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함께 이끌어갈 선수" 청소년대표팀→상무→성인대표팀 한솥밥, "5년 내 우승" 위해 다시 뭉쳤다

정현석 2023. 8. 10.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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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두산 류지혁과 삼성 구자욱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9.05.29/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후반기 4할4푼3리의 맹타로 리딩히터를 달리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 캡틴 구자욱(30). 9일 잠실 두산전도 어김 없었다. 1-2로 뒤진 6회 2사 후 알칸타라를 상대로 잠실구장 가장 깊은 외야석에 타구를 떨어뜨렸다. 시즌 5호 중월 동점 솔로홈런.

홈런을 의식하지 않았지만 완벽한 체중이동과 밸런스, 약간의 바람을 타고 두둥실 담장을 넘었다. 2루를 돌며 크게 환호하게 한 기분 좋은 한방이었다. 3타수2안타 1볼넷 1타점 1득점으로 타율을 3할3푼7리로 끌어올렸다.

홈런이든 타율이든 개인적 욕심은 없다. 오직 팀을 위해서만 뛴다. 구자욱의 경우는 진심이다. " 제가 무슨 개인적인 목표가 필요하겠습니까. 다년계약을 해서 좋은건데 개인적인 걱정은 없고, 오로지 팀에 대한 걱정이 클 뿐이에요. 어떻게 해야 선수들을 잘 이끌어서 강한 팀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제일 큰 것 같아요. 이런 계약을 해준 것에 대한 책임감도 있고요."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2017'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7일 오후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훈련을 실시했다. 구자욱과 류지혁이 본격적인 훈련에 앞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있다.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2017 APBC는 3개국(대한민국,일본,대만) 대표팀이 3일 간 2경기씩 예선전을 치러, 1-2위 팀이 결승전에서 맞붙는다. 고척돔=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7.11.07/

팀을 위한 고민하던 그에게 천군만마가 찾아 왔다. 절친한 후배 내야수 류지혁(29)의 가세다.

한살 터울의 두 선수. 인연이 깊다. 고교 시절 청소년대표로 한솥밥을 먹었다. 상무 시절에 다시 한 팀에서 뭉쳤던 이들은 24세 이하 젊은 선수들이 출전하는 2017년 아시아프로야구 챔피언십 대표팀에서도 구창모 이정후 박민우 김하성 등과 함께 활약했다. 당시에도 구자욱이 주장이었다.

아래 위를 아울러야 할 젊은 캡틴. 선후배 모두의 신망을 두루 받는 류지혁의 가세는 큰 힘이다.

"지혁이는 선수들의 마음을 저보다 더 잘 아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아래 위로 더 잘 챙기고 팀 분위기를 좋게 만드는데 1등 공신 역할을 하고 있어요. 지혁이가 와서 저도 마음이 편하고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어요. 밥 같이 먹으면서 주로 앞으로 우리가 팀을 잘 이끌어가자 이런 말을 많이 해요. 팀을 위해 아주 중요한 선수를 잘 데리고 온 것 같아요. 가장 큰 힘이 지혁이인 것 같고, 앞으로 라이온즈를 저와 함께 이끌어갈 선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짧은 시간 내 빠르게 새 팀에 화학적으로 녹아든 류지혁. 그는 이미 '굴비즈'라 불리는 어린 선수들에게 포위돼 지낸다. 이웃사촌 김지찬과 카풀도 하고, 후배들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연다.

2023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9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6회초 삼성 구자욱이 동점 솔로홈런을 치고 환호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08.09/

"어색한 사이보다 호구 형이 더 낫다"며 빙긋 웃는 유쾌한 선배.

평소 순하지만 그라운드에 서면 승부욕이 활활 타오른다. 후배들에게도 신신당부를 한다.

"저는 개인적으로 주입을 많이 시키거든요. 가을야구 꼭 해봐야 된다. 우승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잘한다. 이런 얘기 많이 하다보면 얘들도 가을야구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새 식구들과 함께 목표는 하나. 우승이다.

"(우승) 해야죠. 맛이라도 봐야죠. 이 팀 잘할 것 같아요. 충분히, 객관적으로 제 팀이라서가 아니라 젊은 팀이고...제가 한번 물어봤어요. 형이 여기서 꼭 우승하고 싶은데 몇년이면 되겠냐 하니까 '5년이요' 라고 답하더라고요. 저는 삼성라이온즈라는 팀을 굉장히 긍정적으로 봐요."

2023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9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9회초 1사 2,3루 삼성 강한울의 내야땅볼때 3루주자 류지혁이 홈으로 파고들어 세이프되고 있다. 두산 포수는 장승현. 잠실=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08.09/
2023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9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9회초 1사 2,3루 삼성 강한울의 내야땅볼때 득점에 성공한 3루주자 류지혁이기쁨을 나누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08.09/

9일 두산전에 5번 1루수로 선발 출전한 류지혁은 3-3이던 9회 두산 마무리 홍건희를 상대로 1B2S의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볼 3개를 골라 볼넷으로 선두타자 출루에 성공했다. 8회말 2사 1,3루 위기를 극복한 직후 '위기 뒤 찬스'가 될 수 있는 이닝.

흐름을 읽고 타격욕심보다 출루에 힘을 썼다. 피렐라 타석 초구에 변화구 타이밍을 노려 전광석화 처럼 2루를 훔쳤다. 삼성 박진만 감독이 경기 후 "류지혁의 도루 성공이 승부를 결정지었다. 경기를 읽는 센스와 과감함 모두 칭찬하고 싶다"며 엄지를 세운 승부처였다.

피렐라의 내야안타 때 3루에 진루한 류지혁은 강한울의 2루 땅볼 때 온 몸을 날려 홈플레이트를 쓸고 지나갔다. 송구 실책이 겹치며 2루주자 피렐라까지 홈인. 승부를 가르는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절친 선배 구자욱과 함께 짜릿한 승리를 합작한 날. 팀 허리 역할을 하는 두 선수의 투혼이 합쳐 엄청난 시너지를 팀에 불어넣고 있다.

확 달라진 삼성의 끈끈한 야구. 젊은 리더 구자욱과 류지혁 듀오가 이끌어 가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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