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형·사법입원제·경찰면책권...흉악범죄 막을 법안들, 통과될까
[편집자주] 인권은 보편적이지만 가해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인권 논리를 앞세운 권리 남용에 공적인 가치가 무너지고 공권력은 무장해제됐다. 사회질서를 유지하면서도 약자를 보호할 균형잡힌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당 지도부와 야당 일각에선 가석방 없는 종신형(무기징역)의 입법을 추진 중이다. 한국이 16년째 사형제를 집행하지 않아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는 만큼 강력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사형을 대체할 만한 형벌이 필요하단 취지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7일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를 방문해 "여당에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며 "당정에서 추진하기로 한 가석방 없는 종신형 신설을 조속히 법으로 완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형법은 20년 이상 복역한 무기수가 모범적인 수형생활을 할 경우 가석방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 판결을 선고할 수 있도록 법안을 개정하자는 것이다.
지난달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이어 이날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이같은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조 의원은 가석방의 요건 역시 기존 20년에서 25년, 가석방 기간은 10년에서 15년으로 각각 상향토록 했다. 국민의힘 역시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민주당에선 신중론도 제기된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6일 최근 묻지마 범죄와 관련해 "처벌만으로는 없앨 수 있다"며 사회안전망을 통한 근본적 해결을 강조했다.
국민의힘 정책위 관계자는 "민주당에서 법안을 발의했지만 저희랑은 톤이 다르다"며 "이상민 민주당 의원의 법안은 사형 폐지를 포함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상민 의원은 2021년 사형제를 폐지하고 종신형으로 대체하는 내용의 사형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발의했다.
당정은 경찰에 대한 면책권 도입과 정당방위 인정 범위 확대 방안도 논의 중이다. 김 대표는 "경찰의 적극적인 공권력 행사를 위해 흉악범죄자 진압 과정에서 면책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도입하겠다"고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역시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는 경찰 등의 물리력 행사에 정당행위·정당방위를 적극 검토해 적용하라"고 지시했다.
다만 이를 어떻게 추진할지는 아직 논의 중이다. 국민의힘 정책위 관계자는 "경찰관 직무집행법을 개정할지 제도 개선을 할지 등 방향성을 놓고 당 내에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2월 신설된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11조의5는 '살인, 상해, 강간 등 범죄가 행해지려고 하거나 행해지고 있는 긴급한 상태에서 이를 예방하거나 진압하기 위해, 또는 범인 검거 과정에서 유형력 행사에 대응하다가 타인에게 피해가 발생한 경우 경찰관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고 이미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실제로 이 법조항이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되느냐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경찰청장이 적극 무력 사용을 하라고 아무리 말해도 일선 경찰관들이 뒷감당을 우려해 주저하는 것"이라며 "과잉진압으로 징계를 받거나 보고서를 써야 하고 운 나쁘면 형사처벌 받고 손해배상도 해야 하는데 누가 사용하겠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경찰 조직이 조직원을 책임져주는 조직문화가 우선 만들어져야 한다. 법개정도 필요할 수 있지만 경찰 스스로 정당한 진압은 문제삼지 않고 검찰도 무분별한 기소를 하지 않으면 된다"고 했다.
판사가 중증 정신질환자의 입원 여부를 결정하는 '사법입원제' 역시 법무부가 도입을 추진하고 밝혔지만 법제화에 이를지는 미지수다.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야 하는데 아직 발의된 법안이 없고, 여야에서 입법 논의도 아직 착수하지 않은 상태다. 과거 2018년과 2019년 관련 법안 발의가 잇따랐지만 대법원, 보건복지부 등이 반대의견을 내면서 폐기됐다.
정신질환자에게 시의적절한 치료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사법입원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악용 우려 목소리도 많아 사회적 논의와 공론화가 필요하단 의견이 제기된다. 이 교수는 "사법입원제는 정신질환에 부정적 낙인을 찍는 우리 사회 특성상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며 "제도를 논의하더라도 남용되지 않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고 그보다 정신장애와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 인식 바꿀 제도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묻지마 범죄나 정신질환자 범죄의 경우 확신범에 가까워 처벌을 통한 범죄 억제를 기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조현병, 우울증은 약 잘 먹고 적절히 치료하면 관리될 수 있다. 인식을 바꾸려는 노력이 가장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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