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같은" 새만금 벗어난 잼버리…맞이한 대학들은 '우왕좌왕'
서울 등 대학들, 입주 당일에야 통보받아
일부 대학 프로그램 마련했지만 참여 저조
재학생 식사 제한 통보에 "당황스럽다"는 반응
"그곳은 지옥 같았어요(那里就像地狱一样)"
9일 오후 서울시립대학교 캠퍼스에서 만난 대만 출신의 대원 청(14)은 '잼버리는 어땠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한 후 번역기를 돌려 기자에게 보여줬다. 핸드폰 화면엔 '지옥(地狱)'이라는 단어가 선명했다. 이날 캠퍼스에서 만난 대원들이 묘사한 새만금 야영지는 더웠고 비위생적이었다.
청은 "첫째날과 둘째날은 화장실이 너무 더러워서 사용하지 못할 정도였다"며 "미국이 화장실에 항의를 한 셋째날 이후에야 화장실 청소하는 사람들이 70명에서 200명으로 늘면서 환경이 나아졌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또한 샤워실에 대해서도 "샤워하기 위해서는 줄을 15분간 서야했는데, 그마저도 차가운 물만 나와 샤워하기 괴로웠다"고 말했다.
청과 함께 대만에서 온 차오(16)는 "날씨가 너무 더워서 친구 4명이 온열질환에 걸렸다"며 "그 친구들은 현재 숙소에서 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만도 날씨가 매우 덥지만 잼버리는 계속 야외에서 햇빛을 견디며 생활해야 해서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같은 날 한국외국어대학교 기숙사에서 만난 스위스 대원 로렌(14) 역시 "화장실이 정말 더러웠고 날씨가 너무 더웠다"며 잼버리를 회상했다. 어제부터 외대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는 로렌은 "기숙사 시설과 생활에 매우 만족한다"며 웃었다. 이어 "현재 정해진 스케줄은 없고 친구들과 서울 이곳저곳 구경하고 있다"고 했다.
제6호 태풍 '카눈'의 북상으로 새만금에서 전격 철수해 서울로 온 대원들을 받아준 건 대학교였다. 9개국 3210명의 잼버리 대원들은 8일 오후 한국외대, 서울시립대, 고려대 등 12개 대학 기숙사에 전격 입소했다. 입소한 대원들은 오는 12일까지 배정된 학교 기숙사에 머물 예정이다.
서울시는 자치구 등과의 긴급업무협조를 통해 이들 기숙사를 확보했다고 8일 밝혔다. 이어 정부 요청에 따라 장소와 수용 가능 인원 등을 조율해 방학 중 비어있는 서울 시내 대학교 기숙사를 중심으로 숙소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의 갑작스러운 입주 통보에 현장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9일 현재 스위스 대원 154명을 수용하고 있는 한국외대는 대원들의 입소 사실을 입소 당일인 8일에서야 알았다.
한국외대 관계자는 "교육부로부터 지난주 금요일(4일) 밤 처음으로 기숙사 수용 가능 인원 문의를 받긴 했다"면서도 "스위스 대원의 입소 사실을 정식으로 전달받은 건 8일 오전이었으며 이외 입소 이후의 지침은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또한 "소방서, 경찰서, 보건소 직원들이 24시간 머물고 있다"며 "대원들의 안전한 숙박을 위해 노력하는 것만이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대만 대원 586명이 머물고 있는 서울시립대 역시 입주 당일에 정확한 상황을 전해들은 건 마찬가지였다. 서울시립대 관계자는 "아직 어린 학생들이다보니 영어 구사가 어려운 대만 대원들이 많았다"며 대원들의 입주가 결정된 8일 "중국어가 가능한 자원봉사자 모집을 긴급하게 진행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립대는 현재 비어있는 기숙사 2인실에 3명의 대원들을 수용하고 있으며, 이마저 부족한 나머지 한 명의 재학생이 살고 있는 2인실에도 1명의 대원을 배정해 함께 지내도록 하고 있다. 대만 대원 청 역시 26살 재학생 '룸메이트'와 함께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서울시립대는 600명에 가까운 대원들의 원활한 식사 제공을 위해 11일까지 재학생들의 학생식당 이용도 전면 제한했다. 그러나 재학생들은 학생식당 이용 제한 공지를 대원들의 입주 당일 문자를 통해 전달받았다며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숙사생 백씨(21)는 "(대원들이) 기숙사에 온 거에 대해서는 문제가 발생했으니 협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갑작스럽게 석식부터 학식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당일에 통보받은 것은 학생 입장에서 아쉬웠다"고 말했다. 기숙사생 이씨(27)도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하는 건 불편하지 않지만, 어제부터 갑자기 학식을 못 먹게 하는 건 사실 좀 불편하다"고 말했다.
한편 대원들의 입주 이후에 대한 정부의 뚜렷한 지침이 없는 상태로 입주가 진행되면서, 대원들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 기획 또한 고스란히 대원들이 머물고 있는 학교의 몫이 됐다.
한국외대는 9일 도서관에서 대원들을 위한 영화 상영 행사를 준비했지만, 상영 40분이 지나서까지 잼버리 단원이 한 명도 오지 않아 상영을 결국 중단해야 했다. 이 대학 관계자는 "타국에 와서 누가 도서관에서 영화를 보겠느냐"면서도 "이렇게 (대원들을) 보냈으면 서울시에서라도 뭔가 서포트가 와야 하는데 아직 그런 게 없는 것 같다"며 헛웃음을 지었다.
대원들의 기숙사 입주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 비용에 관한 논의도 아직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외대 관계자는 "비용에 대한 내용은 전달받은 바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자 잼버리 단원들을 기숙사에 수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립대 관계자 역시 "아직 대원들을 위한 문화 프로그램들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 아마 어느 정도 (일정이) 마무리된 후 논의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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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영규 인턴기자 nocutnew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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