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느 현실에서 살고 있나요? 두 젊은 작가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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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은 모두가 다르다.
예술이 특별한 이유는 나와 비슷한, 혹은 나와 전혀 다른 인식을 하는 사람이 있음을 작품으로 만날 수 있어서인지 모른다.
실제로 이 인원이 한데 모인적은 없지만 작가는 부분 부분을 이어 하나의 그림으로 만들었다.
"캔버스를 누르는 나의 무게, 색연필의 압력, 쇠 자의 무게를 통해 중력을 나타내고 싶었다" 수평의 배경과 수직의 선이 교차하며 두 공간이 만나 새로운 공간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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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은 모두가 다르다. 예술이 특별한 이유는 나와 비슷한, 혹은 나와 전혀 다른 인식을 하는 사람이 있음을 작품으로 만날 수 있어서인지 모른다.
한국동시대미술의 현재로 꼽히는 이우성(40), 지근욱(38)의 개인전이 서울 종로구 학고재 본관과 신관에서 나란히 열리고 있다. 각각 홍대 회화과와 판화과를 졸업한 이들은 압도적인 표현력으로 관객의 시선을 붙잡는다. 다만 둘의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한다. 흥미로운 건 시선의 방향이 어디이든 간에, 그들이 보고 있는 건 현재, 우리의 모습이라는 점이다.
▶이우성 ‘여기 앉아보세요’= “너무 뜨겁지도 그렇다고 미지근하지도 않은 온도”라고 작가는 말한다. 화면의 많은 부분을 점령한 오렌지색에 대한 설명이다. 이우성 작가의 말대로 해질녘 흔히 만나는 오렌지색은 따뜻하게 다가온다. 한 낮의 내리쬐는 태양이 아닌 살짝 비껴간 햇살은 안온함의 상징이기도 하다.
가족과 친구 등 주변인물을 담아내는 시선은 이번에도 비슷하다. 본관 가장 안쪽방에 걸린 대형 걸개그림 ‘해질녘 노을빛과 친구들’(2023)은 작가 본인과 13명의 친구, 그리고 그중 한 친구의 딸을 한 자리에 불러모았다. “높은 벽이나 담처럼 든든한 모습을 담아내고 싶었다”는 작가는 실제로 인물을 걸개그림 꽉 차게 그렸다. 어깨동무를 한 이들은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임이 틀림없다. 실제로 이 인원이 한데 모인적은 없지만 작가는 부분 부분을 이어 하나의 그림으로 만들었다.
이우성의 작업은 구상이다. 이전에도 그랬지만 이번 전시작업은 좀 더 세밀한 묘사가 이뤄졌다. 극사실화는 아니지만 사실적인 형상회화다. “사람이 가진 구체성을 드러냈을 때 특별함이 생긴다”는 작가는 그만큼 한 발짝 더 대상에 다가간다.
그러나 그 과정이 쉽지는 않다. 작업이 잘 풀리지 않아 화장실에서도 고민하고, 하루에도 커피를 수없이 마시며, 노래방에 놀러가서도 머릿속은 복잡하기만 하다. 풀리지 않는 실마리를 붙들고 씨름하는 일이 사실 일상의 대부분이지만(지금 작업 중입니다 연작), 작가는 그래도 이렇게 ‘우리들’이 있어서 좋다고 말한다. 여름이면 같이 수박을 나눠먹을(여기 앉아보세요) 우리들. 직장과 집을 오가는 팍팍한 삶 속에서 우리가 가끔 숨을 쉬는 이유는 막역한 ‘우리들’과 해질녘 갖는 치맥 타임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지근욱 ‘하드보일드 브리즈’ = “행성의 고리는 멀리서 보면 그 존재가 분명하지만 가까이 가면 가스나 우주먼지로 이루어져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다” 지근욱 작가의 시선은 무한대로 향한다. 평소 중력, 빛, 우주과학에 관심이 많은 작가는 “중력을 추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작업에 접근했다.
신관 1층부터 지하 2층까지 이어지는 전시는 층마다 ‘임시의 테(inter-rim)’, ‘상호-파동(inter-wave)’, ‘교차-형태(inter-shape)’를 주제로 펼쳐진다. 반복되는 ‘인터(inter)’를 임시, 상호, 교차로 해석하며 실존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추상화로 풀어낸다.
지근욱의 작업은 먼저 망점을 캔버스천에 입히는 것에서 출발한다. 바탕이 되기도 하는 이 작업은 물결처럼, 혹은 파동처럼 전반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작가는 이 천을 바닥에 깔고, 본인이 제작한 쇠 자를 활용해 색연필로 선을 긋는다. 일정한 간격, 일정한 속도, 일정한 압력으로. 수행에 다름아닌 태도다. “캔버스를 누르는 나의 무게, 색연필의 압력, 쇠 자의 무게를 통해 중력을 나타내고 싶었다” 수평의 배경과 수직의 선이 교차하며 두 공간이 만나 새로운 공간이 열린다.
하이라이트는 지하 2층의 한 벽면을 모두 차지한 작업 ‘교차-형태(복사)’(2023)다. 빅뱅이론의 증명으로 여겨지는 우주배경복사의 이미지를 차용해 제작했다. 우주로 시야를 넓히면, 인간은 보이지도 않는 티끌에 불과하다. 우리가 사는 현실은 이렇게 작고, 또 유한하다. 두 전시 모두 9월 13일까지.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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