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논단] 형사미성년 연령 하향에 따른 과밀수용의 문제

정훈진 대전지방변호사회 회장 2023. 8. 10.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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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진 대전지방변호사회 회장

현재는 과거에 비해 개인의 개성이 더 존중되는 다가치사회(多價値社會)라고 할 수 있으나, 정치적 영역에서는 이분화돼 혐오와 투쟁만 남아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기보다 현재의 비판에 더 열성적이다. 주변 국가의 이기적인 행동 속에서 대한민국의 이익을 위한 유연한 외교가 필요해 보이는 가운데, 분열이 만연해 무작정 싸우고 있는 모습만 보여 혼란스럽고 안타깝다. 인구급감으로 인한 지방소멸은 향후 청소년에게 커다란 부담이 될 것이고, 여기에 통제되지 않고 송출되는 유튜버와 SNS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청소년은 어떻게 가치를 정립하고 자신의 미래를 꿈꾸고 있을까.

대부분의 청소년은 자신의 미래를 위해 성실하게 생활하고 인내하고 있지만, 우려스러운 일은 촉법소년의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법률은 만 14세 미만을 형사처벌 할 수 없는 것으로 규정해 만 10세 이상 만 14세 이하의 범죄 청소년에 대해서는 소년법상 촉법소년이라고 한다. 이들은 형사처벌을 할 수 없고 소년법상 보호처분의 대상도 된다. 만 10세 미만의 어린이는 형사처벌은 물론 소년법상 보호처분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형사미성년자 제도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형법 제정시부터 14세를 규정했고 독일, 일본도 동일하다. 미국의 일부 주와 태국은 7세고, 스페인은 16세, 북유럽의 일부 국가는 18세로 규정하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도 형사미성년 연령을 하향하는 문제에 있어 논의가 있었고, 곧 형사미성년의 나이를 13세로 하향하는 방향으로 법률이 개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형사미성년 연령이 하향돼 소년범의 증가할 경우 소년형사재판과 소년구금시설, 소년재사회화를 위한 제도 등과 아울러 소년범죄 피해자 보호방안도 종합적으로 생각해 봐야 한다. 개정안으로 고려되고 있는 것은 소년범의 분리수용, 구금시설의 소규모화, 소년보호절차에 있어서 인권보호를 위한 개선 방안, 소년범죄 피해자의 절차 참여권, 조건부 송치제도 등으로 보인다.

제도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면 실패하게 된다. 우리나라 구금제도는 재사회화를 목표로 하지만 과밀수용으로 인해 구금에 더 치중하고 있는 것 같다. 현재 과밀수용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소년범의 연령하향에 따라 증가하는 소년범에 대해 성인의 구금시설과 분리한다고 하더라도 소년범 정책은 재사회화보다 구금에 더 큰 목표를 두고 운영될 수밖에 없다. 과밀수용은 잦은 단기자유형의 선고, 재산형보다 구금형을 우선, 구금시설의 부족, 교정인력의 부족 등 다양한 이유로 발생하는데, 형사정책 학자들은 과밀수용의 해결방안으로 전환제도(Diversion)를 제안하고 있다. 전환제도는 단기구금형의 단점을 보완하거나 소년범의 재범방지를 위한 제도로 자주 논의되며, 미국, 영국 등에서 운영 중이다. 회복적사법과도 사회안정적 목표가 같다.

소년범에 대한 형사정책은 연령을 하향하거나 구금을 성인과 분리한다고 해서 당연히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구금시설에서 재사회화에 실패한다면 결국 지능적인 범죄인을 생산하거나 조직범죄를 예비하는 단기구금제도의 단점이 그대로 나타나게 된다. 소년범의 형사책임 연령을 하향하더라도 이는 구금이나 처벌이 최우선이 아닌 재범방지와 재사회화에 우선적 목표를 둬야 한다. 따라서 피해회복 여부와 개선가능성 등을 양형에 고려해 단기구금을 지양하고, 보호관찰 등을 통해 사회내에서 건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조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필요한 교정인원을 보완해야 한다. 현재의 교정인원과 보호관찰 인원으로는 제도의 목표를 달성하기에 매우 부족하다. 제도를 고안하거나 법령을 개정해 법과 현실의 괴리를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제도의 고안은 혼란만 가중시키게 될 것이다. 법률변경으로 가중되는 혼란보다는 현재의 괴리가 더 인내하기 수월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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