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감독 정우성의 영리한 내공, '보호자' [마데핫리뷰]
"정우성스러운 연출을 결과물로 만들어내야 했다"
[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올여름 극장가에 걸리는 '보호자'는 30년 차 배우 정우성의 내공을 오롯이 담고 있다. '배우 정우성'으로서 30번째이지만 '감독 정우성'으로서는 처음 내보이는 영화인 만큼 가장 자신 있는 장기를 꾹꾹 눌러 넣었다. 비록 허점이 존재하긴 하지만 전체적으론 성공적이라는 인상이다.
조직의 우두머리를 살해하고 수감된 수혁(정우성)은 10년 만에 출소한 뒤 새 보스 응국(박성웅)을 찾아가 과거를 청산하고 평범하게 살겠다고 말한다. "큰일 치른 대가"라며 응국이 건넨 돈 가방도 마다하고 '평범한 삶'을 꿈꾸는 수혁이다.
응국은 배신감을 느껴 오른팔 성준(김준한)에게 수혁을 감시하라 지시하고 조직의 이인자 자리를 뺏길까 애태우던 성준은 일명 '세탁기'라 불리는 2인조 해결사 우진(김남길)과 진아(박유나)에게 수혁을 죽여달라 의뢰한다. 수혁은 과거를 떠나보내는 동시에 연인, 그리고 뒤늦게 존재를 알게 된 어린 딸을 지켜내려 온갖 위험에 직면한다.
정우성은 유독 다양하게 변주해온 배우다. '청춘의 표상' 수식어를 안겨준 '비트'(1997)부터 '내 머리 속의 지우개'(2004),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감시자들'(2013), '아수라'(2016), '증인'(2019), '헌트'(2022)로 이어지는 영화들에서 매번 결 다른 연기를 만들어냈다.
"정우성스러운 연출을 결과물로 만들어내야 했다"는 '신인 감독' 정우성은 배우로 쌓은 자산을 '보호자'에서 백분 활용했다. 영화는 액션의 외피를 두른 채 드라마, 누아르, 코미디를 넘나드는데 특별한 튐 없이 하나의 화음을 이룬다. 다채로운 장르로 도전을 지속해온 정우성의 존재감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주연 배우' 정우성은 액션을 만나 최대치의 매력을 끌어낸다. 수혁이 어둠 속 작은 전등을 손에 쥔 상태로 수많은 적을 무너뜨리는 장면에선 쾌감이 폭발하고, 자동차에 몸을 싣고 폭탄 사이를 속도감 있게 빠져나가는 광경은 눈을 확 트이게 만든다. 정우성 특유의 처연한 눈빛과 표정이 적절히 어우러져 보는 재미가 배가된다.
깨나 빈약한 서사는 흠이다. '가족을 지켜내고자 온몸 내던지는 조직 출신 아빠'의 이야기를 생각하면 예상 가능한 전개를 그대로 따라간다. 기껏 쌓아 올린 내용이 결말에 다다라도 맥없이 느껴지는 이유다.
오는 15일 개봉. 상영시간 97분. 15세 이상 관람가.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