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한 정부"…잼버리 뒷수습 놓고 곳곳에서 '불만'
반강제로 '학생' 아닌 '외부인' 수용…대학가도 '혼란'
태풍 카눈 북상 소식에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원들이 전국 각 지역에 수용되면서 갑자기 지원 통보를 받은 공무원들과 대학 관계자들의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또한 한국 잼버리 대원들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과 냉대도 도마 위에 올랐다.
불만을 토로하는 핵심은 '소통' 부재인 것으로 나타났다. 급작스러운 일방 지시로 인해 잼버리 대원들을 수용·대응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특히 태풍 대비를 이유로 지난 7일 오후가 돼서야 지역별 숙소 섭외·점검에 관한 행정안전부 지시가 도청을 통해 하달되면서, 하루 만에 준비하느라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경기도 용인의 한 교회는 잼버리 조직위원회 요청으로 대원 500여 명을 급히 수용했다.
이 교회는 현재 전교인수련회 기간 중이서 당혹스러운 요청이었지만, 오는 13일까지 숙식을 제공하기로 했다.
교육관 전체 공간을 개방해 매트와 담요를 서둘러 준비해 숙소로 제공하고 화장실에서 샤워가 가능하도록 시설도 교체했다.
이처럼 현장에서는 국가별 대원들이 언제, 어느 정도의 규모로 입소하는지, 또 지자체에서 추진하려는 프로그램 일정을 어떻게 맞춰야 하는지 등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지 못해 차질을 빚는 경우가 잇따랐다.
더욱이 지역별로 대원들이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라는 요청까지 더해졌다. 긴급 전담팀(TF)을 꾸리거나 10여 개 관련 부서 공무원들이 동원되는 등 인력 한계에 대한 호소도 뒤따랐다.
경기도 A 지자체 관계자는 "기초지자체(시·군)는 가장 하부 조직이다"라며 "위에서부터 잘 대응했으면 될 일인데, 우리 보고 다 알아서 하라는 상황이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B 지자체 관계자도 "지시만 내려오고 필요한 정보는 지자체가 직접 확인해 가면서 겨우 대응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 대한 이미지 쇄신을 위한 공직자로서의 의무이기는 하지만, 너무 급하게 진행되다 보니 힘든 것은 사실이다"라고 털어놨다.
"우선 현장에 나간 뒤 업무 파악…코로나 초기 상황과 흡사"
인천에 머무는 잼버리 대원들은 9일 기준으로 모두 4258명이다. 벨기에 1231명과 이탈리아 1119명, 영국 1060명 등 28개국 대원들이 모여 있다.
이들의 숙소는 지난 6일 인천에 온 영국 대원들의 경우 중구 그랜드하얏트와 골든튤립 인천공항 등 호텔 3곳이다. 나머지 대원들은 인하·인천·연세대, 인하공전 등 대학 기숙사와 포스코 인재창조원, 하나금융그룹 연수원, SK무의연수원, 한국은행 인재개발원 등 민간기업 시설 등 8곳에 머문다.
인천은 조기 퇴영한 영국 대표단이 일찌감치 머물면서 전담 TF를 구성해 대응하고 있다. 현재 공무원 175명, 관계 기관과 자원봉사자 등 220명 등 모두 395명을 현장에 투입했다.
현장에 파견된 한 공무원은 "갑자기 오늘 오전 9시부터 내일 오전 9시까지 24시간 근무하라는 지시를 받고 현장에 나왔다"며 "그러나 현장에서는 당장 어떻게 점심을 먹어야 하는지 어떻게 교대해야 하는지 매뉴얼이 없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2021년 코로나 초기 현장 지원 나갔을 때 상황과 흡사하다"고 호소했다.
입국도 안 한 대원들 배정…공무원노조 "무책임한 정부 태도 심각"
잼버리 조직위는 지난 8일 대원 80명을 경기도의 한 숙소에 배정했다. 차출된 공무원들은 준비한 숙소에서 하염없이 기다렸지만, 대원들은 야영장 철수가 끝난 밤 10시까지도 입소하지 않았다.
뒤늦게 대원들이 입국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자, 공무원들은 숙소에서 철수했다. 이 숙소에는 지난 9일 다른 숙소에 있던 다른 대원들이 들어왔다.
C 지자체 관계자는 "경기도를 통해 숙소 배정 인원이 내려왔는데 처음부터 인원도 관리가 안 됐던 것"이라면서 "행안부에서 정확한 어떤 지침도 없이 그냥 무턱대고 지자체에 떠넘기면 도대체 어떡하라는 거냐"고 지적했다.
경기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잼버리 대원 2400여 명이 입소한 파주시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파주시 공무원노조 온라인 자유게시판에는 "아무도 책임져 주는 사람이 없으니 현 정부 하에서 무슨 행사에 가거나 사람 많은 곳을 놀러 가는 것은 목숨을 내놓을 각오로 가야 한다"는 글까지 올라왔다.
작성자는 "멀리 외국에서 이 세계적인 대회 참석하기 위해 아끼고 아껴 대한민국을 믿고 보낸 부모님들, 18개월 열심히 아르바이트해서 600만원을 내고 온 학생들…모두에게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공무원노동조합연맹은 성명을 통해 "잼버리 준비 부족보다 더 심각한 것은 무책임한 정부의 태도"라고 비판했다.
공무원노동조합연맹은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결국에는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며 "그간 준비 부족으로 걱정하는 우려 속에 결국 철수해 전국으로 이동하는 촌극이 벌어졌다"고 비난했다.
이어 "대한민국 정부는 서로 탓하기 급급하고 지자체에 일방적으로 수천 명씩 강제 할당하면서 알아서 책임지라 하고 있다"며 "예산도 지침도 지원책도 아무것도 없이 문화행사, 통역, 인력 동원 등 공문 한 장 없이 떠넘겼다"고 덧붙였다.
반강제로 '학생' 아닌 '외부인' 수용…대학가도 '혼란'
경기도 내에 있는 D 대학은 지난 8일 도착한 잼버리 대원 1천여명을 일반 학생이 사용하고 있는 기숙사에 배정했다.
기숙사 측은 방학기간 중 기숙사에 남아 있는 학생 500명 분 식사를 준비했지만, 잼버리 대원들까지 더해지면서 재료 수급과 인력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숙사에 묵는 동안 잼버리 대원들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도 고민이다.
D 대학 관계자는 "학생들은 기숙사 생활 규칙에 명시된 식사 시간이나 복귀 시간을 따라야 하지만 외부인인 잼버리 대원에게도 이 기준을 적용해야 할지 고민"이라며 "기준 없이 마음대로 기숙사를 활보하고 밤늦게 복귀하면 남아있는 학생들이 피해를 입지는 않을까 걱정이다"고 우려했다.
이어 "교육부는 잼버리 대원들을 수용해 달라고만 했을 뿐 이들을 어떻게 관리하라는 세부 지침을 내리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학교도 말 못 할 많은 고충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잼버리 대원 수백명을 수용하고 있는 E 대학 관계자도 "당장 대원들 관리에 많은 학교 예산이 들어가는데, 정부와 지자체는 사후 정산해 주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학교 행사도 아니고, 책임을 왜 대학이 짊어져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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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고무성 기자 km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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