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증권사, 2분기 주식 폭락 사태에 충당금 5000억원 적립 [투자360]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지난 2분기 무더기 주식 폭락 사태 등으로 인한 손실에 대비해 수천억 원의 충당금을 적립했다. 증권사들은 차액결제거래(CFD) 관련 충당금을 충분히 쌓아 손실 위험을 모두 반영했다고 밝혔지만,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해외 부동산 투자 자산 부실 위험이 계속되면서 하반기에도 충당금 적립과 손상 인식이 불가피하단 전망이 나온다.
10일 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KB·하나·메리츠·키움·신한투자·대신 등 10대 증권사들이 2분기에 CFD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의 부실 위험에 대비해 쌓은 충당금 규모는 5000억원에 육박한다.
하나증권은 2분기에 CFD(518억원) 미수금과 펀드 보상(530억원) 대비를 위해 1000억원 넘는 충당금을 적립했다. 한국투자증권은 CFD와 부동산 PF 위험에 보수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분기에 충당금 1000억원가량을 적립했다.
키움증권은 별도 기준 2분기 말 미수금 대손충당금이 914억원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PF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어서 대다수가 CFD 손실 위험에 대비한 것이다. 삼성증권은 2분기 금융자산 손상 손실이 670억원가량 발생했다. 이 중 부동산 PF가 200억원, CFD 관련 미수금이 400억원이다.
메리츠증권의 부동산 PF 관련 충당금은 지난 1분기(314억원)와 비슷한 수준으로 예상되고 CFD 관련 충당금은 5억원 미만으로 추산된다. NH투자증권이 2분기에 적립한 충당금은 300억원으로 추정된다. NH투자증권은 미수채권을 포함해 CFD 관련 충당금으로 약 110억원, 경기 전망 변경에 따른 부도율(PD) 값 조정에 따른 충당금 200억원가량을 각각 쌓은 것으로 분석된다.
미래에셋증권은 CFD를 취급하지 않아 부동산 PF 관련 충당금만 220억원을 쌓았고, 대신증권 역시 CFD가 없어 별도 충당금을 적립하지 않았다. 신한투자증권은 CFD 충당금으로 205억원으로 반영했고 KB증권은 2분기 충당금으로 130억원을 쌓았다.
증권사들은 상반기 국내 증권가를 뒤흔든 CFD 관련 손실 위험에 대비한 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부동산 PF와 해외 부동산 등의 대체 투자자산 손실 위험 대비책은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해외 부동산 시장이 금리 인상 여파로 냉랭해지면서 국내 증권사의 대체투자에 손실 위험 경고등이 들어와서다.
미래에셋증권은 2019년 펀드와 기관 등을 동원해 투자한 2800억원 규모 홍콩 오피스 빌딩 투자 펀드 자산이 약 90% 손실 처리하는 쪽으로 결정이 나면서 사태 수습에 나섰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펀드가 보유한 중순위 채권의 원리금 회수가 최우선 과제이며 이를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법적 절차 등을 통해 투자자 보호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증권은 2019년 말 펀드 조성과 현지 대출 등을 동원해 인수한 독일 더 스퀘어 빌딩 재매각이 여의찮게 되자 만기 연장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 증권사는 2분기에 부동산 PF를 포함한 투자은행(IB) 자산에서 430억원의 평가손실이 발생했다.
다른 일부 대형 증권사도 하반기 전망을 보수적으로 잡고 적극적인 위험 관리 전략 실행에 나섰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국내외 부동산개발금융을 별도 사후관리를 하고 있으며 수시로 자산의 개발 진행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해외 대체투자 자산도 최대한 보수적인 관점에서 선별적으로 취급하고 위기 상황 분석을 통해 손실 금액과 규제 비율 영향을 점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거시 경제와 개별 대체투자 자산 가치를 면밀히 분석해 적정 매각 시점 등을 조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PF 기 투자분에 대해선 수시로 모니터링하고 정책금융지원을 적극 활용해 위험 관리를 하고 선순위 등 상환 안정성이 높은 우량 사업장 위주의 신규 투자에 그룹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도 "해외 부동산과 대체투자 자산의 가치하락에 따른 위험에 대비해 별도 조직을 신설해 집중 사후관리를 하고 있다"며 "보수적인 전망에 따라 재구조화, 리파이낸싱(차환용 채권 발행), 매각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노출 위험을 줄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KB증권 측은 보수적인 위험 관리정책을 유지하고 위험자본 사용 효율성을 제고해 투자 여력을 확보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증권가 내부에선 일부 증권사의 국내 부동산 PF와 해외 부동산 투자 자산 부실 위험 대비책이 충분하지 않아 추가 대책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반기에도 부동산시장 냉각에 따른 충당금 적립과 해외 부동산 손상 인식 등의 위험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25개 증권사 부동산 PF 신용공여 규모는 지난 8일 기준 20조6600억원 수준이다.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지난 3월 말 기준 15.88%로 2021년 말 3.71%보다 10%포인트 이상 뛰었다.
ey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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