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거시를 아우르는 섬세한 색연필 붓질…지근욱 '하드보일드 브리즈'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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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고재는 오는 9월13일까지 지근욱 작가의 개인전 '하드보일드 브리즈'를 신관에서 개최한다.
지근욱은 색연필로 새로운 추상회화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는 우리나라 대표 작가 중 한 사람이다.
지근욱은 매크로와 마이크로라는 물리학적 세계를 추상화한 한국 최초의 작가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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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학고재는 오는 9월13일까지 지근욱 작가의 개인전 '하드보일드 브리즈'를 신관에서 개최한다.
지근욱은 색연필로 새로운 추상회화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는 우리나라 대표 작가 중 한 사람이다. 문래동에서 주문한 무게감 있는 자를 캔버스에 올려놓고, 수백 개의 색연필 중 하나를 골라 긋기를 반복한다. 촘촘한 간격과 색의 조화를 보고 있노라면 작가의 '수신'(修身)에 대한 애착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임시의 테'(Inter-rim)와 '상호-파동'(Inter-wave), '교차-형태'(Inter-shape) 연작은 캔버스 화면에 색연필로 연한 색의 심층과 짙은 색의 표층의 다른 층위를 주어서 미묘하게 화합하는 경지를 그려낸다.
어떤 미학적 수식이나 철학적 담론을 배제하고, 오로지 좋은 그림 자체만을 지향한다는 의미에서 '하드보일드'이면서 비정하고 냉엄하기는커녕 극히 온유하고 부드러운 화면과 곡선, 운율을 잘 살려 표현된 '브리즈'(산들바람)이다.
'교차-형태' 연작은 문학적이고 은유적이면서도 물리학적 저편에서 벌어지는 물질적 진실을 추상화시키기도 한다. 지근욱의 신작에서는 양자역학의 미시세계나 우리 은하 밖의 거시영역을 연상해도 틀리지 않는다.
특히 가로 길이가 8m에 이르는 '교차-형태(복사)' 작품은 15개의 캔버스가 하나를 이루는 대작이다. 매크로의 우주 공간을, 또는 마이크로의 가사(可思)세계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15개의 각 캔버스는 전체를 이룰 때 의미를 체현하고, 동시에 하나의 전체는 부분의 표현에 힘입어 통일을 완수한다. 지근욱은 매크로와 마이크로라는 물리학적 세계를 추상화한 한국 최초의 작가로 불린다.
'하드보일드 브리즈'는 언어적으로나 개념적으로는 형용모순을 이루지만, 그의 회화 세계에서는 절실한 실존의 무게를 더할 나위 없이 잘 표현하고 있다.
지근욱은 홍익대 판화과와 런던 예술대학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에서 아트&사이언스 석사를 취득했다. 2017년과 2018년 크리스티 홍콩 정기 경매에서 열린 특별전에 참가해서 추정가를 뛰어넘는 가격에 작품이 낙찰되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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