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신발 선택이 중요하다
마라톤을 하는데 가장 중요한 장비는 신발이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듯 발 모양도 제각각이다. 신발의 종류 또한 천차만별이다. 때문에 신발을 선택할 때는 발 길이와 모양에 따라 신발이 지닌 역할과 기능을 충분히 고려한 후 시간과 장소와 상황에 맞게 쿠션화, 안정화, 중립화, 레이싱화 등 자신의 운동 목적에 맞는 적절한 신발을 선택해야 한다.
예전에 마라톤 선수들은 신발을 조금이라도 가볍게 해 보려고 칼로 신발 밑창을 조심스럽게 깎아내고 유니폼을 잘라내기도 하면서 더 빠른 기록 단축을 위해 애썼다. 1936년 8월 9일,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세계를 놀라게 한 우리의 ‘마라톤 영웅’ 손기정 선생도 갖고 싶어 했던 가벼운 신발과 땀에 젖어도 무거워지지 않는 유니폼을 입고 싶어 하셨다. 마라톤 선수들의 바람은 세월이 흐름에 따라 스포츠 브랜드 용품과 과학화에도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필자가 출전한 1984년 LA올림픽 마라톤에서 일본의 대표 마라토너 세코 토시히코(1981년 보스턴마라톤 우승)는 LA 날씨에 맞게 과학적으로 제작한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유니폼과 모자 레이싱화를 착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때는 가벼운 신발은 모든 마라톤 선수의 꿈이었다.
신발은 몸무게의 3~4배에 해당하는 달리기의 충격을 흡수하려면 쿠션이 기본이다. 과체중이나 무릎관절이 약한 사람은 쿠션이 매우 중요하다. 많이 달리는 러너도 훈련 때는 쿠션화로 몸을 보호해야 대회에 나가서 잘 뛸 수 있다.
특히 경기장이나 운동장에서는 일반적인 운동화를 신어도 문제가 없지만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로나 보도블록이 깔린 딱딱한 길을 달릴 때는 탄력이 좋고 충격흡수를 잘하는 신발이 필수다. 신발을 구입할 때는 오후 시간이 좋고, 레이스용 양말을 신고 운동화를 양쪽 모두 신어본 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발 사이즈 보다 5~10㎜ 큰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처음 신발을 구입했다면 일주일 정도 신고 걸으며 가볍게 뛰는 것이 좋다. 신발을 구입해서 바로 마라톤 등 장거리를 뛰는 것은 금물이다. 신발이 달리기에 적합하게 길들여지면 그 후로는 달리기 이외의 용도로는 신지 않는 것이 좋다. 신발 수명은 신는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500~800㎞ 정도로 본다.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해서 일주일에 40㎞씩 뛴다면 적어도 5개월마다 하나씩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뛰고 나면 외관은 멀쩡하지만 보이지 않는 중창의 쿠션은 없어지기 때문이다. 가벼운 신발은 대회 참가용이다. 그것도 아주 좋은 기록을 노리는 전문적인 러너에게 필요하다. 무게를 최대한 줄여 빨리 달리는 데 집중한 것이다. 그러나 가벼울수록 충격 흡수나 부상 방지 등 안전장치가 부족하기 쉽다. 따라서 초보 러너는 대회에 나가더라도 안정성이 높은 미드솔 소재의 쿠션화나 안정화를 신고 뛰는 것이 좋다.
물집은 새 신발을 착용했을 때나 크기가 맞지 않을 경우, 피부가 약한 사람에게서 잘 발생한다. 또한 양말의 소재 때문에 신발 내부의 온도가 높아져 잦은 마찰에 의해 생기기도 한다. 물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달리기용 기능성 양말이나 발가락이 있는 양말을 신거나 열이 잘 방출되는 통기성 좋은 신발을 선택하고 마찰열이 잘 발생하지 않는 소재의 신발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편안함과 스타일도 중요한 만큼 착용감이 뛰어난 잘 길들여진 유니폼과 양말 그리고 신발을 신고 뛰는 것은 기록 단축이나 부상 예방을 위한 필수품이다.
‘서브 2’(마라톤 풀코스를 2시간 이내로 완주하는 것)의 기록 단축을 위한 신발과 같은 마라톤 장비 개발과 첨단 과학화에도 세계적인 관심과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하지만 1960년 로마올림픽과 1964년 도쿄올림픽 마라톤에 출전해 2연패를 차지한 ‘맨발의 영웅’ 에티오피아의 아베베 비킬라는 발에 맞는 운동화가 없자 맨발로 달려 우승해 더 유명하다.
[글=김원식 마라톤 해설가·전남 함평중 교사]
[김선영 마니아타임즈 기자 / scp2146@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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