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더니 주가 뛰더라”...127억 챙긴 사람들, 알고보니 같은 은행 직원

문재용 기자(moon.jaeyong@mk.co.kr) 2023. 8. 10.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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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KB국민은행의 증권대행부서 직원 여러 명이 업무상 알게된 ‘무상증자 정보’로 127억원 상당의 수익을 거둔 것이 적발됐다. ‘무상증자 테마주’가 나올 정도로 지난 2020년부터 무상증자 기업의 주가가 단기간 급등하는 것을 악용해 관련종목에 미리 투자를 한 것이다.

다른 시중은행에서는 무상증자 정보의 민감도를 감안해 강력한 예방장치를 뒀던 반면, KB국민은행의 내부통제제도는 미흡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해당 직원들은 물론 관련 임원들의 관리책임까지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9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이같은 내용의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금지 위반행위를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사건을 검찰에 통보했으며, 은행의 내부통제에 문제가 없었는지도 계속 살펴볼 계획이다.

해당 직원들은 지난 2021년 1월부터 2023년 4월까지 총 61개 상장사의 무상증자 업무를 대행하며 알게된 정보로 주식투자에 나섰다. 무상증자 규모와 일정 등을 알고 투자한 덕에 본인과 가족 명의로 거둔 이득이 총 66억원이나 됐다. 동료직원이나 다른 가족, 지인 등에게 무상증자 정보를 전달해 이들이 얻은 수익도 61억원에 달했다.

무상증자는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다른 은행의 증권대행부서에서는 관련통화를 모두 녹취하고, 업무상 이메일을 모두 공용계정으로 취급하게 하는 강도 높은 내부통제 시스템을 운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KB국민은행의 경우 증권대행 부서의 직원들이 업무와 무관한 정보까지 취득할 수 있고, 취득한 정보가 관련부서 내에서 특별한 제약없이 공유된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지난 3~4월 해당 은행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해 고객사 내부정보 취득 및 관리 등에서 미흡한 점을 발견했다”며 “내부통제시스템에 대한 개선방안과 함께 향후 관련 법규를 위반한 사항에 대해서는 책임 여부를 명백히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내부통제 개선방안에는 고객사와 상담과정에서 미공개정보를 취득하는 것을 최소화하고, 증권대행부서 내 직원간 불필요한 미공개정보가 전파되는 것도 최소화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미공개정보 이용행위 사전‧사후 통제도 강화될 방침이다.

최근 은행권의 각종 사건사고에서 한 부서에 장기간 근무한 직원들이 문제가 된 경우가 많았는데, KB국민은행의 증권대행부서 역시 누적 근무기간이 긴 직원들이 미공개정보 이용에 대거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직원들의 주식거래내역 확인이 차명거래 탓에 실효성이 없었던 점도 내부통제의 한계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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