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도 어렵다는 지휘, 로봇은 어땠을까[미래on]
거센 열풍에 AI 예술 시대 도래할까
[편집자주] 기술·사회·산업·문화 전반의 변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산업·문화 혁신과 사회·인구 구조 변화 등 여러 요인이 유기적으로 맞물린 현상이다. 다가오는 시대에 성공적으로 대처하려면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가늠해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뉴스1은 세상 곳곳에서 감지되는 변화를 살펴보고 어떤 식으로 바뀌는지 '미래on'을 통해 다각도로 살펴본다.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한국을 대표하는 지휘자 정명훈(1953년생)은 예순이 넘으니 그제야 지휘자라는 칭호가 부끄럽지 않았다고 고백한 바 있다. 여기서 우리는 40여 년간 전 세계 유수 오케스트라와 손발을 맞춘 '마에스트로'로서 면모를 느끼는 동시에 지휘의 영역이 얼마나 심오한지를 짐작하게 된다. 수십명의 연주자와 눈을 맞추고 표정·몸짓으로 소리의 합을 끌어내 곡이 내포한 힘을 표현하는 이 행위는 때론 가장 고차원적인 의사소통 방식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런 영역에 '2006년생 로봇'이 도전장을 내민 일이 있었다. 6월30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부재'(不在)였다. 포디엄(지휘석)엔 로봇 지휘자 '에버6'(EveR6)가 올랐다. 로봇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검은색 연미복을 입지 않은 에버6가 몸을 돌려 인사하자 객석에선 박수가 쏟아졌다.
에버6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제작한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의 6번째 시리즈다. 이름은 최초 여성인 '이브'(Eve)와 로봇의 첫 글자 'R'을 결합해 만들었다. 2006년 처음 제작된 후 다양한 분야에 도전했고, 2009년엔 어린이 음악극 무대에 소리꾼으로도 올랐다.
로봇이 지휘자로 나선 시도는 전 세계에서 여러 차례 진행됐으나 국내에서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2008년 일본 혼다사가 만든 '아시모'를 시작으로 스위스의 협동로봇 '유미'(2017년), 일본의 2세대 AI 휴머노이드 '알터3'(2020년) 등 다양한 특성과 기술을 접목한 로봇 지휘자가 등장한 바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반년 동안 에버6에 인간 지휘자의 지휘 동작을 학습시켰다. 지휘봉 궤적을 따라가기 위해 '모션 캡처'(몸에 센서를 달아 인체 움직임을 디지털로 옮기는 일) 작업을 반복했다.
이후 수집한 데이터를 에버6의 관절 크기에 맞추는 모션 리타기팅(데이터 변환)과 역동적인 지휘 동작을 구현하기 위한 '모션 최적화' 과정을 거쳤다. 그 결과 여렸다가도 빠르고 강렬해지는 인간의 지휘 동작을 그럴듯하게 구현할 수 있었다.
가장 '아날로그적'인 것이자 인간만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예술'의 세계에 로봇과 AI 바람이 거세다.
지난달 1~2일 국립발레단이 선보인 '피지컬 싱킹+AI'는 인간과 AI가 빚어낸 결과물이다. 생성형 AI 챗GPT에 '탄생, 여행자' 등의 키워드를 주고 한 사람의 인생과 AI의 탄생을 엮은 짧은 이야기를 써 달라고 한 것이다. 이를 토대로 인간은 AI 안무(리빙 아카이브)·작곡(에이바) 툴을 활용해 발레 안무와 음악을 구성했다.
이달 10~13일에는 AI가 쓴 시를 바탕으로 만든 시극 '파포스 2.0'이 공연된다. 시극은 인물의 대사가 아닌 시로 이뤄진 희극의 한 종류다. 창작 AI '시아'가 쓴 시에 맞춰 배우와 무용수, 연주자들이 무대에서 연기, 춤, 음악을 풀어낸다. 시아는 미디어아트 그룹 슬릿스코프와 카카오브레인이 지난해 개발한 시를 쓰는 AI다. 카카오브레인의 한국어 특화 AI 언어 모델인 'KoGPT'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공연예술계 현장에선 AI나 로봇이 인간 예술가를 대체하기엔 기술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에버6와 함께 지휘에 나섰던 최수열 부산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은 "시선 교환 등 단원들과의 소통 등에서 에버6가 인간을 능가하지 못했다"고 했다.
다만, '가능성'에 주목하는 이는 많다. 기술 발전 속도가 워낙 가팔라서다. AI 분야에선 '모라벡의 역설'(Moravec's paradox)이 종종 언급된다. 인간에게 쉬운 것은 기계에 어렵고 인간에게 어려운 것은 로봇에는 쉽다는 게 핵심이다.
선구적인 로봇 공학자 한스 모라벡이 내놓은 이론으로, 기계나 로봇의 구조적·태생적 한계를 설명할 때 자주 인용된다. AI·로봇이 인간의 기본행위를 쉽사리 따라오지 못하는 현실을 강조하는 것이다. 하지만 AI와 로봇의 급속한 발전 속도가 모라벡의 역설을 무색하게 만든다는 목소리도 있다.
로봇과 AI가 풀어내는 무대예술이 궁금하다면 공연장을 직접 찾아보길 권한다.
cho8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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