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기시대 사냥꾼 vs 나폴레옹군 병사, 누가 키 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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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기인 그라베트인은 약 2~3만년 전 이탈리아와 옛 유고연방에 살았다.
약 2만년 전 유럽인의 평균 키도 그라베트인보다는 작았지만, 남성 174㎝, 여성 162㎝ 수준은 유지했다.
신석기 시기 남성의 평균 키는 165.3㎝, 여성은 154.5㎝로 뚝 떨어졌다.
남성을 기준으로 그라베트인보다는 17.7㎝, 구석기 유럽 남성 평균보다 8.7㎝ 줄어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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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의사 에드윈 게일이 쓴 '창조적 유전자'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구석기인 그라베트인은 약 2~3만년 전 이탈리아와 옛 유고연방에 살았다. 수렵채집인으로서 식물을 주식으로 먹었고, 단백질 섭취량도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신 지방과 염분은 덜 먹고, 더 많이 움직였다. 이들 중 상당수는 183㎝ 이상이었다. 염색체 분석 결과, 현재의 많은 유럽인이 그들의 후손으로 알려졌다. 고대인인 그라베트인은 요즘 유럽인들 못지않게 키가 컸다. 이들이 살던 시대는 수렵의 황금기. 그만큼 좋은 영양소를 섭취할 기회가 많았다. 약 2만년 전 유럽인의 평균 키도 그라베트인보다는 작았지만, 남성 174㎝, 여성 162㎝ 수준은 유지했다.
그러나 농경사회로 진입하면서 인간의 키는 갑자기 줄어들었다. 신석기 시기 남성의 평균 키는 165.3㎝, 여성은 154.5㎝로 뚝 떨어졌다. 남성을 기준으로 그라베트인보다는 17.7㎝, 구석기 유럽 남성 평균보다 8.7㎝ 줄어든 것이다.
영양이 부족해지고, 먹이를 얻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었다. 식단에서 탄수화물 비중이 올라갔고, 물고기와 작은 사냥감으로 식단을 보충해야 했다. 영양 수준은 수렵 황금기에 견줘 현격히 떨어졌다. 이후에도 오랜 기간 구석기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먹거리 부족과 지속적인 노동 탓에 인간의 신장은 신석기 이후 근대까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가령 나폴레옹의 프랑스 군대는 구석기 수렵채집인보다 훨씬 작았다. 프랑스의 의사 루이 르네 빌레르메(1782~1863)가 나폴레옹 군대에 징집된 병사 10만명의 키 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징집병의 평균 키는 162㎝ 수준. 지역별로 편차가 있었는데, 부유한 지역 출신은 168㎝, 가난한 산악지대 출신은 156㎝였다.
빌레르메는 "여타 조건이 동일하다면 사람의 키와 성장 속도는 지역이 부유하고 안락함이 보편적이고 의식주가 양호하고 유아기와 청년기의 노동, 피로, 궁핍이 덜한 정도에 비례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영국의 저명한 의사이자 당뇨병 연구 권위자인 에드윈 게일이 쓴 '창조적 유전자'(원제: The Species that Changed Itself)에 나오는 내용이다. 저자는 유전자의 표현형 변화를 통해 인류의 역사를 기술한다.
표현형(phenotype)이란 특정 환경에서 유전자가 표현되는 각각의 형태를 말한다. 영국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책 '확장된 표현형'에서 비롯한 말인데, 유전자가 특정 환경에 따라 표출된다는 뜻이다. 눈동자의 색과 같은 표현형의 일부 요소는 고정돼 있지만 키나 몸무게 같은 표현형은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저자는 "환경의 체에 걸러지고 인생 역정의 손에 빚어진 유전자의 표현"이라고 설명한다.
표현형의 변화는 인류 역사의 흐름과 함께했다. 불을 이용해 음식물을 익혀 먹게 되면서 아래턱이 작아지고 돌출하게 됐고, 얼굴이 납작해진 덕에 얼굴 근육으로 여러 다양한 감정을 전달할 수 있게 됐다. 현대에도 여러 표현형을 관찰할 수 있다. 넘치는 풍요에서 생겨난 만성적 영양 과잉은 비만으로 나타났다. 훈련 기법과 기술의 발달은 스포츠 기록의 단축으로 이어졌다.
'종의 기원'을 쓴 찰스 다윈은 "살아남는 것은 가장 힘센 종도, 가장 영리한 종도 아니요, 변화에 가장 잘 대처하는 종"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인간은 "삶에 놀랍도록 훌륭히 적응한" 성공적인 종(種)이다.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수많은 변화에도 잘 적응해 나갈 것이라고 저자는 낙관한다.
문학동네. 노승영 옮김. 484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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