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럽고 좁은 철장에 갇힌 60마리...우리 집 강아지가 떠올라"
[편집자주] 국회에서는 매일 수많은 법안이 쏟아집니다. 머니투데이 the300은 정쟁에 가려 주목받지 못하지만 더 나은 삶과 사회를 위한 고민이 담긴 법안들에 주목하고자 합니다. 'the300 소통관'에서는 법안을 만든 국회의원과 만나 법안의 사회적 함의와 법안 발의 과정 등을 전합니다.
지난 4월,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역구인 광주광역시 광산구의 한 주민으로부터 직접 제보를 받았다. 광산구 모처에 더러운 곳에서 개들을 불법 도축하는 '개 농장'이 있으니 해결해달라는 것이었다. 직접 찾아가 본 현장은 처참했다. 이 의원은 "더럽고 좁은 철장 속에 60마리의 개들이 웅크려 있었다"며 "공포에 질린 눈으로 쳐다보는데 우리 '달이'(이 의원이 실제 기르는 9살 푸들)가 생각나서 더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60마리 중에는 잡종견은 물론 골든 리트리버 같은 품종견들도 섞여있었다.
해결은 쉽지 않았다. 불법도축 증거를 명확히 잡고 싶어도 사유지인 탓에 접근이 어려웠다. 전화 녹취를 확보했지만 그 또한 직접적인 증거가 될 수는 없었다. 이 의원은 개 농장 주인에게 "어차피 도축해서 팔거면 내가 60마리를 모두 살테니 팔아라"고도 제안했다. 하지만 주인은 "당신들에게는 절대 팔 수 없다"며 오기를 부렸다. 결국 이 의원은 60마리 중 한 마리도 구조하지 못했다.
이 의원은 "지방자치단체라도 나서서 구조하거나 보호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지자체가 예산을 투입해 나설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없고, 구조하더라도 맡겨 놓을 보호소도 마땅치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동물에게 최소한의 사육환경을 보장해야 한다는 법도 없다"고 했다. 이 의원이 '동물보호 4법'을 패키지로 발의하게 된 배경이다. 머니투데이 the300은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용빈 의원과 만나 해당 법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발의한 관련 법안들을 소개해달라.
▶동물보호법 개정안(동물보호법) 2건 중 한 건은 지자체가 5년마다 동물복지계획을 수립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지자체의 현장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또 다른 동물보호법은 현행 법 내 동물보호의 기본원칙에 '동물이 개체의 특성에 맞는 충분한 공간과 환경을 제공받아 살 수 있도록 할 것'을 추가한 것이다. 축산법 개정안은 현행 법 상 가축의 정의에서 개를 제외하는 내용이다. 현재 가축에 개가 포함돼 식용으로 사육하는 개 농장의 운영 근거가 되고 있기 때문에 개 식용 자체를 금지하려는 취지다. 수의사법 개정안은 동물병원들이 동물 진료부 등 진료기록을 정부에 제출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정부 차원의 동물복지계획 수립을 위한 자료를 확보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개체의 특성에 맞는 '충분한' 공간이라는 기준이 다소 모호한 것 같은데.
▶동물에게 '충분한 공간'을 제공하지 못하는 것 자체를 우선 동물학대의 범주에 넣고자 하는 목표다. 이후 사회적 공감대를 차분히 쌓고 좀 더 구체적인 기준을 넣거나 처벌을 강화하는 등 추가 개정안을 마련하면서 조금씩 동물학대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환경과 조건이 개체마다 제각각이기도 하다. 동물보호법에 구체적인 수치와 기준을 넣게 되면 오히려 법 사각지대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법에는 포괄적으로 문구를 넣고 추후 시행령이나 시도 단위의 동물복지계획, 조례 등에 구체적인 기준을 만드는 것이 나을 것으로 판단한다. 개 식용 역시 마찬가지다. 아직 개 식용을 찬성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시간을 두고 공감대를 얻는 것이 필요하다.
-개 식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해 4월 서울대 수의대학 수의인문사회학교실에서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개 식용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식용에 부정적이라는 답변이 79%에 달했다. 지난 10년 간 개고기를 먹은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20대로 갈수록 낮아졌고, 앞으로 먹을 의향이 있다고 답한 이들은 13%에 불과했다. 조사 결과만 봐도 개 식용 금지는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현재 개를 도축하는 환경이 매우 비위생적이고 잔인한 것 역시 알려진 사실이다. 2020년 경기도 개농장 실태조사에 따르면 78.8%가 음식물쓰레기를 먹이로 준다고 답했다. 2017년 건국대 3R동물복지연구소와 동물자유연대가 시장에 유통된 93개 개고기 샘플을 조사했더니 45%에서 항생제가 최대 잔류허용량 이상으로 검출됐다. 국민 보건과 사회적 합의 수준 등을 고려할 때 개 식용은 금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외에도 동물복지와 보호 법안을 추가 발의할 계획이 있는지.
▶최근 반려동물 악성보호소(신종 펫샵) 문제에 관심이 있다. 이들은 반려동물을 키울 여건이 안 되는 보호자들에게 동물을 대신 맡아주겠다며 각종 명목으로 돈을 받아낸 뒤 보호자를 속인다. 최근 국회에서 '신종 펫샵' 피해자 증언 간담회를 열었다. 피해자들은 1100만원을 내고 맡겼는데 생사조차 확인이 되지 않는다거나 심지어 잘 지낸다던 반려견이 사체로 돌아왔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안락사 없이 평생 동안 내 가족처럼 맡아준다고 허위광고하는 문제 등도 있어 관련 법안을 신속하게 마련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사각지대에 있는 동물보호와 관련해 '핀셋' 정책을 만들 것이다.
-특별히 동물에 관심이 많은 이유가 있나.
▶개인적으로는 푸들 '달'이 때문이기도 하다. 달이라는 존재가 내 삶에 중요한 의미를 차지하게 되면서 인간과 더불어 사는 반려동물이 행복해야 사람도 비로소 행복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동물은 물론 살아있는 모든 것을 존중하는 자세가 결국 우리 인간의 생명권을 보호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본다. '신종 펫샵'과 같은 현상은 우리 사회가 생명을 얼마나 경시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반려동물 문제 역시 이 같은 생명 존엄의 관점으로 보고 있다.
차현아 기자 chacha@mt.co.kr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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