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신약기업 주가 폭등시킨 K-멜로디…만능 처방전 아닌 옥석가리기
개별 기업 경제적 가치는 회사 경쟁력에 달려
[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정부가 제약·바이오 강국 도약을 위해 신약개발 디지털 대전환을 추진하면서 인공지능(AI) 신약개발 기업들의 주가가 폭등하고 있다. AI와 빅데이터 신약개발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K-멜로디(MELLODDY) 사업을 구체화하면서 해당 사업에 참여를 발표한 기업은 물론 상장한 AI 신약개발 기업들의 주가가 출렁이고 있다. 하지만 제약·바이오업계는 주가 폭등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오히려 AI 신약개발 기업에 대한 옥석가리기가 이뤄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AI 신약개발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AI 신약개발 기업 중 가장 먼저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신테카바이오(226330)는 지난 5월 4일 7690원이던 주가가 지난 7일 1만5090원까지 치솟았다. 석 달 만에 약 96% 증가한 수치다. AI 신약개발 관련주로 분류되는 오스코텍(039200)도 같은 기간 주가가 2만2000원에서 3만1950원으로 약 36% 증가했다. 최근 AI 신약개발에 나선 지니너스(389030)도 3개월 전 2200원이던 주가가 135%나 증가해 5170원 고지를 돌파했다.
AI 신약개발 관련 기업들의 주가 고공 행진은 정부가 추진 중인 AI 신약개발 관련 사업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K-멜로디(MELLODDY) 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AI 신약개발플랫폼 구축을 추진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K-멜로디 프로젝트는 연합학습(Federate Learning)이라는 AI 기술을 활용해 공공 및 민간기업이 갖고 있는 내부 데이터를 외부에 유출하지 않고 한곳에 모아 활용하는 개념”이라며 “데이터를 모아 더 좋은 성능을 발휘하는 AI 신약개발 플랫폼을 구축하는 다기관 참여형 민관협력 프로젝트”라고 소개했다.
해당 프로젝트 핵심은 연합학습 기술이다. 개인정보 또는 지식재산권을 포함한 민감 데이터의 보안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AI 활용을 가능케 하는 기술이다. 보건의료 데이터는 민감 데이터로 폐쇄적 활용에 따른 한계를 극복하자는 취지다. 정부와 업계는 K-멜로디 프로젝트로 연합학습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내부 데이터 유출없이 민간 및 공공 데이터의 공유 및 협력, 활용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업계에 따르면 해당 프로젝트에는 22개 제약기업이 참여해 신약개발 데이터를 갖고 실증 및 실용화하게 된다. 보안은 강화되고, 성능도 향상되는 한국형 AI 신약개발 플랫폼 구축을 기대하고 있다.
◇업계, 주가 급등 우려...“개별 기업 역량 확인할 기회”
K-멜로디 프로젝트와 관련해 최근 AI 신약개발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한 것과 관련해 업계 일각에서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국내 현실에 맞는 AI 신약개발 방법론을 확보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것에 일조할 수 있지만 개별 AI 신약개발 기업이 체감할 경제적 가치는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부의 K-멜로디 사업 추진으로 인해 AI 신약개발과 관련된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올랐다. 프로젝트 취지가 AI 신약개발 생태계를 활성화할 수 있는 사업이지만 기업들의 주가 움직임은 과도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며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한다고 해서 직접적인 투자를 받는다거나, 경제적 가치로 되돌아온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정부와 함께 K-멜로디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도 조심스러운 반응을 내비쳤다. 특히 AI 신약개발 기업들의 개별 역량을 확인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협회 관계자는 “해당 프로젝트 관련 예산은 현재 기획재정부에서 심의중이다. AI 신약개발 플랫폼을 구축하는 산학연 사업으로 특정 기업에 예산을 분배하는 사업이 아니다”라면서 “K-멜로디 프로젝트의 특정 AI 기업들의 참여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각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경제적 가치는 기업의 데이터 활용, AI 신약개발 역량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AI 신약개발 기업들이 K-멜로디 프로젝트에 참여해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한다 하더라도 개별 AI 신약개발 기술력에 따라 성패가 좌우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혁신신약 개발, 작용기전 데이터가 절실”
AI를 활용해 신약을 개발 중인 업계 관계자는 의료데이터 등 바이오 빅데이터와 관련된 것은 신약개발에 중요하다면서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작용기전(Mode Of Action) 데이터가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I 신약개발 기업 A사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 중인 연합학습을 통한 데이터 활용 프로젝트는 데이터 표준화, 정보보호 이슈 극복이라는 측면에서는 높이 살 수 있다”면서도 “약물재창출 또는 진단 분야에서도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지만, 혁신신약 개발에는 좀더 구체적인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혁신신약 개발은 작용기전과 관련된 데이터가 가장 중요하다. 예를 들어 어떤 질환의 돌연변이에 어떤 약 처방을 받고서 내성이 생겼다고 하면 이와 관련된 코릴레이션(관련성) 데이터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관련 데이터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부분을 강화하는 정책이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송영두 (songzi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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