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를 살리자] ⑧LA 한인 청소년 중독자와 '동행' 나눔선교회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이슈팀 =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한인타운엔 마약에 빠진 한인 청소년들과의 '동행'을 표방하는 교회가 있다.
한영호 목사와 김영일 목사가 1996년에 설립한 나눔선교회다. 이곳은 약물 남용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기독교 신앙을 기반으로 한 치료·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나눔선교회에서 숙식하며 공동생활을 한다. 이들의 일과는 단순하다.
아침에 일어나 식사하고 주변을 한 바퀴 돌고 나서 경건의 시간(Devotional Time)을 갖는다.
점심을 먹은 후 약간의 자유 시간을 보내고 성경 공부를 한다. 저녁을 먹고 나선 예배와 찬양을 드리고 개별 상담을 한다.
일주일에 한 번은 약물 중독자 자조모임인 NA(Narcotics Anonymous)에도 참석한다.
한영호 목사는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연합뉴스 이슈팀과의 인터뷰에서 이곳의 치료·재활 프로그램을 수료한 '형제들'이 대략 1천200명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역의 목적은 치유가 아니라 동행"이라며 "원생들을 치유하려고, 변화시키려고 목사가 된 게 아니라 이들과 친구가 되려고 목사가 됐다"고 강조했다.
왜 그는 마약 중독자들의 친구를 자처하고, 치유가 아니라 동행이 목적이라고 말하나. 그 자신이 22년간의 마약 중독 생활에서 고독을 느꼈기 때문이다.
한 목사는 한때 갱단의 중간 보스로서 대량 마약 거래를 한 '어두운 삶'을 살았다고 한다. 감옥도 제집 드나들 듯했다. 줄잡아 30여차례 투옥됐다.
그 당시 그는 철저히 혼자였다고 한다. 한 목사는 "제가 문제가 있을 때 제 옆엔 아무도 없었다"며 "그래서 저들의 옆에 있어 주자, 혼자 고통당하게 하지 말고, 둘이 하자, 둘보다는 셋이 하는 게 낫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선교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한 목사는 자살을 시도한 것을 계기로 하나님을 만나 회개하고 목회자의 길을 걷게 됐다.
그런데도 그는 '약을 끊었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이유는 "지금도 하고 싶지만 안 하는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한 목사는 "인간은 언제든 선악과를 먹을 수 있다"며 여전히 중독과 싸우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마약이란 "죽어도 하지 말아야 할 것인데 죽어도 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마약은 "혼자서 끊을 수 없다"며 "마약을 하면 죽거나 감옥에 가는 딱 두 가지 길만 있다"고 꼬집었다.
마약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결국 남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동행'을 말하는 이유다.
나눔선교회는 다른 재활시설과 달리 중도에 시설을 나가 다시 약에 손을 대더라도 받아준다.
한 목사는 "하루가 멀다고 발작하는 사람이 중독자"라며 "약하고 들어오면 받아주고 또 약하고 들어오면 받아주고 그래야지 약물 치료가 가능하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는 '동행'의 또 다른 의미다.
한 목사는 한국이 마약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약 중독자를 처벌이 아닌 재활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해서다.
미국은 중독자가 법에 저촉됐을 때 치료에 입문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약물치료법원(Drug Court)을 운영하고 있다.
법을 위반한 약물중독자가 약물치료법원에 회부돼 치료프로그램을 성실히 마치면 그에 대한 기소가 철회되거나 무효가 된다. 단, 피고인인 약물중독자가 치료에 실패하면 법원은 판결 절차를 진행한다.
LA에도 약물치료법원이 있어 나눔선교회나 다른 재활시설의 입소자 중엔 약물치료법원을 통해 들어온 경우가 적지 않다.
한 목사는 "마약 중독은 병"이라며 "정신병자를 감옥에 넣어야 하나. 마약 중독도 그렇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약은 고치기 힘든 병"이지만 그래도 "치유가 가능한 병"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최근 미국 사회에서 "펜타닐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며 "한 2달러면 펜타닐을 구할 수 있어 사람이 너무 많이 죽고 있다"고 전했다.
한 목사는 마약에 혹시나 호기심을 가지게 되는 청소년들에게 "인간은 나쁜 것을 알고도 한다"며 "나쁜 것을 알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나아가 "마약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면 빨리 그만둬라"며 "만약 스스로 끊기 힘들면 꼭 전문가를 찾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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