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기업에 갑질하는 두나무, 금감원도 못막네... 누군 거래 종목 지워주고 누군 거부하고

오귀환 기자 2023. 8. 10.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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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외시장 거품 꺼지며 비상장주식 거래 원치 않는 기업 늘어
증권플러스 측에 거래 중지 원하지만 기업마다 다른 잣대... “두나무 갑질” 지적도
“시가총액 공개돼 투자 유치 걸림돌” vs “개인 간 주식 거래 막을 권리 없어”

국내 1위 코인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이 비상장 기업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기업 측은 자사의 주식이 거래되지 않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두나무 측은 주주 보호를 이유로 이를 거부하고 있다. 비상장 기업들은 “두나무 측이 기업마다 다른 잣대를 들이대며 종목 삭제 요청을 선택적으로 받아주고 있다”며 법적 분쟁도 불사하겠단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비상장 기업이 주식 거래를 막아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비상장시장이 초토화되면서 갈등의 폭이 더 깊어지고 있다. 비상장 기업들은 일부 주주들의 저가 거래로 기업가치가 낮아져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두나무 측 입장은 완고하다. 두나무 관계자는 “특별한 이유 없이 거래를 종료할 경우 기존 주주들이 손해를 볼 수 있고, 음성적인 비상장주식 거래가 늘어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공식 입장과 달리 일부 기업은 드러내지 않고 거래를 중지시켜 주고 있는 것으로 취재 과정에서 확인됐다. 실제 조선비즈에 제보했던 장외기업도 조선비즈 취재가 시작되자 거래가 중지됐다. 제보 기업 측에 입막음을 시도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플러스 비상장 로고/증권플러스 비상장 제공

두나무에 자사 주식 거래를 중지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힌 A사 관계자는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나온 추정 시가총액이 회사가 회계법인을 통해 받은 기업 가치보다 터무니없이 낮다”면서 “투자 유치를 해야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기업 B사 관계자도 “퇴사자들이 주식을 터무니없는 가격에 던졌고, 그게 바로 시세가 됐다”면서 “일반 주식시장에 비하면 장외기업은 매수자에 비해 매도자가 많아 시세가 버티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두나무 측은 A사의 종목 삭제 요청에 “음성화되는 비상장주식 거래를 활성화하고 거래 안전성을 제고하기 위해 요청 사항에 응할 수 없다”며 “‘증권플러스 비상장’을 기업의 성장성을 홍보하는 창구로 활용하길 권한다”고 답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두나무는 조선비즈 취재가 시작되자 A사 거래를 중지시켰다. 두나무는 A사 주식 거래 중지에 대해 “투자자 보호를 위해”라고만 밝혔다.

비상장 기업들은 두나무 때문에 투자 유치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일부 주주들이 시세보다 낮은 금액에 주식을 거래하면서 전체 기업가치가 본질가치보다 낮게 측정된다는 것이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은 거래 종목의 기준가를 정해 해당 기업의 추정 시가총액을 게시하고 있지만, 기준가 산출 방법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B사 관계자는 “비상장주식 유통 플랫폼이 다변화되면서 사실상 상장기업과 같은 ‘주가 관리’의 책임을 짊어지게 됐다”면서 “회사는 아직 준비가 안 됐는데, 투자자들과의 공정한 정보 전달 및 소통 등 고민할 거리가 많아졌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기업은 얼떨결에 두나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을(乙)의 처지가 됐다”면서 “일종의 갑질과 다름없는 상황이라 금융당국이 (비상장기업 거래의) 기준을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더 큰 문제는 두나무 측이 일부 비상장기업은 거래 삭제를 받아들여 주고 있다는 점이다. 두나무가 종목 삭제 여부를 검토할 때 기업마다 다른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비상장기업들은 의심하고 있다. 이에 조선비즈는 두나무 측에 기업들의 종목 삭제 요청과 반려, 승인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으나 두나무 측은 자료 제공을 거부했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의 거래 종목 삭제는 본사 검토 등을 거쳐 이뤄진다. 두나무 관계자는 “일반 종목은 본사 검토 및 주주총회 결의, 전문투자자 종목은 요청 사유 및 기존 투자자 보호, 타 사이트 거래 가능 여부, 기업 평판 등을 검토해 결정한다”고 말했다.

다만 설령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의 거래를 막더라도 회사가 이미 주식을 발행한 만큼 개인 간의 주식 거래를 원천적으로 막긴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증권플러스 비상장 외에도 38커뮤니케이션 등 다양한 플랫폼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은 “회사가 주식을 발행했다는 건 사실상 구주 거래 유통을 용인한 셈”이라며 “어떤 기업이 물건을 팔고 이를 당근마켓(중고 거래 플랫폼)에 올리지 말라고 요청하는 것과 같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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