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색칠놀이’ 제보한 시민 출입 막는 용산어린이정원

김가윤 2023. 8. 10.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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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어린이정원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모습을 활용한 색칠놀이 도안을 어린이들에게 나눠준다'는 사실을 온라인에 알린 시민들이 정원 쪽으로부터 출입금지 조처를 당했다.

지난 8일 한겨레가 용산어린이정원을 가보니 여전히 윤 대통령 부부 색칠놀이 도안 5종을 제공하고 있었다.

용산어린이정원 잔디마당 끝쪽에는 '대통령 특별전시'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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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경호처 등 관련 기관들, 책임 떠넘기며 답변 회피
용산어린이정원에 놓인 윤석열 대통령 부부 색칠놀이 도안. 김우리사랑 연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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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어린이정원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모습을 활용한 색칠놀이 도안을 어린이들에게 나눠준다’는 사실을 온라인에 알린 시민들이 정원 쪽으로부터 출입금지 조처를 당했다. 정원 출입에 ‘블랙리스트’를 둔 셈인데, 대통령실 행태를 비판했다고 출입을 막는 것은 비상식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온전한생태평화공원조성을 위한 용산시민회의’ 김은희 대표는 9일 한겨레에 “지난 2일 현장 등록으로 정원에 입장하려고 했지만, ‘예약신청이 불가합니다. 관리자에게 문의하세요’라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용산어린이정원은 최소 6일전 사전예약을 거쳐야 방문할 수 있지만, 방문 이력이 있으면 현장 등록 후 바로 입장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지난달 22일 정원에 들어가 도안을 촬영했던 용산 주민 5명과 김 대표는 현재까지 ‘출입 불가’다.

용산어린이정원은 지난달 10일 특정인의 입장을 막을 근거 규정을 신설했다. ‘용산 반환부지 임시개방구간 관람 등에 관한 규정’에는 ‘관리기관장은 반환부지 관련 기관의 요청이 있을 경우 예약신청 또는 현장접수를 받은 대상자의 출입을 제한할 수 있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용산어린이정원은 한·미 협의에 따라 순차적으로 반환되는 용산 반환부지 중 일부다. 대통령실이 들어서기 이전부터 관련법에 따라 국민에게 돌려줄 공원이 들어서기로 계획된 곳이다. 하지만 대통령실이 옮겨오면서 경호구역으로 편입됐고, 이때문에 출입제한 등 조치가 가능하다는 논리로 보인다.

국토교통부 산하 용산공원조성추진기획단 쪽은 “출입 가능 여부는 대통령경호처에서 승인하는 사항이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경호처 관계자는 “정원을 운영하는 엘에이치에 물어보라”고 답했다. 엘에이치는 “관련 기관 요청으로 진행된 것이다. 어느 기관 요청인지는 밝힐 수 없다”고 답했다.

김 대표는 “출입금지 당시 정원 인근에 있던 용산경찰서 정보과 직원이 ‘정원에 들어가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려 정치적으로 이용함으로써 평온을 해쳤다는 이유로 재방문 신청을 반려당했다고 한다’고 알려줬다”며 “이런 이유로 정원 출입을 금지했다면 명백한 시민권 침해”라고 반발했다.

지난 8일 한겨레가 용산어린이정원을 가보니 여전히 윤 대통령 부부 색칠놀이 도안 5종을 제공하고 있었다. 윤 대통령 부부가 어린이, 반려동물, 국가대표와 찍은 사진을 활용해 색칠놀이를 할 수 있도록 제작된 도안들이다. 도안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안내 직원은 “왜 사진을 찍느냐”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용산어린이정원에서 진행되는 ‘대통령 특별전시’ 사진. 김우리사랑 연수생
용산어린이정원에서 진행되는 ‘대통령 특별전시’ 사진. 김우리사랑 연수생

용산어린이정원 잔디마당 끝쪽에는 ‘대통령 특별전시’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취임식, 해외 순방, 시정연설 등 사진뿐만 아니라 바이든 대통령의 선물을 받는 대통령, 칸 영화제 수상 관계자 초청 만찬, 손흥민 선수 체육훈장 청룡장 수여식 사진 등 수십여장이 전시되어 있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사진도 걸려 있었다. ‘자유는 우리에게 더 많은 기회를, 연대는 우리에게 더 큰 미래를 선사한다’는 윤 대통령 신년사의 한 구절을 명언처럼 걸어놓기도 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김우리사랑 교육연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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