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대역전 이룬 '낸드 후발주자' SK하이닉스···300단 고지 첫 점령 의미는 [biz-플러스]

진동영 기자 2023. 8. 10.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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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단 적층 경쟁 속 321단 첫 공개
업계 3위지만 기술 경쟁력 최선단에
"고성능 시장 주도···혁신 이끌 것"
SK하이닉스의 321단 1Tb(테라비트) TLC 4D 낸드플래시. 사진 제공=SK하이닉스
[서울경제]

SK하이닉스(000660)가 치열한 적층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낸드플래시 업계에서 가장 먼저 ‘300단’에 도달했다. 321단 개발에 첫 성공한 SK하이닉스가 2025년 상반기 양산을 시작하면 올해 238단에 이어 또 한 번 기술 경쟁력에서 업계 최선단에 서게 된다. 현재 낸드 업계 3위인 SK하이닉스는 우수한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에서도 극적인 도약을 노리겠다는 구상이다.

경쟁사들 200단 경쟁할 때···300단 고지 ‘첫 점령’

SK하이닉스는 8일(현지 시간) 미국 샌타클래라에서 개막한 ‘플래시 메모리 서밋(FMS) 2023’에서 321단 1테라비트(Tb) 트리플레벨셀(TLC) 4D 낸드플래시의 개발 경과를 발표하고 개발 단계의 샘플을 전시했다. FMS는 낸드 업계 최대 규모의 컨퍼런스로, 가장 주목도 높은 곳에서 ‘신무기’를 선보이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이번에 개발한 321단 1Tb TLC 낸드는 이전 세대인 238단 512기가비트(Gb) 대비 생산성이 59% 더 높아졌다. 낸드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을 얼마나 더 높이 쌓을 수 있는지에 따라 성능이 결정된다. 더 높은 단수로 쌓아 올릴수록 한 개의 칩에서 구현할 수 있는 용량이 커진다.

한 개의 셀에 몇 개의 정보를 저장하는지에 따라 싱글레벨셀(SLC), 멀티레벨셀(MLC), 트리플레벨셀(TLC), 쿼드러플레벨셀(QLC), 펜타레벨셀(PLC) 등으로 규격이 나뉜다. 정보 저장량이 늘어날수록 같은 면적에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

메모리 업계에서 300단 이상 낸드의 구체적인 개발 경과를 공개한 것은 SK하이닉스가 처음이다. 회사는 321단 낸드의 완성도를 높여 2025년 상반기부터 양산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양산중인 현존 최고층 238단 낸드를 통해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321단 낸드 개발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며 “적층 한계를 다시 한 번 돌파해 SK하이닉스가 300단대 낸드 시대를 열고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낸드 후발주자’의 반전···"고성능 시대 혁신 이끌 것"

낸드는 D램과 달리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반도체다. 기존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등 저장매체에 비해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빠른데다 빠른 속도로 저장 용량까지 늘어나면서 고성능 서버, 노트북, PC 등 사용 범위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후발주자’ 격이지만 과감한 투자로 경쟁 업체와의 격차를 빠르게 좁혀 왔다. 2004년 512메가비트(Mb) 제품으로 처음 시장에 진입했고 2016년 처음으로 36단 낸드를 양산하면서 본격적인 ‘단수 경쟁’에 뛰어들었다. 2019년 128단을 넘어섰고 2021년 176단, 올해 상반기 238단 등 업계 최고층 기록을 경신하며 양산 기록을 쌓아 왔다.

여기에 2021년 말 인텔의 낸드사업부를 인수해 솔리다임을 출범하면서 업계 ‘빅3’로 단숨에 뛰어올랐다.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올해 1분기 기준 낸드 시장점유율은 15.3%(솔리다임 포함)로 삼성전자(34.0%), 기옥시아(21.5%)에 이은 3위다.

현재 SK하이닉스가 양산하고 있는 238단은 업계 최고층이다. 삼성전자(236단), 미국 마이크론(232단)을 앞서고 있다. 여기에 300단으로 한 단계 치고 나가면서 시장 경쟁력을 더 끌어올릴 단초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이번 행사에서 차세대 낸드 솔루션 제품인 고속 입출력 인터페이스(PCIe) 5세대 인터페이스를 적용한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와 유니버설플래시스토리지(UFS) 4.0도 소개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급격히 늘어나는 고성능·고용량 메모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제품이다. 회사는 또 다음 세대인 PCIe 6세대와 UFS 5.0 개발에도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최정달 SK하이닉스 낸드개발담당(부사장)은 “4D 낸드 5세대 321단 제품을 개발해 낸드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할 계획”이라며 “AI 시대가 요구하는 고성능·고용량 낸드를 시장에 주도적으로 선보이며 혁신을 이끌어가겠다”고 말했다.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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