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샷] “화성에도 계절 있었다” 생명체 탄생했을 진흙 균열 확인
물에 잠겼다가 마르길 반복하면서 생성
생체 고분자 사슬이 탄생할 최적 조건
화성에도 계절에 있었음을 보여주는 지질학 화석이 발견됐다. 38억년 전에 진흙이 마르면서 육각형 모양으로 갈라진 흔적이다. 이런 모양은 지구처럼 건기와 우기가 반복될 때 가능하다는 점에서 초기 화성에서 생명체가 탄생할 수 있었던 환경을 확인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프랑스 천체물리학 및 행성학 연구소의 행성 과학자 윌리엄 라핀(William Rapin) 박사는 10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큐리오시티 로버가 화성의 게일 충돌구에 있는 36억년 전 퇴적층에서 육각형 형태의 소금 퇴적물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견한 육각형은 화성에 건기와 우기가 주기적으로 반복됐음을 보여주는 최초의 화석 증거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앞서 다른 연구에서 생명체의 필수 물질이 만들어지려면 분자들이 서로 다른 농도에서 반복적으로 상호작용해야 한다고 밝혀졌다. 건기와 우기가 반복돼야 그런 농도 변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번 육각형 지질 화석은 화성에 생명체가 탄생하는 데 필수적인 환경을 보여준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습기, 우기 반복하며 육각형 균열 만들어져
큐리오시티 로버는 지난 2021년 게일 충돌구에서 5km 높이의 샤프산을 올라갔다. 로버는 점토층과 그 위 황산염이 풍부한 층 사이에 있는 ‘퐁투르(Pontours)’라는 별명을 가진 암석에서 채취한 시료에서 진흙 균열을 발견했다. 각각의 육각형의 폭은 4㎝였다. 당시 수심은 2㎝였던 것으로 추정됐다.
점토는 일반적으로 물에서 형성되지만, 황산염은 물이 마르면서 형성된다. 육각형 균열은 물이 찼다가 마르면서 생겼다는 의미다. 큐리오시티의 정밀 레이저 장비인 켐캠(ChemCam)은 진흙이 갈라진 가장자리에서 단단한 황산염층을 확인했다. 이 염분층이 일종의 보호막이 돼 진흙 균열이 수십억 년 동안 보존될 수 있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과학자들이 화성의 지질을 조사하는 것은 그 자체가 과거 역사를 보여주는 화석이기 때문이다. 지구는 지각판들이 서로 부딪히며 끊임없이 변하지만, 화성은 그런 판 구조가 없어 수십억년 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1990년대에 화성 궤도를 돌던 나사 탐사선은 처음으로 화성에서 말라버린 강과 협곡, 삼각주, 퇴적층을 포착했다. 이는 과거 화성에도 액체 상태의 물이 흘렀다는 증거여서 생명체 발견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나사 제트추진연구소의 큐리오시티 로버 프로젝트의 애쉬윈 바사바다(Ashwin Vasavada) 박사는 “표면의 지질학적 특징은 고대 화성의 기후가 지금보다 훨씬 더 따뜻하고 습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큐리오시티는 2012년 처음으로 화성에서 지질학적 과정과 생물학적 과정에 의해 형성될 수 있는 단순한 유기분자를 발견했다. 2019년에는 게일 충돌구에서 레이저 분광기로 대기 중에 10억 분자 중 21개 농도의 메탄을 포착했다. 메탄은 탄소 원자 1개와 수소 원자 4개가 결합한 유기화합물로, 주로 미생물의 대사 과정에서 배출된다.
문제는 초기 화성에서 따뜻하고 습한 조건이 생명체가 탄생하기에 충분한 시간 동안 지속할 수 있었을까 하는 것이다. 오늘날 화성은 대기가 거의 없어 물은 얼어붙은 만년설이나 지각의 광물 속에 갇혀 있다고 추정된다. 태양 에너지가 훨씬 약했던 수십억년 전에는 상황이 훨씬 더 좋지 않았을 것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화산 폭발이나 소행성 충돌로 때때로 온실가스가 화성 대기에 주입되면서 춥고 건조했던 기후에 잠깐 온난화가 일어났다고 주장한다. 반면 다른 연구자들은 화성의 지질학적 특징으로 보아 과거 따뜻하고 습한 기후가 지속해서 존재했다고 본다. 큐리오시티 로버는 이번에 화성의 고대 암석에서 육각형 모양으로 갈라진 형태를 발견해 따뜻한 기후가 지속했다는 주장에 힘을 실었다. 미국 모하비 사막 계곡의 데스밸리와 같은 곳에서도 수년간 우기와 건기가 반복된 뒤에 이런 균열 형태가 만들어진다.
◇유전물질 같은 생체 분자 형성에는 건기도 필수
라핀 박사는 처음 화성의 진흙이 마르면서 갈라졌을 때는 날카로운 T자형 각도를 가진 정사각형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다가 다시 진흙에 물이 찰 때마다 균열이 조금씩 달라붙었다가 땅이 다시 마르면 벌어지길 반복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균열의 날카로운 각도가 Y자 모양으로 부드러워지면서 이번에 발견한 육각형 모양이 만들어진다고 라핀 박사는 말했다. 라핀 박사는 “습했다가 마르기를 반복하지 않고는 육각형 형태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건기와 우기의 반복이 수천에서 수백만 년 동안 계절에 따라 지속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계절 따라 건기와 우기가 반복되는 순환은 생명체가 탄생하는 데 이상적인 조건이 된다. 생명체는 고분자라고 불리는 긴 사슬의 탄소 분자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단백질을 이루는 아미노산과 DNA를 만드는 핵산(뉴클레오티드)과 같이 생명에 필수적인 분자들이 다 그런 형태이다.
고분자 사슬을 형성하려면 물이 필수적이다. 구성 성분들이 물에 녹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은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아야 한다. 물이 너무 많으면 분자 성분이 서로 달라붙지 않는다. 습식-건식 주기는 중합체 형성으로 이어지는 화학 반응에 공급되는 물질들의 농도를 제어한다.
과거 실험에 따르면 생체 분자를 만드는 중합이나 응축 같은 화학 반응에는 종종 물이 없는 탈수 기간이 필요한 것으로 밝혀졌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의 마크 세프톤(Mark Sephton) 교수는 뉴사이언티스트지에 “원시 수프가 있는데 건조시키면 방사선이나 산화에 의해 분해되지 않는 한 서로 달라붙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논문 공저자인 미국 로스앨러머스 국립연구소의 니나 란자(Nina Lanza) 박사는 “두 조건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건기-우기 순환이 생명체가 탄생하고 사는 데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견에도 불구하고 아직 해결되지 못한 질문은 많다. 시카고대의 에드윈 카이트(Edwin Kite) 교수는 “이번 발견이 해답보다 더 많은 의문을 낳았다”며 “예를 들어 초기 화성의 기후가 왜 그렇게 따뜻했는지, 나중에 왜 화성이 말라버렸는지 아직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라핀 박사는 화성의 고대 암석에 지구가 잃어버린 행성 초기 상태를 보여주는 증거가 있다고 본다. 이는 지구의 과거를 규명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연구진은 지구 데스밸리가 화성의 진흙 균열을 분석하는 데 도움이 된 것처럼, 앞으로 화성에서 얻은 지식도 지구에서 생명체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참고 자료
Nature(2023),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3-06220-3
Geophysical Research Letters(2019), DOI: https://doi.org/10.1029/2019GL08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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