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날개 단 넷플릭스… 배경엔 '계정 공유 금지·광고요금제'

이재현 기자 2023. 8. 10.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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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콘텐츠 생태계 휘젓는 넷플릭스①] "무료 시청 금지"… 넷플릭스, 수익 개선에 칼 빼들었다

[편집자주]적자를 지속하는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달리 넷플릭스는 글로벌 인기를 끄는 오리지널 시리즈와 신규 가입자 유치로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나가고 있다. 대대적인 요금제 손질에 더해 광고 매출 신장으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마련했다. 국내 OTT 기업들은 각자도생 방식으론 넷플릭스 기세를 꺾기 어렵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며 합병을 논하고 있다. 일각에선 넷플릭스가 사회적 의무는 등한시 하고 무임승차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고 토로한다. K-콘텐츠가 '가성비 콘텐츠'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사진=강지호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 실적 날개 단 넷플릭스… 배경엔 '계정 공유 금지·광고요금제'
② 뭉치면 살까… '토종 OTT' 힘 싣는 웨이브·티빙 합병설
③ 넷플릭스, 성공 비결은 무임승차?
흥행에 성공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다수 보유한 넷플릭스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에서 독주를 펼치고 있다. 티빙, 웨이브, 왓챠 등 국내 OTT 서비스는 물론 디즈니 플러스 등 막강한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해외 OTT도 넷플릭스의 상대가 안된다. 국내 콘텐츠 생태계가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계정 공유 금지'로 수익 선순환 구조 마련


/사진=강지호 기자
넷플릭스는 영업이익 및 신규 가입자가 모두 증가하며 실적 호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발표한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넷플릭스 신규 가입자는 올해 2분기에만 589만명 늘어 이용자가 전 세계 총 2억3839만명이 됐다. 전체 가입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8% 증가했다.

이 덕분에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도 모두 늘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한 81억800만달러(약 10조3700억원)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5.8% 늘며 18억3000만달러(약 2조3100억원)에 달했다.

넷플릭스는 가입자 수 증가 및 실적 개선의 배경으로 지난 5월부터 시행한 '계정 공유 유료화' 정책을 꼽는다. 전 세계 1억 가구가 계정을 공유하면서 무료 시청자들이 늘자 넷플릭스는 미국과 영국 등 100여개 국가에서 이용자들의 계정 공유를 금지했다. 가구 구성원이 아닌 타인과 넷플릭스 계정을 공유하려면 한 달에 약 8달러(약 1만원)의 추가 요금을 내도록 한 것이다.

초기에는 구독 취소 등 이용자 반발이 크기도 했지만 신규 멤버십 가입 유도 등으로 수익 개선의 선순환 구조를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넷플릭스는 "계정 공유 유료화 시행 이후 각 지역 매출이 이전보다 늘었다"며 "하반기에 수익이 본격화하면서 매출 신장이 가속화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렉 피터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전체 매출에서 90%를 차지하는 지역까지 해당 정책을 확대 적용할 것이라고 했다. 일본, 인도 이용자에겐 계정 공유 금지 관련 내용이 메일로 발송됐지만 한국은 빠져있다. 현재 해당 정책이 시행되지 않은 곳은 한국 등 일부 아시아 국가, 동유럽과 남유럽 일부국가, 아프리카 등이다.


"돈 덜 내고 광고 봐라"


/사진=로이터
일부 국가에서 넷플릭스는 저렴하게 광고 방해 없이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기본 요금제(베이식)를 폐지했다. 베이식 요금보다 저렴하지만 의무적으로 광고를 시청해야 하는 광고형 요금제나 고가 요금제는 유지키로 했다. 이를 두고 광고 사업 비중도 확대하려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 7월19일(현지시각) 넷플릭스는 미국, 영국에서 베이식 요금제(월 9.99달러·약 1만2700원) 신규 가입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이미 캐나다에서 시행하던 요금제 정책을 확대 적용한 것이다. 현재 베이식 요금제 가입은 신규로는 할 수 없고, 기존 이용 고객에 한해 탈퇴 전까지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베이식 요금제가 사라진 국가에서 사용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광고 없는 요금제는 월 15.49달러(1만9700원)짜리 '스탠더드'와 월 19.99달러(약 2만6000원)짜리 '프리미엄' 등 고가요금제다. 광고를 강제 시청하도록 한 요금제로는 베이식 요금제보다 3달러 저렴한 월 6.99달러(약 8900원)짜리 '스탠더드 위드 애즈'(Standard with ads)가 있다.

비용에 부담을 느낀 구독자들에게 광고를 시청하면 저렴한 요금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지만 '스탠더드 위드 애즈' 수익성이 가장 높기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스펜서 노이만 넷플릭스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지난 4월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광고를 강제 시청해야 하는 요금제의 수익성이 다른 요금제보다 높다고 밝힌 바 있다.

넷플릭스는 저가 요금제 폐지와 계정 공유 금지, 광고요금제 도입으로 수익을 개선한 뒤 킬러 콘텐츠를 제작하고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는 수익성 극대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계획이다.

올 하반기 'D.P시즌2' '스위트홈 2' '마스크걸' '경성크리처' 등 원작이나 전작을 통해 흥행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되는 콘텐츠로 라인업을 갖추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외 OTT 업계에선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넷플릭스에 밀려 자체 콘텐츠 생태계의 성장동력마저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이재현 기자 jhyun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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