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가 털어놓은 바이에른 이적 비화 "투헬과의 통화가 결정적", 피지컬 비결은 "10대 때 록키처럼 타이어 끌었어"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투헬 감독의 전화는 매우 결정적이었다."
'괴물' 김민재가 전한 바이에른 뮌헨 합류의 결정적 배경이었다. 바이에른맨이 된 김민재는 합류 이후 첫 언론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민재는 지난달 19일 바이에른 선수가 됐다. 계약기간은 2028년까지 5년, 등번호는 3번이었다. 김민재는 정우영(슈투트가르트)에 이어 두번째로 바이에른에 입성한 한국 선수가 됐다. 이적료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5000만유로(약 710억원)으로 추정된다. 김민재는 뤼카 에르난데스(8000만유로·약 1136억원)과 마타이스 더 리흐트(6700만유로·약 951억원)에 이어 바이에른 역사상 세번째로 비싼 사나이가 됐다. 김민재는 "바이에른은 모든 선수들의 꿈이다. 나는 바이에른에 오는 것을 고대했다. 나에게는 새로운 시작이다. 나는 여기서 발전을 계속할 것이다. 그들이 나를 얼마나 원했는지는 시작부터 명확했다. 내 첫 목표는 많은 경기에 나서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나는 가능한 많은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싶다"고 입단 소감을 전했다.
독일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은 김민재는 한차례 공식 기자회견을 진행하기는 했지만, 언론과의 인터뷰는 하지 않았다. 김민재는 독일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빌트를 통해 자신의 속내를 처음으로 드러냈다. 김민재는 맨유, 맨시티, 레알 마드리드, 파리생제르맹 등 빅클럽들의 러브콜 속 바이에른을 택한 이유를 전했다. 투마스 투헬 감독의 전화가 결정적이었다. 그는 "투헬 감독과의 전화는 매우 결정적이었다. 감동했다. 투헬 감독은 나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말했다. 그는 나와 내 경기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이야기했다. 뿐만이 아니라 나에 대한 명확한 계획도 갖고 있었다. 이는 매우 상세했다. 나에게 자신감, 안정감을 줬다"고 했다. 이어 "내 경기와 나의 강점에 대한 그의 생각은 내 생각과 정확히 일치했다. 투헬과의 대화를 통해 바이에른행을 즉시 결정했다"고 했다.
알려진대로 김민재는 투헬 감독의 픽이었다. 첼시를 이끌던 2021년부터 김민재를 주시했던 투헬 감독은 김민재가 팀에 합류하자 어린 아이처럼 기뻐했다. 그는 김민재를 보자 활짝 웃으며 끌어안아줬고,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누고는 볼까지 쓰다듬었다. 투헬 감독은 "만나서 반갑다. 정말 기쁘다. 넌 정말 잘할거다. 확신한다"는 말을 전했다.
'괴물'이라는 별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민재는 "내 별명이 참 마음에 든다. 그 별명은 경기장에서 내 자질을 설명해 주기에 긍정적"이라며 "난 바이에른에서 이 별명에 부응하고 싶다. 팬들이 날 전투적이고 강인한 수비수로 보이게 만들고 싶다"고 했다. 괴물 같은 활약을 펼칠 수 있는 비결인 특유의 피지컬 능력에 대해서는 유전자와 훈련을 이유로 꼽았다. 김민재는 "좋은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에 부모님에게 감사해야 할 것 같다"며라며 "하지만 어렸을 때 훈련도 많이 했다. 10대 때 '록키 발보아'처럼 타이어를 등에 지고 언덕을 뛰곤 했다"고 설명했다. 축복 받은 유전자에 혹독한 훈련이 겹쳐 만들 산물이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현재 몸 상태에 대해서는 "근육량이 좀 줄었다. 지금 파스타와 고기를 많이 먹고 있다"며 "아직 나 자신에 만족하지 않는다. 특히 내 체력 수준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했다. 이어 "난 여전히 바이에른에서 더 성장하길 원하고 있다. 팀원들과 더 친해져야 한다. 외부에서 피드백이 있으면 더 좋다. 난 오히려 자기비판적"이라고 덧붙였다.
김민재가 마지막 모의고사를 아쉽게 마무리했다. 김민재는 8일(한국시각) 독일 운터하잉 알펜바우어 스포르트파르크에서 열린 AS모나코와의 프리시즌 경기에 선발 출전해, 63분을 소화했다. 김민재가 바이에른 유니폼을 입고 치르는 세번째 경기, 프리시즌 마지막 경기였다. 세 경기 연속 선발로 나서며 주전 경쟁에서 가장 유리한 구도를 점했음을 보여줬지만, 실점 장면의 빌미를 허용하는 등 아직까지 100%의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몸상태가 아직 정상이 아닌만큼, 개막까지 빠르게 몸을 올려야 한다는 과제를 남기며, 프리시즌을 마무리했다.
왼쪽 센터백으로 나선 김민재는 이날도 무난한 활약을 펼쳤다. 3개의 클리어링, 1개의 슛블록, 2개의 인터셉트, 3개의 태클을 성공시켰다. 지상 경합은 3번 시도해 모두 승리했다. 상대 드리블을 효과적으로 막아내는 모습을 여러차례 보였다. 파바르가 다소 아쉬운 위치를 보인 가운데, 김민재가 빌드업과 수비를 모두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자주 나왔다. 그럼에도 무난한 경기력을 보였다. 공격에서도 86번의 터치를 해, 73번의 패스 시도 중 65개를 성공시켰다. 성공률은 89%. 평소보다는 떨어졌다. 그럼에도 1개의 키패스를 성공시켰다. 롱패스는 4번 시도해 2번을 성공시켰다. 소파스코어 기준으로 평점 6.9점으로 센터백 중에서는 최고 평점을 받았다.
하지만 치명적인 실수가 나왔다. 전반 28분 대형 실수로 실점의 빌미를 줬다. 김민재가 파바르에게 패스를 준다는 것이 사이에 있던 알렉산드르 골로빈에게 향했다. 골로빈이 인터셉트한 후 날린 슈팅은 골키퍼가 막았지만 이어 미나미노 다쿠미가 밀어넣었다. 어이없는 실수를 했다는 것은 집중력이 떨어졌다는 증거고, 이는 체력적으로 확실히 올라오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김민재는 이날 왼쪽은 물론, 중앙과 오른쪽까지 커버하는 특유의 폭넓은 수비력을 자랑했지만, 체력 부담 때문인지 확실히 나폴리에서 보여준 모습만큼의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물론 순간순간 폭넓고 재빠른 커버로 바이에른의 수비를 이끌었지만, 안정감은 과거같지 않았다. 체력적으로도 힘든 모습이었다. 김민재는 후반 18분 다요 우파메카노와 교체돼 나왔다. 김민재는 프리시즌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김민재와 함께 주전 수비수로 거론되는 더리흐트와 거의 호흡을 맞추지 못한채 마무리된 것이 아쉽다. 김민재는 벤자민 파바르와의 호흡면에서는 다소 아쉬움을 보였다.
아쉬웠던 경기였던만큼, 혹평이 이어졌다. 경기 후 토마스 투헬 감독은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우린 많은 일을 잘 해왔지만 여전히 개선할 부분이 있다. 우린 경기를 아주 잘 시작했고 주도권을 잡았어야 했다. 하지만 우리의 실수로 인해 다소 길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독일 언론들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ZDF는 'AS모나코전에서 바이에른은 긍정적 모습과 부정적 모습을 모두 보여줬다. 공격진은 긍정적이었다. 가장 큰 희망은 자말 무시알라였다. 반면 수비쪽에서는 김민재의 나쁜 패스가 나왔다. 조슈아 키미히가 빠진 수비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고 했다. 아벤트자이퉁 뮌헨은 조금 더 강도가 높았다. 이 매체는 '바이에른은 이날 공격에서 스피드와 창의성을 보여줬다. 반면 수비적으로는 엄청나게 흔들렸다. 신입생 김민재가 흔들리자 수비가 함께 흔들렸다. 키미히의 공백도 느껴졌다'고 했다.
프리시즌이기는 하지만 한 경기 실수를 두고 바로 비판이 쏟아진 것, 확실히 빅클럽의 무게감이 느껴진다.
김민재는 첫 프리시즌을 마무리했다. 김민재는 팀 합류 후 곧바로 훈련을 시작했다. 하지만 몸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김민재는 3주간 기초군사훈련을 다녀왔다. 김민재는 지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혜택을 받았다. 훈련 후 10일 정도 휴식을 취한 후 바이에른에 합류했다. 투헬 감독은 그토록 원했던 김민재 합류에 싱글벙글이었다. 첫 만남에 볼을 만지고 포옹을 하는 등 격하게 환영했다. 김민재도 특유의 성실한 태도로 투헬 감독의 미소에 화답했다. TZ는 '김민재가 투헬 감독의 제안을 거부한 뒤 바이에른의 롤 모델이 됐다. 김민재는 바이에른 훈련 캠프 한 가운데에 있으며, 투헬 감독의 찬사를 받았다'고 했다. 김민재는 휴가를 더욱 즐기다 팀에 합류할 수 있었지만, 먼저 팀에 합류하는 것을 택했다. TZ는 '김민재가 수비의 보스가 되 수 있도록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했고, 아시아 투어에 합류하라는 구단의 제안을 정중하게 거절했다. 김민재는 휴가를 즐기는 대신 전속력으로 시즌을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군사훈련과 휴식으로 몸이 아직 정상이 아닌 김민재는 사이클과 개인훈련을 통해 서서히 몸을 만들었다.
지난달 24일 김민재는 홈 팬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바이에른은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팀 프레젠테이션' 행사를 가졌다. '팀 프레젠테이션'은 2023~2024시즌을 준비하는 바이에른 선수단이 팬 앞에서 인사를 하는, 일종의 출정식이다. 김민재는 이날 처음으로 홈 팬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등번호 3번을 배정 받은 김민재는 다요 우파메카노에 이어 등장했다. 장내 아나운서가 "몬스터 민재 킴!"을 외치자 경기장을 찾은 4만5000명의 팬들은 뜨거운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에스코트 키즈와 함께 피치 안으로 들어간 김민재는 손을 흔들며 팬들의 함성에 화답했다. 김민재는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훈련을 소화하며, 알리안츠 아레나 적응에 들어갔다. 이날 행사는 지난 2013년 바이에른의 트레블 10주년 기념행사를 겸해 열렸다. 앞서 바이에른-도르트문트 레전드 맞대결이 펼쳐졌고, 바이에른 여성팀 선수들도 등장해 팬에게 인사를 전했다. 김민재는 이후 아시아 투어에 합류했다.
맨시티전에 나서지 못한 김민재는 지난 달 29일 일본 도쿄에서 가와사키 프론탈레를 상대로 데뷔전을 치렀다. 김민재는 벤자민 파바르와 함께 중앙 수비를 구성했다. 군사훈련 여파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음에도 좋은 플레이로 강한 임팩트를 남겼다. 특유의 폭발적인 스피드와 힘은 여전했다. 과감한 오버래핑으로 공격에 힘을 더하는 김민재만의 플레이도 선보였다. 토마스 투헬 감독도 미소로 화답했다. 김민재는 평점 7.5점을 받으며 바이에른 수비진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김민재는 우파 우파메카노와 함께 교체돼 나왔다.
이어 2일 싱가포르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리버풀과의 프리시즌 경기에 선발 출전해 전반 45분을 소화했다. 김민재는 이날도 맹활약을 펼쳤다. 포백의 왼쪽 센터백으로 나선 김민재는 그림 같은 어시스트를 올리며, 바이에른 이적 후 첫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김민재는 수비진에서 가장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며, 또 한번의 호평을 받았다. 마지막 경기에서 아쉬움을 남기기는 했지만, 그래도 왜 바이에른이 자신을 원했는지 보여주는 장면도 충분히 보여줬다.
프리시즌을 마무리한 바이에른은 본격적인 시즌에 들어선다. 가능성과 아쉬움을 모두 보인 김민재도 이제 본고사에 나선다. 13일 홈에서 라이프치히와 슈퍼컵 경기를 치른다. 바이에른은 리그 우승, 라이프치히는 DFP포칼을 차지했다. 이날은 김민재가 이적 후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 수 있는 경기다. 남은 기간 최대한 몸상태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2023~2024 분데스리가 개막전은 19일 베르더 브레멘 원정경기다. 김민재의 본격적인 출발이 임박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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