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역 살인범에 "칼 버리세요" 존대…테이저건도 못 쏜 경찰 속사정
[편집자주] 인권은 보편적이지만 가해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인권 논리를 앞세운 권리 남용에 공적인 가치가 무너지고 공권력은 무장해제됐다. 사회질서를 유지하면서도 약자를 보호할 균형잡힌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범죄자들을 잡아야 하는 경찰들은 최근 10여년 사이 피의자 인권이 강조되면서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고 토로한다. 특히 과잉 진압이라는 항의를 받으면 내부적으로는 감찰을, 외부적으로는 민형사 재판을 감수해야 한다.
서울 지역의 한 경찰관 A씨는 "매뉴얼에 따라 단계별로 쓸 수 있는 경찰 장비가 다르니 어쩔 수 없다"며 "매뉴얼은 경찰 내부에서 감찰을 위한 기준이기도 하지만 외부적으로는 재판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의 현장 대응은 '경찰 물리력 행사의 기준과 방법에 관한 규칙'에 따라 이뤄진다. 이 규칙에 따르면 피의자의 범죄 유형이 아닌 피의자 행위의 위해성 수준에 따라 진압 방법이 달라진다.
피의자 행위의 위해성은 ① 순응 ② 소극적 저항 ③ 적극적 저항 ④ 폭력적 공격 ⑤ 치명적 공격 등 5단계로 구별된다. 경찰관의 대응 수준도 위해성 수준에 따라 바뀐다. 경찰관의 대응 수준은 ① 협조적 통제 ② 접촉 통제 ③ 저위험 물리력 ④ 중위험 물리력 ⑤ 고위험 물리력 등 5단계로 구별한다.
이 규칙에 따르면 당시 조씨는 저항하거나 도망가지 않고 경찰의 통제를 따르는 '순응' 범주에 속해있었다. 이 경우 경찰은 언어적 통제와 수갑 사용만 허용된다.
만약 경찰이 조씨에게 경찰봉 또는 테이저건을 사용했다면 '과잉진압' 논란이 제기됐을 가능성이 높다. 테이저건 사용은 4번째 단계인 '중위험 물리력'에 해당하기 때문에 피의자가 경찰관 또는 제3자에 대해 신체적 위해를 가하는 상태가 아니면 행사할 수 없다.
피의자 인권을 위해 만들어진 매뉴얼 때문에 적극적으로 물리력을 행사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경찰관 B씨는 "조씨를 검거하는 상황에서 경찰봉을 휘두르거나 테이저건을 쏘면 과잉 대응으로 감찰받고 재판받게 된다"며 "이를 피하려면 조금이라도 약한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급박하고 위험한 현장에서는 피의자의 저항 및 공격 수준이 급변한다"며 "매뉴얼에 따라 행동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했다.
실제 지난해 7월 주택가에서 흉기를 들고 배회하던 베트남 국적 남성에게 흉기를 버리라고 경찰이 5차례 고지한 일이 있었다. 이 남성이 불응하자 경찰이 테이저건과 장봉 등 장비를 사용해 제압했다.
이때 한 시민단체가 장봉에 손을 맞아 칼을 떨어뜨렸는데도 테이저건을 쏜 건 과잉진압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일선 지구대 소속 경찰관 C씨는 "매뉴얼이 복잡해 실무적으로 맞지 않다"며 "경찰관이 칼을 든 사람한테 총을 쏜 경우 사후에 매뉴얼을 보고 하나라도 어긋났다면 형사 기소되는 상황에 놓인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일선 지구대에서 근무했던 경찰관 D씨도 "매뉴얼대로 피의자를 진압하는 건 어렵다"며 "책상에 앉아서 암기한 걸 상상하는 것과 현장에서 실행하는 건 다르다"고 밝혔다. 이어 "현장에서는 피의자 인권을 위해 만들어진 매뉴얼이 '억압하는 틀'로 받아들여진다"며 "지역경찰들은 매뉴얼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게 아니라 청문·감사 대상으로 올리기 위한 틀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양윤우 기자 moneysheep@mt.co.kr 김도균 기자 dk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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