장성민(니나)'을 연기하며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눈도장을 찍은 배우 배나라를 만났다.

iMBC 연예뉴스 사진


배나라는 iMBC 연예와의 인터뷰에서 군대와 각별한 인연이 있는 배우로의 삶을 이야기했다. 이렇게 되려고 그랬던 걸까. 2013년 군대에서 뮤지컬 배우로 데뷔했던 그는 뮤지컬 배우의 꿈을 꾸기 시작하면서부터 연습했던 헤드윅 OST인 'Wig in a box' 곡을 데뷔 10년 만의 첫 매체 연기인 군 소재의 시리즈 'D.P.' 속에서 부르게 되었다며 "정말 의미 있는 연결고리가 있다. 군대에서의 데뷔, 첫 매체 연기도 군대 소재, 처음 연기 공부할 때 봤던 '갈매기'라는 작품 속 인물의 이름 '니나'로 수없이 많이 불렀던 노래를 이 작품에서 또 불렀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며 "너무 재미있게 본 시리즈였는데 제가 이 시리즈의 시즌 2에 출연하다니! 그래서 더 선물 같은 작품이고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라며 시즌 2의 출연 소감을 밝혔다.

시즌 2에 출연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모른 채 'D.P.' 시즌 1을 10차례나 정주행 할 정도로 푹 빠져서 재미있게 봤다는 배나라는 "6개 에피소드를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넋 놓고 봤다. 배우로서 공부하고 싶은 마음도 커서 선배 연기자들의 연기를 유심히 봤던 작품이다."라며 시즌 1공개 당시 시청자 입장에서 콘텐츠를 즐겼음을 이야기했다.

처음부터 카메라 연기를 꿈꾸거나 목표로 삼지 않고 뮤지컬 배우로서 무대 위에서 어떻게 하면 더 관객을 만족시키고 스스로의 기량을 키울지에만 관심이 있었다는 배나라였기에 'D.P.'의 오디션 제안은 너무나 놀라운 일이었다고 한다. 그는 "새로운 세계로 도전하는 큰 계기가 된 게 오디션 연락이었다. '장성민' 캐릭터가 소화해야 하는 이미지적인 부분(드랙퀸 외형에 출중한 노래 실력)이 있었기에 제작진이 고심을 했던 것 같고 뮤지컬 배우들 중에서 많은 분을 탐색하셨더라. 뮤지컬 배우, 연극배우들이 많은 오디션을 봤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저한테도 오디션 제안이 왔었다."라며 오디션 당시 뮤지컬 배우들 사이에 누가 오디션을 봤다는 둥, 그래서 누가 캐스팅될 것 같냐는 이야기까지 업계에서 돌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한준희 감독도 '장성민' 캐릭터의 캐스팅을 위해 엄청나게 많은 오디션을 봤다고 밝혔는데 배나라는 과연 수많은 후보들 중에서 어떤 매력이 있어서 캐스팅이 된 걸까? 그는 "뮤지컬 '킹키부츠'에서 '엔젤'을 연기하며 이미 드랙퀸의 경험이 있었기에 오디션 후보가 되었을 것 같다"라고 오디션 후보에 선정된 이유를 추측했다. 그리고 "오디션 이후 조감독과 몇 시간에 걸쳐 제가 살아왔던 이야기를 나눴었다. 어떻게 살았고 어떻게 연기를 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으며 어떤 느낌을 받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를 정말 엄청 자세하게 이야기했었다. 그 과정에서 제가 '장성민'과 어느 정도 비슷한 정서를 겪었을 거라 생각하신 것 같다."라며 노래, 연기, 이미지보다 삶의 결이 비슷해서 캐스팅된 게 아닌가라며 조심스럽게 생각을 밝혔다.

'장성민'처럼 성 정체성의 곤란을 겪거나 주변의 괴롭힘을 당하며 살아온 건 아니지만 꿈을 이루고자 하는 순수한 열망과 열정만큼은 '장성민' 못지않았다는 배나라는 캐스팅이 결정된 이후 'D.P.'시즌 2의 대본을 받고 희망과 불안감이 동시에 들었단다. '드랙퀸' 연기를 뮤지컬에서 해봤기에 그것만큼은 누구보다 잘할 수 있겠다는 희망감과 한 번도 안 해본 매체 연기에서 이 인물의 감정 표현을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 사이에서 배나라를 안정되게 이끌어준 건 바로 한준희 감독이었다고. 촬영 환경이 낯선 그를 위해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려주고 배나라 스스로가 '장성민'에 빠져들 수 있도록 재촉하지 않고 다양한 기회를 준 한준희 감독 덕에 욕심으로 마음을 채우기보다 매 순간 마음을 비우는 노력을 하며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었다고 한다.

iMBC 연예뉴스 사진


현장에서 한준희 감독이 배나라에 게 요구했던 것은 감정의 극단이었단다. 확실하거나 오히려 그걸 뛰어 넘는 감정을 요구했다면서 너무 피곤하고 지치는 상황이라면 한숨 쉬거나 힘든 표정을 짓는 게 아니라 이미 그 단계를 지난 뒤 멍 때리며 자기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쪽잠에 빠져버리는 모습을 요구한다거나, 슬픈 상황에서는 우는 모습이 아닌 너무 울어서 눈물이 나지 않는 상황까지 갔으면 좋겠다는게 한준희 감독의 디렉션이었다고. '장성민'의 세상은 일반인이 겪는 감정의 단계와는 비교를 할 수 없는 극한의 감정이 휘몰아치는 세상이었다. 그랬기에 매번 감정을 표현할 때마다 마음을 비워내지 않으면 가짜 연기가 튀어나와 항상 마음을 비우는 시간과 과정이 필요했다며 '장성민'에게 가까워지는 과정을 이야기했다. 배나라의 이야기를 듣고 다시 'D.P.' 시즌 2를 돌려보니 그가 연기한 '장성민'의 감정 표현이 한층 더 세심하게 보였다.

시즌 2에 몰입했던 시청자들은 '장성민'의 엔딩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살아 있을 때도 행복하지 않았던 '장성민'이 끝내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하게 했어야 했냐는 시청자들의 불만에 배나라는 "연기할 때는 '장성민'에 집중했었는데 작품이 공개된 이후 '커튼콜' 에피소드를 다시 보니 '준호'와 '호열'에게 숙제를 주기 위한 에피소드였다는 걸 깨달았다. 'D.P.'의 모든 에피소드는 '준호'와 '호열'의 성장을 이뤄가는 과정이다. 주인공들에게 어떤 깨달음을 주기 위한 에피소드로 제 역할을 다 한 거라 생각한다"라며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물론 "죽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살고 싶다는 생각의 끝이 결국 그런 모습이었던 것 같다. '장성민'이 원하는 꿈을 위해 공항으로 갔지만 모든 게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는 세상과 자신에 대한 원망으로 또다시 도망치게 한 것 같다."라며 캐릭터의 입장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표현하기는 했지만 전체 시리즈에서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알고 있는 모습에서 똘똘한 신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양실조로 죽어가는 피폐한 '장성민'을 보여주고 싶어서 캐릭터의 상황처럼 공복으로 10kg을 감량하며 면역력이 떨어져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는 고생을 했다는 장성민은 "삶에 대한 애착과 자신에 대한 애증의 표현을 나 자신에서부터 시작하고 싶었다"라며 사서 고생을 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이렇게 힘들게 노력했던 부분도 있었지만 배나라는 무대에서의 경험이 있었던 드랙퀸의 분장은 "마치 내 옷을 입은 것 마냥 신나고 즐거웠다."라고 했다. "뮤지컬 분장 때와 달리 방송용 분장은 더 꼼꼼하고 섬세했다. 여러 가지 헤어스타일과 컬러의 가발을 써보며 '니나'의 비주얼을 만들었는데 보통 2~3시간의 분장 시간이 필요했다. 파주 세트장에서 메이크업을 마치고 카메라 앞에 서니 스태프분들이 너무 재미있어하고 신기해하시며 각자 휴대폰을 꺼내시길래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포즈를 취해드렸다."라며 자신 있던 부분을 촬영할 때는 현장을 적극적으로 즐기며 임했음을 알렸다.

배나라는 "제 입으로 말하기 쑥스러운데, 제가 다리가 좀 길고 라인이 예쁘다. 선이 곱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니나'를 표현하는 데는 많이 도움이 된 것 같다."라며 '니나'로 변신했을 때의 자랑할 만한 매력 포인트를 밝혔다.

'니나'로 극 중에서 배나라가 부른 노래도 크게 화제가 되었다. 뮤지컬 '헤드윅'의 넘버인 'wig in a box'와 'Midnight Radio'가 작품 속에서 소개되었고 이 곡을 부르는 '니나'의 애처로운 모습을 보고 있으면 왜 한준희 감독이 뮤지컬 배우 중에서 캐스팅을 하려 했는지 이해다 된다. 이 곡을 얼마나 연습했냐는 질문에 배나라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많이 연습하지 않았다. 뮤지컬을 처음 시작했을 때 불렀던 노래가 '헤드윅'이었다. 연기나 뮤지컬에 입문하면서부터 부르고 연습했던 노래가 '헤드윅' 넘버였기에 저한테 착 달라붙는 곡이었다. 마치 원래 제 노래를 부르는 것 마냥 편했다. 촬영할 때는 노래를 잘 불러야겠다는 생각을 않고 어떻게 하면 '장성민'같이 부를 수 있을지를 고민했었다."라며 자신에게 의미가 있는 곡을 부르게 되어 더 각별한 작품이라며 'D.P.'를 이야기했다.

"어느 장르에서도 쓰일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게 목표"라는 배나라는 무대와 매체 연기를 모두 경험해 본 뒤 "매체 연기를 통해 새로운 숙제가 생겼다. 더 많은 대중으로 하여금 내가 하는 무대가 보고 싶게 만들고 싶다. 무대를 너무 사랑하고 카메라 연기의 매력도 알게 돼서 새로운 사랑에 빠졌다."라며 좋은 기회가 온다면 분야를 가리지 않고 넘나드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다짐을 했다.

7월 28일 공개된 ‘D.P.’(디피) 시즌2는 준호와 호열이 여전히 변한 게 없는 현실과 부조리에 끊임없이 부딪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iMBC 김경희 | 사진 고대현 | 사진제공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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