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재단’ 홍역치른 삼성, 전경련 복귀 요청에 ‘한·일 미래기금’ 고민
전경련 가입시 미래기금 조성 참여 부담
삼성 준감위 승인 거치는 절차 마련할듯
삼성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재가입을 고민하는 가운데, 한·일 미래파트너십 기금이 변수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 등 4대 그룹이 전경련에 재가입할 경우, 기금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데 과거 정경유착 문제로 전경련을 탈퇴한 만큼 기금 조성이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삼성이 전경련에 재가입하더라도 민감한 요청 사항에 대해서는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 심의를 거치는 조건을 내걸 것으로 전망된다. 준감위의 의견은 삼성뿐만 아니라 SK, 현대차, LG 등 다른 그룹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준감위는 조만간 임시회를 열고 전경련 재가입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전경련 총회가 22일에 열리는 만큼 이전에 입장을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준감위는 삼성 계열사들의 준법 감시 및 통제 기능을 위해 설치된 독립적 위원회다.
준감위가 전경련 재가입 여부를 결정하면 삼성은 준감위의 의견을 토대로 이사회를 열어 전경련 재가입을 결정한다. 삼성이 준감위의 결정에 반하는 의사 결정을 할 경우 공시까지 해야 해 사실상 준감위의 의견이 삼성의 결론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삼성 등 4대 그룹이 재가입보다 더 고민스러워하는 부분은 미래기금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4대 그룹은 과거 국정농단 사태로 전경련에서 탈퇴했다. 당시 삼성, SK, 현대차, 포스코, 롯데 등 주요 그룹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등에 총 774억원을 출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삼성이 이들 재단에 출연하는 대신 경영권 승계작업에 대해 ‘묵시적 청탁’을 했다는 이유로 옥고를 치렀다.
재계 관계자는 “한일 미래재단이 한일 교류와 청년 지원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정권이 바뀔 경우 또다시 사법리스크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기업으로서는 기금에 대한 부담이 있다”며 “이 때문에 준감위가 재가입은 허용하되 기금 참여에 대해서는 책임 소재를 분명하게 가를 수 있는 조건을 내걸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실제 준감위에서도 재가입 조건으로 ▲정경유착 관련 리스크 발생 시 즉각 탈퇴 ▲기금 출연시 준감위 승인 통과 ▲전경련의 구체적인 쇄신안 보고 등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재계에서는 삼성이 전경련의 요청사항에 대해 여러 차례 준감위를 통해 심의를 받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은 국정농단 사태 직후 전경련을 탈퇴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은 전경련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의 회원사로 있다. 전경련은 기관명을 ‘한국경제인협회’로 바꾸고 한경연과 통합해 회원 명부를 이관하는 방식으로 4대 그룹 재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삼성 이사회가 재가입 여부가 결정하면 삼성만 독자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4대 그룹이 공동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경련과 일본의 게이단렌은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계기로 한일 미래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양국은 고등학생, 대학생 등 미래세대 인재 교류와 고교 교사 등 교원 교류, 산업 협력 등을 위해 기금을 사용하기로 했다. 기금은 우선 전경련과 게이단렌이 각각 10억원씩 출연한 20억원으로 출발했다. 이후 개별 기업들로부터 추가로 모집해 기금을 확대할 계획이다.
재계 관계자는 “미래기금이 출범했지만 아직 기금을 내겠다는 기업이 없는 것은 과거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의 악몽이 남아있다는 뜻”이라며 “4대 그룹이 전경련에 가입하더라도 기업이 직접 미래기금을 내는 것보다는 전경련 회비를 통해 지원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회비를 미래기금 기여금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승인을 받는 절차를 둘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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