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지하철·美 프로야구도 패션이 된다’ 非패션 브랜드 발굴 나선 패션업계

이신혜 기자 2023. 8. 10.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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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섬, 이달 영국 지하철 로고 활용한 ‘언더그라운드’ 선봬
외국 브랜드와 계약 종료에 직접 브랜드 출범
MLB·코닥 로고로 패션 브랜드 키우는 업계
그래픽=손민균

패션업계가 패션과 거리가 먼 브랜드를 발굴해 패션 브랜드로 변신시키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해외 유명 브랜드의 라이선스를 도입해 명성은 가져오고 품질은 올리는 전략으로, 앞서 MLB·내셔널지오그래픽·코닥 등이 시장에 안착하면서 업계의 성공 전략으로 꼽히고 있다.

10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 패션 계열사 한섬은 이달 중순 영국 지하철(언더그라운드) 로고를 활용한 브랜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한섬이 최초로 출범하는 스트리트 브랜드로, 영국 언더그라운드 로고를 소유한 국내 중소기업과 계약을 맺고 패션 라이선스 브랜드로 탈바꿈한다.

온라인으로 사업을 시작하며, 이달 중순쯤 의류·잡화 등 60여 개 제품을 자체 공식 홈페이지와 한섬 온라인 편집숍 ‘EQL ’등에서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한섬이 비(非) 패션 라이선스를 활용해 패션 브랜드를 전개하는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선 앞서 판매 계약을 맺었던 해외 브랜드들이 직진출 등을 이유로 계약을 종료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원 확보를 위해 이런 방식에 뛰어들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한섬은 지난 6월 캘빈클라인의 모회사 PVH와 컨템포러리 브랜드 CK캘빈클라인과 계약을 종료했다. PVH의 한국법인 PVH코리아가 컨템포러리 브랜드 CK캘빈클라인을 직접 운영하게 되면서다.

BTS 멤버 정국. /캘빈클라인 제공

이외에 한섬은 지방시, 셀린느, 끌로에 등 해외 명품 브랜드의 판권을 경쟁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빼앗긴 바 있다. 이중 셀린느와 끌로에 등은 최근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직진출 방식으로 선회했다.

의류 소비 심리 위축으로 실적이 저조한 가운데 해외 브랜드의 이탈이 계속되자, 보다 안정적인 방식으로 브랜드를 운영하기 위해 해외 브랜드를 라이선스 방식으로 도입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섬의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58억원으로 전년 대비 78.8%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3457억원으로 전년 대비 3.3% 줄었다.

비 패션 라이선스 브랜드가 잘파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Z세대와 2010년대 초반 이후에 태어난 알파세대의 합성어)에게 통한다는 점도 도입 이유로 거론된다.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이들이 기존에 패션과 접점이 없던 브랜드를 신선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브랜드 인지도를 활용해 마케팅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비 패션 브랜드에 눈을 돌리는 것은 이미 패션 브랜드가 포화하면서 차별점을 찾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며 “브랜드 출범 단계에 유통기업이 참여하면 추후 경쟁사로 이탈하는 것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MLB 플래그십 스토어 내부(중국 상해 모자이크 휘에후이). /F&F 제공

실제 의류 기업인 F&F는 미국프로야구 ‘MLB’와 다큐멘터리 채널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등을 패션 브랜드로 탈바꿈해 성장을 도모했다.

최근 패션 업계 실적 하락 전망이 이어진 가운데에도, 이들 브랜드를 보유한 F&F는 지난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1101억원으로 전년 대비 16% 증가했고, 매출은 4055억원으로 전년 대비 9% 늘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873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26% 증가했다.

특히 MLB의 경우 지난해 중국에서만 1조원이 넘는 판매액을 기록하며 성장을 이끌었다. 중국 MLB 매장 수는 2021년 500개에서 지난해 840개까지 증가했다. 올해는 1100개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전미지리학회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상표를 패션 브랜드로 바꾼 의류 기업 더네이처홀딩스도 지난해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더네이쳐홀딩스의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908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32%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과 순이익은 각각 4979억원, 718억원으로 34%, 23%씩 늘었다.

이 회사는 지난 4월 중국 베이징에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 1호점을 연 데 이어 지난달 대만 타이베이에 내셔널지오그래픽 2호점을 내며 해외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연내 중국에 6~8개의 내셔널지오그래픽 오프라인 매장을 연다는 계획이다.

2012년 파산한 미국의 즉석카메라 필름 회사 ‘코닥’의 상표권을 얻은 하이라이트브랜즈는 ‘코닥어패럴’을 만들어 의류 제품을 판매 중이다. 지난해 코닥어패럴로만 800억원 가량의 매출을 거둔 것으로 알려진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한섬이 최초로 스트리트 브랜드를 라이선스 브랜드로 전개한다는 것을 흥미롭게 보고 있다”며 “한섬이 삼성물산 패션부문 수장이던 박철규 사장을 영입해 수입 브랜드 다각화에 그치지 않고, 직접 브랜드 출범에 관여해 소속 브랜드로 만드는 것은 잘파세대를 공략한 새로운 시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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