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난동 범죄자부터 정치 지도자까지 모두 남탓하는 세상 [핫이슈]

김인수 기자(ecokis@mk.co.kr) 2023. 8. 10. 09:2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흉기 난동 범죄자는
자기 불행 세상 탓으로 돌리고
새만금 잼버리 파행에
여야 정부 지자체 지도자들
남탓하기에만 골몰
자기책임 인정 않는 지도자들
전례없는 묻지마 범죄에
책임감 느껴야 하지 않겠나

지난달 신림역에서 무차별로 흉기를 휘둘러 한 명을 사망에 이르게 하고 세 명을 다치게 한 조모 씨(33)의 범죄 행위는 또래 남성을 공격했다는 게 통상적인 묻지마 범죄와 차이점이다. 기존의 묻지마 범죄는 대체로 자신보다 약한 여성이나 노약자 어린이를 공격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조 씨는 왜 또래인 20대와 30대 남성만 공격했을까. 경찰에서 그가 했다는 진술에 단서가 있다. 그는 ‘나는 불행하게 사니까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그는 검거 직후 “여태까지 내가 잘못 살긴 살았는데, 열심히 살았는데도 안 되더라고”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그의 이런 진술 놓고 보면, 그는 자신의 불행을 남들과 세상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내가 불행한 데 대한 책임이 세상에도 있지만 일차적 책임은 내가 진다고 생각하면 ‘내가 불행하니 남들도 불행해야 한다’는 생각에 집착하지 않게 된다. 불행의 순간마다 그런 생각이 들 수 있다. 고통에 빠져 허우적댈 수도 있다. 하지만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흉기로 공격하는 데에는 이르지 않는다.

그가 또래 남성을 공격한 것을 보면, 또래 남성과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그 책임을 남성들에게 돌린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이 역시 자신의 불행을 남탓으로 돌렸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최근 서현역 인근에서 차를 몰아 인도로 돌진하고 무차별로 흉기를 휘두른 최모 씨(22)는 자신을 감시하는 스토커 집단이 있다는 망상에 빠져 범행을 저질렀다는 경찰 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납득이 어렵다. 차에 치이고 흉기에 찔린 사람들이 최 씨를 스토킹한다고 생각했다는 것인가. 그러나 이번 범죄는 인도와 백화점에서 무차별로 사람을 공격한 ‘묻지마 범죄’다. “나를 해하려는 스토킹 집단에 속한 사람을 살해하려고 했다”는 최 씨의 진술과는 모순된다. 역시나 자신의 불행을 세상 탓으로 돌리고 무차별로 누군가를 해친 범죄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범행 동기에 대한 보다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

이런 식의 남탓하기는 많은 범죄자들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가정폭력범들이 대표적이다. 그들은 자녀를 비롯한 가족에 폭력을 행사하고는 피해자 탓을 한다. ‘네가 이런 잘못을 저질렀으니 내가 이러는 거야’라고 생각한다. 자신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이다.

우리 사회는 이런 범죄자들 뿐만 아니라 지도자라는 사람들도 남탓하기에 골몰한다. 문제가 생겨도 자기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

새만금 잼버리 사태만 봐도 그렇다. 대회가 파행을 빚은 데 대해 정부 여당은 전 정권 탓을 하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현 정권 탓을 한다. 지방정부인 전라북도는 중앙정부 탓을 한다. 중앙정부는 사업을 잘하라고 예산을 넘치게 주었는데 그 돈으로 무엇을 했느냐고 전북도를 질책한다. 지도자 가운데 누구 하나 이게 내 책임이라고 나서는 이가 없다.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원들이 8일 떠난 전북 부안군 잼버리 야영장의 한산한 모습 [연합뉴스]
매일같이 뉴스에서 이런 권력자들의 ‘남탓하기’ 백태가 쏟아지고 있으니, 사회가 그 행태에 영향 받지 않을 수가 없다. 안 그래도 인간의 본성인 ‘남탓하기’가 더욱 심해질 판이다.

지도자들부터 자기책임을 인정하고, 잘못을 스스로 고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일반인들이 지도자의 행태로부터 보고 배우는 게 있을 것이다. 지금 같아서는 악습만 배울 판이다. 우리 사회에 전에 없던 ‘무차별 범죄’가 발생하는 데에는 지도자들도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