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여자야구, 0-14 패배에도 최정예 나선 美 상대로 당당히 맞섰다 [야구월드컵]
한국전 출전시키며 최정예로 나서
대한민국, 0-14 패배에도
호수비·실책 2개만 하며 전날 실책쇼 극복
[스포츠서울 | 선더베이(캐나다)=황혜정기자] 비록 1회와 4회 빅이닝을 내주며 승기를 넘겨줬지만, 2회와 3회 각각 1실점에 불과한 것은 분명 고무적이다.
대한민국 여자야구 대표팀이 10일(한국시간) 캐나다 선더베이 베이스볼 센트럴 구장에서 열린 ‘2024 여자야구 월드컵(WBSC)’ 예선 두 번째 경기에서 미국 대표팀(세계랭킹 4위)에 당당히 맞서 싸웠다.
대표팀은 이날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미국 선수들에 주눅 들지 않고 자기 공을 던졌고, 자기 스윙을 했다. 수비 실책도 2회에 불과했다. 3회초엔 미국을 상대로 더블 플레이를 성공시키기도 했다.
몸을 날리는 호수비도 수차례 나오며 전날 실책 6개를 저지르며 홍콩에 한 점 차 충격패한 분위기를 급반전시키는 데 성공했다.
대한민국 여자야구 대표팀이 미국과 맞붙어 0-14로 5회 콜드게임 패배를 당했다. 그러나 점수가 전부는 아니었다. 빠른 공 대응훈련으로 미국 선수의 시속 110~120㎞대 속구를 계속 커트해 나가며 상대 선발의 투구 수를 늘렸다.
안타가 되진 않았지만, 빠른 공을 쳐 내야 땅볼 및 외야 플라이를 만들었다. 타순이 2번 돌아 대표팀 타자들이 총 18번 타석에 서는 동안 삼진은 6개만 당했다. 그 사이에 안타는 3개를 뽑아냈다. 일방적인, 무기력한 패배가 아니었다.
이날 미국은 최정예로 나섰다. 지난해 한국에서 열린 ‘홈런더비X’에 출전한 애쉬튼 랜스델과 알렉스 휴고를 1·2번 타자로 내세운 미국은 지난해 여성으로선 최초로 미국 마이너리그 팀(페리훅스)과 계약한 캘시아 휘트모어를 6번타자·중견수로, 여성으로선 최초로 대학 상위 레벨인 D1리그에서 뛰고 있는 올리비아 피차르도를 마무리 투수로 등판시켰다.
대표팀은 1회초 애쉬튼 렌스델에 중전 3루타, 알렉스 휴고에 좌전 적시타를 허용하며 선취점을 내줬다. 견제를 하다가 투수 실책으로 추가 실점했고, 안타 3개와 몸에 맞는 볼 하나로 1회에만 5실점했다.
그러나 2회와 3회 야수 호수비가 수차례 나오며 1실점으로 선방했다. 타자 일순을 돌아 알렉스 휴고가 2루타로 출루했고 투수 폭투를 틈타 3루에 안착한 휴고가 마르티네즈의 중견수 희생플라이 때 득점했다.
그러나 대표팀은 1루수 김해리가 라인드라이브로 2회초 첫 아웃카운트를 잡아냈고 2사 만루에서 2루수 박소연이 몸을 날려 페레즈의 공을 잡아내며 추가 실점을 혼신을 다해 막아냈다.
3회는 외야에서 호수비가 나왔다. 3회초 선두타자 베니테즈의 안타성 타구를 중견수 신누리가 몸을 날리며 극적으로 잡아냈다. 랜스델에 솔로 홈런을 허용하긴 했지만, 1사 1루에서 대표팀은 포수 김예서가 파울 공을 잡고 바로 1루로 송구해 대회 첫 더블 플레이를 성공시키며 이닝을 마쳤다.
기세를 탄 대표팀이 3회말 첫 득점 기회를 맞이했으나 아쉽게 무산됐다. 선두타자 김예서가 볼넷으로 출루했고, 1사 1루에서 안수지가 깨끗한 좌전 안타로 1사 1,2루 기회를 만들었다. 주은정이 투수 앞 땅볼로 물러났지만, 그 사이 주자들이 한 베이스씩 이동해 2사 2,3루가 됐다. 그러나 박주아가 헛스윙 삼진을 당하며 아쉽게 득점에 성공하지 못했다.
대표팀은 4회초 4실점, 5회초 3실점했지만, 4회초 1사 1,2루에서 구원등판한 곽민정이 1.1이닝 동안 1실점만 하며 삼진 3개를 솎아내는 기염을 토했다.
5회말 대표팀의 공격이 무득점으로 끝나며 0-14 콜드패를 당했다. 그러나 경기력은 기대 이상이었고, 선수들도 밝은 표정으로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경기 후 대표팀 양상문 감독은 “실력 차이가 분명히 나지만, 우리 선수들이 주눅 들지 않고 경기를 했다. 7회까지 못 가고 중간에 콜드게임 패배를 당하긴 했지만, 그래도 선수들이 할 수 있는 역할 이상을 했다고 생각한다. 내일(호주전)도 오늘처럼 부딪혀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3안타를 터트린 타선에선 안수지, 신누리, 김해리가 각각 안타 1개씩을 뽑아냈다. 안수지는 “빠른 공 대응 훈련을 한 보람이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선발투수 사유리는 1이닝 동안 안타 7개를 허용하며 6실점했다. 구원등판한 김나연이 2.1이닝 동안 5실점(4자책)했고, 곽민정이 1.1이닝 동안 삼진 3개를 솎아내며 1실점했다. 마지막으로 이유진이 0.1이닝 2실점했다.
삼진을 3개나 솎아낸 곽민정은 “변화구보다 속구 위주로 뿌렸는데 운좋게 삼진을 잡게 됐다. 특히 전 타석에서 홈런을 뽑아낸 랜스델을 상대로 삼진을 잡아 기분이 좋다”며 미소 지었다.
대표팀은 오는 11일 오전 12시 30분(한국시간)에 호주와 예선 세 번째 경기를 치른다. 호주전 선발투수는 최송희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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