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 문제' 맞아도…선택권 없는 주입식은 또 다른 학대[기자의눈]

이서영 기자 2023. 8. 10.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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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정말 바닷가에서 신나게 놀면서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배출'을 생각할까.

간담회에 참석한 김한나양은 자신을 '활동가'라고 소개하며 "친구들과 바닷가에서 파도를 탔다. 너무 재밌었다"며 "그때 나는 후쿠시마 바다를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제가 가장 싫은 것은 우리나라 대통령이 핵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는 것을 찬성했다는 것"이라며 "제 친구가 대통령이라면 핵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는 것을 절대로 막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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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아동학대' 비판 뼈아프게 들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우원식 의원 등 참석자들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를 위한 아동·청소년·양육자 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8.8/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이서영 기자 = 아이들이 정말 바닷가에서 신나게 놀면서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배출'을 생각할까. 지난 8일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를 위한 아동·청소년·양육자 간담회를 보고 든 생각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김한나양은 자신을 '활동가'라고 소개하며 "친구들과 바닷가에서 파도를 탔다. 너무 재밌었다"며 "그때 나는 후쿠시마 바다를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제가 가장 싫은 것은 우리나라 대통령이 핵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는 것을 찬성했다는 것"이라며 "제 친구가 대통령이라면 핵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는 것을 절대로 막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에 불려 나온 어린이들은 제각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그림도 지참했다.

현장에 있던 기자로서 8살 어린이가 이같은 말을 한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고 불편했다. 추후 확인한 결과 이는 현장에 있던 기자들 대다수가 느낀 불편함이었다. 아이의 발언에 동심보다는 정치의 언어가 깃들어 있어서다.

"올해 바닷가에서 놀 때 매우 즐거웠고 내년에도 또 후년을 넘어 앞으로도 평생 바다에서 편히 놀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면 그 진정성을 의심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는 동심의 언어이자, 현행 교육과정에서 8살 아이가 사고 할 수 있는 통상적 수준의 '의견'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이번 행사를 '아동학대'라고 한다. 일견 동의한다. 행동가인 부모에게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정치적 의견'을 주입받아야 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아이들의 주관이 형성되기도 전에 어른의 생각을 주입해 강요하는 건 일종의 학대다. 이러한 이유로 교육현장에서 교사들은 정치적 발언을 못하도록 돼 있다.

더 나아가, 국회는 '말할 기회'를 주겠다는 허울 좋은 명분을 활용해 아이들을 불러서 '활용'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아이들은 욕하기 힘든 대상이라는 점을 활용해, 정쟁에 앞세웠다는 비판으로부터 민주당은 자유로울 수 없다.

또 이 과정에서 민주당조차도 '아동·청소년·양육자'라는 프레임에 갇혀 이들이 어떤 발언을 할 지에 대한 대비도 되어있지 않아 보였다. 김 양 이후 마이크를 잡은 17세 정근효 학생의 정치적인 발언이 시작되자 참석한 의원들의 표정이 일순간에 굳어지던 게 그 증거다.

일례로 정 학생은 "국회는 이재명 특검 찬성 반대, 김건희(여사) 조사 이야기를 하는 기구가 아니다"라며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욕하는 현수막,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욕하는 현수막을 다는 게 부끄럽지도 않으냐"라고 직격했다.

간담회 직후 현장을 함께 취재한 기자들은 이구동성으로 국민의힘에서 논평을 낼 사안이라고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여당은 9일 총공세를 퍼부었다. 민주당이 뼈아프게 들어야 할 대목이다. 대안 정당으로서 민심을 얻으려면 실책 않고 잘만 하기에도 바쁘다. 잘 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seo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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