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이 넘보자, 블링컨 직접 갔다… ‘미·중 각축장’된 남태평양[Global Focus]

박준우 기자 2023. 8. 10.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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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lobal Focus - 양국 갈등 새로운 전선 부상
美국무, 통가 방문해 총리 회담
파푸아뉴기니엔 “경비함 파견”
의회 “도서국 안보위설치 지원”
中시진핑, 솔로몬제도 총리 만나
전면적 전략동반 관계 공식선포
키리바시선 美겨냥 활주로 정비
마크롱 순방… 해상자위대 활동
프랑스·日도 영향력 확대 나서
그래픽 = 하안송 기자

베이징 = 박준우 특파원 jwrepublic@munhwa.com

냉전 시대 이후 주목받지 못하던 남태평양 섬나라들이 미·중 간 경쟁의 무대로 떠오르고 있다. 한동안 미국이 이들 간의 외교를 등한시한 동안 중국이 막대한 지원을 통해 이들 국가와 우호적인 관계를 쌓아 나갔고 군사적 협력관계까지 구축했기 때문이다. 중국을 방어하려던 ‘도련선’이 중국으로 넘어간다는 데에 긴장한 미국은 최근 남태평양 지역에 파격적인 투자와 지원을 약속하며 이들의 마음을 돌리려 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을 견제하면서도 나름대로 자신들의 영향력을 쌓아가려는 프랑스와 일본 등이 가세하면서 남태평양 지역이 새로운 열강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토니 블링컨(왼쪽) 미국 국무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통가 누쿠알로파에서 시아오시 소발레니 총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美, 의회, 정부 모두 나서 남태평양 지원 = 조니 에른스트(공화·아이오와) 상원의원 등은 지난 7일 태평양 도서국가에 국가안보위원회 설치를 지원하는 내용이 담긴 ‘뱅가드 훈련과 국가적 권한 부여를 통한 오세아니아 국가와의 연결’(CONVENE) 법안을 공동 발의했다고 밝혔다. 기존에 태평양 3개국과 맺은 자유연합협정(COFA)을 확대한 새 법령은 △악의적 영향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과의 조율을 위한 국가안보위원회 설립 지원 △COFA 국가들과의 긴급· 인도적 대응 및 해상 보안활동·방첩활동 협력 강화 △미국의 활동에 대한 중국의 감시활동 예방 △미국 국가안보 기관과 COFA 대표기관 간의 통합 등을 포함하고 있다.

미국 정부도 이들 국가와의 관계 강화에 적극적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7월 26일 미 국무장관 최초로 통가를 찾아 시아오시 소발레니 통가 총리와 회담을 가졌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5월에도 당초 방문을 예고했다 취소한 조 바이든 대통령을 대신해 파푸아뉴기니를 찾아 양국 간 방위협력협정(DCA)을 체결했다. 뒤이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7월 26∼27일 파푸아뉴기니를 방문해 미국 경비함을 다음 달에 파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도 오는 9월 미국을 찾는 마셜제도, 미크로네시아, 팔라우 등 3개국 정상과 회담할 예정이다. 지난 1월엔 폐쇄했던 솔로몬제도 대사관을 재개관하기도 했다.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1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머내시 소가바레 솔로몬제도 총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남태평양 도서국, 자국 난제 외면한 트럼프에 친중 전환 = 미국이 이처럼 태평양 지역에 지원을 약속하고 나선 것은 중국의 태평양 진출과 영향력 확대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7월 10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자국을 방문한 머내시 소가바레 솔로몬제도 총리와 양국 간 전면적 전략동반자관계 수립을 공식 선포했다. 대만과 수교하던 솔로몬제도는 소가바레 총리 취임 이후인 2019년 9월 대만과 교류를 끊고 중국과 수교했는데, 지난해 3월 중국과 솔로몬제도 간 양자 안보협력 협정 초안이 유출되며 미국의 우려가 극에 달했다. 당시 공개된 협정 초안에는 중국이 솔로몬제도에 선박, 물류 교체, 기착을 위해 군대를 파견하고 영구적인 군사 기지를 세울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중국은 하와이 해안에서 약 2800㎞ 떨어진 키리바시의 칸톤섬에서 활주로 정비작업을 하고 있어 중국 전략폭격기가 미국을 공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중국과 남태평양 도서국 간의 교류는 1992년 1억5300만 달러에서 2013년 9억 달러로, 2021년에는 53억 달러로 급증했다.

중국의 과감한 투자도 한몫했지만 많은 전문가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이 이들 국가에 대한 지원을 대거 축소하고 지구온난화 대처에 미온적이었던 점이 중국 영향력 확대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이들 도서국가는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스콧 모리슨 당시 호주 총리가 해수면 상승으로 생존에 위협을 겪고 있던 이들 국가에 ‘기후변화 때문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책임을 회피한 것에 큰 반감을 가졌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또한 이들 국가 지도자 상당수는 자신들을 부패 정권, 비민주 정권이라 낙인찍는 서구 국가보다 이런 데 신경 쓰지 않는 중국을 더 선호할 수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분석했다.

◇프랑스, 일본 등도 태평양 영향력 확대 나서 = 프랑스와 일본 등 다른 국가들도 자국의 영향력을 놓치지 않으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7일 산케이(産經)신문에 따르면 해상자위대는 최근 헬기 탑재 호위함이자 경항공모함으로의 개조를 준비 중인 ‘이즈모’의 승선 프로그램을 전날 호주 주변 해역에서 시작해 오는 13일까지 진행한다. 프로그램에는 피지, 바누아투, 사모아 등 10개국이 참가했다. 2012년 시작된 자위대의 외국 군경 지원 사업이 남태평양 도서국으로 확대된 배경에는 태평양에서 영향력을 강화하는 중국에 대항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산케이는 짚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최근 현직 대통령 최초로 남태평양 국가들을 순방하며 “인도·태평양, 특히 오세아니아에 신제국주의가 나타나고 있다”며 “권력의 논리가 가장 작고, 종종 가장 취약한 나라를 위협하고 있다”고 중국을 견제하며 프랑스가 대안이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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