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노래에 춤 추고, 태권도 하고”…잼버리 급조된 문화계
광화문 광장에서 1300여명 DJ 파티
뉴진스 노래 맞춰 태권도 합도 맞춰
11일엔 K-팝 슈퍼 라이브로 대미 장식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세계적인 K-팝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작은 것들을 위한 시’와 뉴진스의 신곡 ‘ETA’가 서울 광화문광장에 울려 퍼지자, 1320명의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원들은 다시 웃음을 찾았다.
전 세계 잼버리 대원들에게 K-팝은 일종의 ‘댄스 버튼’인 듯 노래에 맞춰 방방 뛰는가 하면, 서로 어깨에 손을 올리고 기차놀이를 하며 광화문광장을 누볐다. 어린 대원들은 즐거운 마음에 하늘로 물을 뿌리기도 했다. 여기는 세종썸머페스티벌의 ‘디스코 익스피리언스 ‘웰컴 투 서울 댄스 나이트-서울. 마이 솔.(Welcome to Seoul Dance Night – Seoul. My Soul.)’ 현장. 세종문화회관은 잼버리 대원들을 맞이하고자 이 행사를 이틀 앞당겨 개막했다.
10일 문화예술계에 따르면,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파행 수습을 위해 공연, 가요계가 총동원 돼 각종 문화 체험 콘텐츠로 대원들의 마음을 달래고 있다.
공연계에선 계획했던 행사의 개막을 앞당기거나 없던 콘텐츠를 ‘급조’해 부랴부랴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대중음악계에선 KBS 2TV ‘뮤직뱅크’ 출연진을 ‘K-팝 슈퍼 라이브’ 무대에 세우는 등 각 소속사의 힘을 빌렸다.
잼버리 대원들이 전북 새만금에서 조기 철수한 지난 9일부터 이들의 공연계 탐방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세종문화회관이 앞당겨 개막한 ‘세종썸머페스티벌’ 현장엔 스위스와 대만, 중국, 수리남의 교사 인솔 하에 1300여 명의 대원들이 찾았다. 이들 외에 개별적으로 광화문 광장을 찾은 대원들도 적지 않았다.
당초 페스티벌 개막작이 ‘DJ 파티’였던 만큼 이날 광화문광장에선 방탄소년단과 뉴진스는 물론, 있지(ITZY)의 ‘달라달라’, 셉템버(September)의 ‘어스, 윈드 앤 파이어(earth,wind&fire) 등 이 흘러나왔다. 현장에선 엄청난 인파의 안전 관리를 위해 인원 체크를 하며 대원들을 광장으로 입장시켰다.
세종문화회관은 이날 대원들에게 생수와 사탕을 준비해 나눠줬고, 대원들은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건넸다. 광장 축제 말미엔 현장에서 쓰레기를 정리하는 잼버리 대원들이 많았다.
세종문화회관은 10일에도 문화 체험 행사를 이어간다. 잼버리 대원들은 안은미컴퍼니의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를 관람한다. 다만 태풍 등 날씨 상황에 따라 공연은 취소될 수 있다.
마포문화재단은 마포구에 머무는 스위스 잼버리 참가자 400명을 대상으로 9일 난타, 비보이, 힙합&비트박스, 국악 공연을 마련했다.
특히 현장에선 뉴진스의 ‘슈퍼 샤이’에 맞춰 태권도를 체험해 대원들의 큰 호응을 얻었고, 행사를 마친 뒤 재단에선 초코파이를 간식으로 나눠주기도 했다. 이날 비트박스 프로그램 일환으로 태권도 동작을 배웠던 스위스 잼버리 대원은 “그동안 덥고 많이 지쳤는데 평소 좋아했던 K-팝 음악에 맞춰 태권도 발차기를 하고, 춤도 추면서 스트레스가 풀렸다. 태권도 발차기가 K-팝과 이렇게 잘어울리는 줄 몰랐다”며 “내가 신청한 걸그룹 뉴진스의 ‘슈퍼 샤이’가 배경음악으로 나와 친구들과 춤을 출 때 가장 신났다”고 소감을 말했다.
마포아트센터는 10일에도 판소리, 탈춤, 판굿 등을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과 접목한 공연 ‘꼬레아 리듬터치’도 공연한다. 오는 31일 개최하는 마포M 국악 축제 중 일부를 미리 선보이는 자리다.
경기아트센터에선 무려 1400명의 잼버리 대원이 찾아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의 공연을 관람했다.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는 전통음악에 현대적 사운드를 결합한 실험적인 국악관현악을 주로 시도해온 단체이지만, 이날 만큼은 전통 본연의 음악을 들려줬다.
경기아트센터 관계자는 “우리의 전통을 보여주는 것이 더 의미있을 것 같다는 판단에 ’수제천‘, ’아쟁산조‘, ’판굿‘을 비롯해 ’신뱃놀이‘ 등의 관현악 등 총 8곡을 선보였다”고 귀띔했다. 이 공연은 10일에도 이어진다.
민간 단체들도 손을 보탰다. 뮤지컬 제작사 라이브와 컬쳐홀릭은 9~13일까지 영국 잼버리 대표단 4500명이 뮤지컬 ‘태권, 날아올라’를 관람한 것은 물론 ‘송파 격파’ 이벤트에도 참여하며 태권도를 체험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태권, 날아올라’는 가상의 한국체육고등학교 태권도 유망주들의 성장 스토리를 담고 있다.
현장을 찾은 영국 잼버리 스카우트 대원 핀리 홀튼은 “태권도 퍼포먼스에 스토리가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송판 격파가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잼버리 영국 프로그램 디렉터 캐롤라인 피어스는 “잼버리 대원들이 환상적인 뮤지컬을 보게 되어 너무 기쁘다. 특히 한국의 무술 태권도를 눈앞에서 경험할 수 있고 한국의 뮤지컬을 동시에 볼 수 있어서 무척 좋았다”고 말했다.
국립국악원, 예술의전당에서도 잼버리 대원들을 위해 공연과 전시를 관람할 수 있는 준비를 마쳐 둔상태다. 잼버리 대원들을 맞은 공공기관 관계자들은 “항시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기에 일정을 앞당기거나 새로운 공연을 마련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며 “현장을 찾은 대원들이 공연을 즐거워 하고, 방탄소년단과 뉴진스 노래만 나와도 좋아하는 모습에 흐뭇했다”고 입을 모았다.
대중문화계도 다양한 지원을 위해 힘을 보탰다. 오는 11일엔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빅 이벤트인 ‘K-팝 슈퍼 라이브’가 진행된다.
‘K-팝 슈퍼 라이브’ 준비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일정, 장소 변경으로 아티스트 섭외도 난항을 겪었다. 그런 가운데 정치권에서 BTS의 출연을 요청해 이들의 팬덤인 아미들의 반발과 원성이 폭발했다. 가요계에 따르면 ‘K-팝 슈퍼 라이브’ 사태를 수습하려고 KBS2 ‘뮤직뱅크’ 출연진을 이 무대에 올리기로 결정, 담당자 역시 ‘뮤직뱅크’ CP(책임 프로듀서)로 변경됐다.
덕분에 출연하는 K-팝 그룹이 쟁쟁해졌다. 뉴진스, NCT드림, 있지(ITZY), 마마무, 더보이즈, 셔누&형원, 프로미스나인, 제로베이스원, 강다니엘, 권은비, 조유리, 피원하모니, 카드, 더뉴식스, ATBO, 싸이커스, 홀리뱅, 리베란테 등 18개 팀이 참여한다. 기존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아이브와 엔믹스는 빠졌다.
콘서트 진행은 뉴진스 혜인과 배우 공명, 있지의 유나가 맡았다. 특히 소속사 이적으로 개인과 유닛 활동망 이어가던 마마무는 미리 예정된 팬사인회를 취소하고, 오랜만에 완전체로 무대에 오르게 됐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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