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포커스] “카스냐, 테라냐”… 교보생명, 영어 이름 도입에 직원들 ‘진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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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한 상담센터에선 직원들이 영어 이름을 카스, 테라, 켈리 등 귀에 익숙한 맥주의 이름으로 정했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평범한 영어 이름으로 바꿨지만, 갑작스러운 변화에 다들 혼란이 많은 것 같다. 연차가 높은 직원 가운데 자신의 한글 이름을 그냥 영문자로 바꿔 제출한 사람도 있다고 한다."
신 대표의 뜻에 따라 교보생명의 모든 임직원은 앞으로 회의와 업무 시 직급 대신 영어 이름을 사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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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의사결정 위해 PPT 대신 워드 도입도
변화 적응 어려운 직원들… 장난스러운 작명도
“지방의 한 상담센터에선 직원들이 영어 이름을 카스, 테라, 켈리 등 귀에 익숙한 맥주의 이름으로 정했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평범한 영어 이름으로 바꿨지만, 갑작스러운 변화에 다들 혼란이 많은 것 같다. 연차가 높은 직원 가운데 자신의 한글 이름을 그냥 영문자로 바꿔 제출한 사람도 있다고 한다.”
교보생명 임직원들이 때 아닌 작명(作名) 고민에 빠졌다. 창립 65주년을 맞은 교보생명이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직급을 없애고 영어 이름을 사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지난 7일 65주년 창립기념일에 맞춰 직원 간 호칭에 영어 이름을 사용하는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이미 일부 부서에서는 지난해부터 시범적으로 영어 이름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모든 임직원으로 대상을 확대한 것이다. 교보생명은 생명보험업계에서도 특히 보수적인 조직 문화를 가진 곳이라, 이 같은 시도가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교보생명의 영어 이름 도입은 신 대표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고령화와 새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지급여력제도(K-ICS) 시행, 빅테크의 보험시장 진출 등으로 보험사업 전반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봤다. ‘회색 코뿔소(지속적인 경고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쉽게 간과하는 위험 요인)’에 대응하기 위해선 과감한 혁신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선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문화가 정착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많은 국내 대기업들이나 스타트업이 미국 실리콘밸리의 정보기술(IT) 기업들처럼 자유롭고 창의적인 문화를 만들기 위해 직급 대신 영어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신 대표의 뜻에 따라 교보생명의 모든 임직원은 앞으로 회의와 업무 시 직급 대신 영어 이름을 사용해야 한다. 직원들은 이 같은 변화를 반기면서도 다소 혼란스럽다는 분위기다. 특히 나이나 많고 연차가 높은 임직원들은 영어 이름을 짓는데 대해 더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한 직원은 “갑자기 영어 이름을 정하려 하니 실제 업무에 쓰려는 목적보다는 스타벅스에서 주문자에게 부르는 닉네임처럼 장난스럽게 짓는 사람들도 있다”면서 “카카오뱅크 직원들은 윤호영 대표를 편하게 ‘대니얼(Daniel)’이라고 부르던데, 우리 회사가 과연 신 대표를 직급 대신 영어 이름으로 부를 수 있을지 아직 확신이 안 선다”고 말했다.
교보생명은 이와 함께 회의나 보고 시 파워포인트(PPT)보다 비교적 명확한 소통이 가능한 워드(Word)를 사용하기로 했다. 파워포인트는 실제 스토리를 조각내고 내용을 단순화시켜 진정한 소통을 어렵게 하며 발표자의 언변이 청중들에 많은 영향을 준다는 지적이다. 느린 의사결정과 실행 프로세스를 바르고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 프로세스로 개선하자는 주장이다.
신 대표는 대외적인 호칭 변경 작업에도 나서고 있다. 회사 차원에서 배포하는 보도자료 등에도 ‘회장’ 대신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으로 기재하는 등의 방식이다. 이 역시 최근 많은 IT 대기업의 창업자나 대표이사들이 의장이란 칭호를 주로 사용 중인 것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신 대표는 지난 1999년부터 이사회 의장직을 맡고 있지만, 그동안 보험업계 안팎에서 회장으로 불려 왔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신 대표는 실제로 지난해 9월부터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이란 명칭을 사용해 왔다”면서 “이는 회장이란 호칭이 가져오는 일부의 인식 차이로 근거 없는 권한이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하나의 예방 차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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