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아도 오이냉국 찾아요”…세계의 보양식 뭐가 있을까?
“노화 방지, 다이어트”…더위 식히고 건강도 챙겨
“40도 넘는 폭염에 식중독 심각, 보관·손질 주의해야”
[이데일리 김영은 기자] 삼복(三伏) 가운데 마지막에 드는 복날인 ‘말복(末伏)’ 이다. 복날의 복(伏)은 ‘굴복하고 엎드린다’는 뜻으로 무더운 날씨에 무너질 수밖에 없던 조상들이 지은 이름이다.
삼계탕집을 찾는 한국 사람들처럼 세계 각지에서도 화기를 누르기 위한 여름철 보양식이 있을까. 이열치열(以熱治熱) 음식부터 이한치한(以熱治寒) 음식까지. 뜨거워지는 날씨에 굴복한 전세계인을 다시 일으킨 ‘보양음식’을 알아보자.
최근 한낮 최고기온이 51도까지 오른 중국에서는 ‘매운 훠궈’가 여름철 대표 음식 중 하나로 꼽힌다. 홍탕(紅湯)이라고 하는 매운 훠궈는 쇠고기나 양고기 꼬치로 된 고기를 국물에 담가 익혀먹는 음식이다. 훠궈를 즐겨 먹는 중국 사천 지역 주민들은 훠궈의 고추 국물이 땀을 흘려 체내 열기와 수분을 배출해 몸을 식히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고 있다.
지난 7월 중순, 대부분 지역에서 최고기온이 경신돼 국토 절반에 열사병 경보를 발표한 일본은 ‘장어’를 택했다. 특히 장어 안에 있는 콘드로이틴 성분은 관절의 마모 속도를 늦춰 기운을 돋우고 노화를 방지한다고 알려졌다. 구운 장어에 양념을 무쳐 덮밥을 만들어 먹는 방식이 가장 인기 있으며 입추를 앞두고 김, 쪽파, 차조기와 함께 구운 장어를 올려 먹는 우나기동이 대표적이다.
‘유럽식 설렁탕’도 있다. 기온 40도가 넘는 극심한 폭염을 겪은 남유럽 지역 중 하나인 프랑스에서는 냄비에 소고기와 물을 넣어 국물을 우려낸 뒤 채소, 향신료 등을 넣고 오랜 시간 끓여 탕을 만든다. 불에 올려놓은 냄비라는 뜻을 가진 소고기탕 ‘포토푀’는 프랑스 사람들이 기력 회복을 돕는 여름철 대표 가정식이다. 프랑스 사람들인 이 국물에 빵을 찍어먹기도 한다.
이열치한(以熱治寒) 음식으로는 아이스크림 만한 게 없다. 지난 5월 한낮 최고기온이 49.2도, 4월엔 일주일 내내 40도를 웃도는 날씨를 겪었던 인도에선 ‘쿨피’가 인기였다. 우유, 설탕에 천연재료를 더해 천천히 녹도록 만들어진 전통 아이스크림 쿨피는 밀도가 높고 묵직한 맛이 난다. 얼음과 소금을 채워 내용물의 냉기를 보존하고, 단열 처리가 된 자기(matka)에 담겨져 나와서 인도뿐만 아니라 올해 기록적인 폭염을 겪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네팔 등 남아시아 지역에서도 사랑을 받았다.
최근 한낮 기온이 40도를 훌쩍 넘어 심각한 가뭄까지 겹쳐 특히 지친 스페인 사람들은 전채요리로 사라진 식욕을 다시 돋우고 있다. 토마토, 양파, 샐러리, 오이 등의 야채를 갈아 식초를 넣어 만드는 가스파초는 스페인의 오래된 전통 보양식이다. 열을 가하지 않아 채소의 영양분이 파괴되지 않고, 식초 특유의 시큼한 맛으로 식욕을 돋울 수 있는 데다가 조리까지 간편해 젊은 층에도 인기가 많은 여름 별미다.
한편 지친 몸을 회복하는 데 앞서 만국이 주의해야 하는 사항이 있다. 대부분에 보양식에 들어가는 육류, 가금류, 생선, 유제품들은 지금과 같은 폭염에 특히 부패하기 쉽다. 그레고리 웰레니우스 보스턴대학교의 환경 전문가는 가디언지와 인터뷰에서 “올해 (식중독 등) 온열질환 사망자 발생률이 기록적으로 높은 해가 될 것이다”라며 “폭염에 음식으로 인한 수인성 질병 등 모든 위험이 나타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식품 저장 및 유통 현장에서도 각종 병원균이 자라기 쉬운 고온의 날씨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재료 손질과 보관 방법에서부터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보양식으로 폭염에 굴복하지 않고, 맞서 이겨내기 위한 마지막 레시피다.
김영은 (0silve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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