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신성해 성당서만 부른… 예수의 수난 그린‘聖歌의 정수’[이 남자의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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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9년 이탈리아 로마 외곽의 한 성당에서 평범한 성가대원이자 작곡가로 살아가던 그레고리오 알레그리(1582∼1652)는 46살의 늦은 나이에 교황청의 성가대에 입단하게 된다.
이 곡(미제레레 메이)은 너무나도 신성하고 아름답게 여겨져, 로마 교황청이 로마 바티칸, 그것도 시스티나 성당에서 특정한 날(성주간)에만 부르도록 제한해 온 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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聖주간 3일 동안만 부르게해
저잣거리선 함부로 허용안해
어느날 시민들이 흥얼거리자
모차르트 악보 절도 의심받아
알고보니 듣고 외워서 그린 것
그후 명곡으로 더욱 사랑받아
1629년 이탈리아 로마 외곽의 한 성당에서 평범한 성가대원이자 작곡가로 살아가던 그레고리오 알레그리(1582∼1652)는 46살의 늦은 나이에 교황청의 성가대에 입단하게 된다. 알레그리는 9살 때부터 성가대원으로서 꾸준히 교회에 봉사해 왔고, 18살부터는 당대의 음악가인 조반니 난니노 밑에서 교회음악을 배운 인물로 그의 신앙심과 교회음악에 대한 사랑은 그 누구보다 깊었다.
46살의 늦은 나이었지만 마침내 교황 우르바노 8세의 직속 성가대원이 된 알레그리는 1652년 죽는 날까지 일생을 성가대원으로, 지휘자로 또 작곡자로 봉직했다. 그가 작곡가로서 많은 작품을 남긴 것은 아니지만 그가 남긴 작품 중 ‘미제레레 메이’(주여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만큼은 교회음악, 아니 전 음악사에 있어 걸작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런데 이 작품이 지금까지 사랑받는 데는 ‘음악의 신동’ 모차르트(1756∼1791)와 얽힌 일화가 톡톡히 한몫하고 있다.
1770년, 14살의 모차르트는 아버지 레오폴트와 함께 이탈리아 로마를 여행 중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모차르트는 갑자기 들이닥친 교황청의 요원에 의해 체포된다. 죄목은 절도죄. 교황청이 오랫동안 꼭꼭 숨겨 뒀던 알레그리의 ‘미제레레 메이’ 악보를 훔쳤다는 게 체포 사유였다.
이 곡(미제레레 메이)은 너무나도 신성하고 아름답게 여겨져, 로마 교황청이 로마 바티칸, 그것도 시스티나 성당에서 특정한 날(성주간)에만 부르도록 제한해 온 곡이었다. 성주간의 테네브레(Tenbre·어둠) 의식, 부활에 앞서 예수님이 고난당하고 돌아가심을 기념하는 성주간(고난주간)의 마지막 3일 동안 촛불을 하나씩 꺼가면서 예수의 수난을 묵상하는 의식에서 부르던 곡이었다. 이 신성한 의식에서 촛불이 꺼지며 어둠으로 침잠하는 절정의 순간, 합창곡 ‘미제레레 메이’가 울려 퍼지며 신성하고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던 것이다.
당시 로마 교황청은 이렇게 아름답고 신성한 음악은 저잣거리에서 함부로 울려 퍼져선 안 된다고 생각해 악보 창고 앞에 경비병까지 세워두고 이 악보의 유출을 철저하게 막아왔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부터 로마의 길거리에서 시민들이 이 노래를 흥얼거리고 다니기 시작했고, 당국의 추적 끝에 모차르트가 범인으로 지목돼 교황청에 끌려오게 된 것이다.
당국은 모차르트가 악보를 훔쳤거나 혹은 성당의 한편에서 몰래 필사를 해 유출한 것이라 의심했지만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모차르트는 무려 10분이 넘는 이 노래를 그것도 9성부로 구성된 대작을 성당에서 단 두 번만 듣고 통째로 외워 악보를 그려낸 것으로 밝혀졌다. 사건의 전말은 교황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된다.
모차르트는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했지만, 14살 음악 신동의 천재성에 감복한 교황 클레멘스 14세는 벌 대신 오히려 황금 박차 기사 훈장이라는 교황이 내릴 수 있는 두 번째로 큰 상을 하사한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 오늘의 추천곡 - 알레그리 ‘미제레레 메이’
‘미제레레 메이, 데우스’(Miserere mei, Deus·주여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로 시작되는 가사로 인해 제목을 ‘미제레레 메이’로 붙이게 됐다. 노래의 가사는 구약성서 시편 51편에서 가져온 것으로 우리야의 아내 바세바를 간음한 다윗이 회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작품은 제1 소프라노, 제2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로 구성된 5성부 합창에 제1 소프라노, 제2 소프라노, 알토, 베이스로 구성된 4명의 독창 그룹이 번갈아 교창하며 펼쳐진다. 합창으로 시작하는 노래는 독창자들이 가세하며 긴장감을 더하고, 소프라노 독창의 하이 c음(높은 도)과 함께 절정의 신비감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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