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시야비야] 잇따른 '흉기 난동', 범정부 차원 대책나와야
'사법입원제' 도입 필요성 다시 주목
사이코패스 문제로만 치부해선 안돼
서울 관악 신림역과 경기도 성남 분당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에 이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를 흉내 낸 모방범죄를 저지르겠다는 '살인 예고' 글이 잇따르면서 국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최근 20대 현역 해군이 '부산 서면에서 칼부림할 예정'이라는 글을 올렸다 경찰에 검거돼 헌병대에 인계되는가 하면 '인천 계양역에서 20명을 죽이겠다'고 SNS(소셜미디어)에 예고한 10대 작성자도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게시 글을 올린 이들 대다수는 10-20대 젊은 층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검찰은 살인 예고 글에 대해 살인예비 죄를 적용하고 구속수사를 적극 검토하는 등 강경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경찰은 지난 4일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한 이후 주요 도심 지역에 특공대와 장갑차 등을 배치해 치안활동을 강화했지만 공포감에 휩싸인 시민들은 "집 나서기가 겁난다"고 말한다. 묻지마 범죄(이상동기 범죄)는 아무 잘못도 없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범죄를 예상할 수도, 피할 수도 없어 더 공포를 느끼게 된다. 치안이 잘돼있어 밤길에도 안전하다고 소문난 우리나라가 어쩌다 공공장소의 일상마저 불안한 사회가 됐는지 안타깝다.
'묻지마 흉기난동'이 잇따른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림역 부근 상가에서 흉기를 휘두른 30대 가해자는 경찰에서 "나는 불행하게 사는데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20대 초반의 서현역 칼부림 용의자는 "특정집단이 나를 스토킹 하고, 죽이려한다"고 횡설수설하기도 했다. 그는 정신의학과 진료와 일종이 정신분열증인 '조현성 인격장애' 진단 이력이 있었다. 이들 가해자는 자기감정에 함몰된 사회적 외톨이라는 게 공통점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흉기 난동사건의 주요 피의자들이 정신질환을 앓았던 이력이 있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흉악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중증 정신질환자의 강제 입원 여부를 법원 이 결정하는'사법입원제'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00대 초부터 불특정 다수를 노린 묻지마 범죄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일본은 그 원인을 절망과 고독이라고 진단했다. 장기 경기침체를 겪은 일본에선 2000년대 들어 20-30대 '운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 남성에 의한 묻지마 범죄가 잇따랐다. 2008년 20대 남성이 트럭을 몰고 도쿄 아키하바라 상점가로 돌진해 행인들을 치고 흉기를 휘둘러 7명이 사망하고 10명이 중경상을 입은 '아키하바라 사건'이 대표적이다. 2021년에는 일본 도쿄의 한 전철에서 영화 배트맨 시리즈에 등장하는 조커 복장을 한 20대 남성이 열차 안에서 흉기를 휘두르고 불까지 질러 18명의 승객이 부상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최근에도 전철 안에서 칼부림과 방화 등 유사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신림역과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은 행인이 많은 역 주변을 범행 장소로 삼았고, 가해자가 사회적 콤플렉스에 시달린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은 일본의 묻지마 범죄와 매우 유사하다.
사람들이 희망을 잃고 막다른 골목에 몰렸을 때 파괴적 충동에 빠진다고 한다. 그 충동이 안으로 향했을 땐 극단적 선택, 밖으로 표출됐을 땐 증오범죄의 양상을 보이게 된다고 한다. 잇따르는 증오형 묻지마 범죄는 빈부격차와 경쟁심화, 계층 사다리 단절, 부의 대물림, 사회안전망 부재 등으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과 사회에 대한 분노가 커지고 있음을 드러내는 단면이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묻지마 흉악범죄 원인에 대해 범정부 차원에서 심층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중증 정신질환의 치료와 회복을 위한 국가차원의 시스템도 마련돼야 한다. 단순히 사이코패스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면서 '사후약방문'식으로 대처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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